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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자리

편집팀 2016-02-01

늘 곁에 있으면 잠시 소중함을 잊게 되곤 한다. 소중하게 지켜야 할 역사적 자산을 넘어 미래 건축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우리 전통건축 공간에 담긴 아름다움과 지혜로움에 대한 예찬.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자리
- 한국 전통 건축의 공간 미학 -


 

 

늘 곁에 있으면 잠시 소중함을 잊게 되곤 한다. 소중하게 지켜야 할 역사적 자산을 넘어 미래 건축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우리 전통건축 공간에 담긴 아름다움과 지혜로움에 대한 예찬.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 전통 건축의 멋

 

한자어에 ‘격(格)’이라는 것이 있다. ‘품격’, ‘격조’ 등에 쓰이는 단어로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를 뜻한다. 보통 ‘격이 있다’라는 말은 지나침이 없고 사리에 맞게 행동한다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한국 전통미학을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구절인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검소하면서도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다’의 이치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우리 옛건축은 이러한 ‘격’의 바탕 위에 세워졌다. 양반들이 살았던 한옥이나 종교적인 건물인 사찰은 물론이고 임금과 왕실의 가족들이 살았던 화려한 궁궐에서도 ‘격’의 미덕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궁은 왕실의 권위를 보여주는 웅장함과 화려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지나침이 없다. 서양의 뾰족한 성처럼 자연을 지배하려는 듯 으스대지도 않고 중국의 궁처럼 장대한 크기로 주변을 압도하지도 않으며 일본의 궁처럼 지나치게 절제되고 계산적이지도 않다. 저마다의 용도와 목적에 맞는 크기로 지어진 건물들이 자연과 대지와의 어울림 속에서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이는 대지와 산과 물과 들과의 조화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 우리 옛선조들의 건축관에서 비롯된다. 요즘 유행하는 자연주의, 친환경 건축을 우리 선조들은 이미 수백년 전에 이뤄놓은 셈이다. 한국 전통건축을 두고 ‘대지와 건축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고 대지와 같은 건축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한 일본의 건축가 쿠마 켄고를 비롯해 많은 이국의 건축가들이 21세기의 새로운 건축의 대안으로 우리의 옛건축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도한 화려함과 지나친 위압감 없이도 왕실의 권위가 느껴지는 경북궁 근정전.

국보 제 223호 경복궁 ⓒ 문화재청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건축물로 꼽히는 창덕궁 내의 낙선재.

보물 제 1764호 창덕궁 취운정에서 본 낙선재 ⓒ 문화재청




똑똑하게 지은 우리 옛집, 한옥은 과학이다!  

 

우리의 옛건축물들은 사람과 자연을 중심에 두고 지어졌다. 특히 살림집에 해당하는 한옥은 그 곳에 사는 사람과 그 주변을 두르고 있는 자연이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설계되었다. 건물의 모든 요소들은 집안에 머무는 사람의 편안함과 기후의 특성을 고려해 결정되었는데 여기에 우리 선조들의 놀라운 지혜가 숨어있다. 유려한 곡선으로 뻗어있는 처마는 단순히 비와 볕을 막기 위해 적당히 나와있는 것이 아니라 여름과 겨울 태양 각도의 중간쯤에 내어 여름에는 높은 해의 볕을 막아주고 겨울에는 낮은 해를 가득 받아들인다. 꾸밈없이 소박한 듯 보이는 마당은 또 어떤가. 복사와 대류 현상이라는 자연 순환의 원리를 이용해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를 잡아주고 여름에는 차가운 공기를 오래 머금고 있는 역할을 한다. 잔디로 땅을 덮지 않고 나무를 심어 바람길을 막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방과 방이 이어져있어 창호문을 열면 하나로 연결되는 한옥의 독특한 평면구성에도 여름과 겨울의 혹독한 기후를 고려한 지혜가 담겨있다. 더위가 한창일 때 모든 방의 문을 열고 대청마루로 나있는 문까지 들어올리면 집안에는 말그대로 바람이 통하는 길이 만들어진다. 겨울에는 모든 방문을 걸어잠가 공간을 작게 만들어주면 온돌난방만으로도 방 안 공기를 따스하게 데울 수 있다. 한옥의 미학은 단순히 미적인 아름다움에 있지 않다. 인위적인 요소를 더하지 않고 오롯이 자연의 순환 원리를 활용해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공간을 만드는 지혜로움 속에 한옥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다.



 

한옥의 마당은 단순한 정원의 공간이 아니라 더위와 추위를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중요민속문화재 제 84호 하회북촌댁 ⓒ 문화재청

 

 



 

방과 방이 문으로 연결된 한옥. 여름에는 문을 모두 열어서 시원한 바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준다.
중요민속문화재 제26호 정읍 김동수씨 가옥 ⓒ 문화재청  


 

외국까지 사로잡은 ‘온돌’의 뜨끈한 매력!


한옥의 지혜로운 면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온돌이다. 아궁이에 불을 떼고 그 훈풍을 이용해 방바닥을 데우는 온돌은 지금껏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획기적인 난방방식이다. 우리 조상들은 더운 공기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는 대류의 원리를 일찌감치 알아내고 그 원리를 구들 즉, 구운 돌에 적용시켰다. 아궁이에 불을 떼고 그 열이 지나는 길을 만들었는데 그렇게 한번 데워진 구들의 열기는 불이 꺼진 후에도 오랫동안 이어지기 때문에 그 어떤 난방방식에 비해 탁월한 에너지 효율성을 갖고 있다. 또한 집안에서 생기는 쓰레기를 재활용해 태우면서도 연기가 지나는 길 끝에 지하로 더 파내려간 개자리를 두어 그 자리에서 유해한 그을음이 다 떨어지고 맑은 연기만 굴뚝으로 나오도록 한 과학적인 설계는 지금봐도 놀라울 정도다. 온돌을 경험하고 감명을 받은 사람 중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있다. 1900년대초 일본에서 한국의 온돌을 경험한 그는 ‘조선의 온돌은 마법의 방’이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로 온돌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후 새로운 방식의 온돌 시스템을 발명했는데 바로 요즘 현대 주택에 활용되고 있는 온수를 이용한 바닥난방이다. 매개체는 다르지만 온돌과 기본 원리는 같다.


친환경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온돌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다. 친환경 건축에 힘쓰고 있는 독일 등의 유럽에서는 이미 전통 난방방식인 레디에이터대신 바닥난방(Underfloor Heating)을 하는 집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백년 동안 당연하게 누리던 즐거움을 이제서야 세계인들이 공유하고 있다니 안타깝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새로운 친환경 난방방식의 대안으로써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옥의 온돌.

보물 제 414호 안동하회 충효당 사랑방 ⓒ 문화재청

 

 
- 작성자 : 문화포털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