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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루(문화후기)

심청의 지극한 효심과 심학규의 절절한 한이 소리를 만나 예술로 승화된 아름다운 한국식 오페라

작성자
tor * * * *
작성일
2019-06-12(수) 02:55
 창극 <심청가>

창극 <심청가>

작성자 평점
6.0점 / 10
전체 평점
6점 / 10
개요
국악 150분 8세 이상
기간
2019-06-05~2019-06-16
시간
화,수,금 20:00 / 목,토,일,공휴일 15:00
장소

판소리 다섯마당의 하나인 <심청가>가 국립창극단의 정기 공연으로 선보인다는 소식을 듣고 창극 장르에 관심과 흥미가 생겨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을 방문하였습니다. 평일 저녁 공연이었음에도 내국인과 외국인 관객들로 가득찬 공연장의 열기를 느끼며 한국 전통 문화의 발신지인 국립극장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전에 구입한 프로그램북을 읽으며 자리에서 조용히 무대의 막이 오르기를 기다렸습니다.


1막에서는 양반이었으나 가세가 기운 봉사 심학규와 현철한 아내 곽씨 부인이 어렵게 딸을 얻는 과정과 태어나자마다 어미를 잃게된 기구한 운명의 청이가 동네 사람들의 온정과 아비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어여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청이를 마중나갔다가 개울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긴 심봉사가 자신을 구해준 승려의 솔깃한 제안에 봉은사 공양미 삼백석 시주를 약속하는 바람에 효녀 심청이 상인들에게 팔려서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 모든 단원들이 함께 부르는 범피중류의 쩌렁쩌렁 가슴속까지 울리며 스며드는 합창은 공연의 백미였습니다.  


2막에서는 심청의 갸륵한 효심에 탄복한 옥황상제께서 용왕에게 명하여 연꽃을 타고 왕을 만나 황후가 되어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는 과정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봉사를 위한 잔치를 열어 드디어 아버지와 해후하는 자리에서 모든 봉사들이 눈을 뜨는 기적과 함께 태평성대의 세상이 열린다는 행복한 결말은 슬픔을 넘어서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와 전통 국악의 반주에 맞추어 울려퍼지는 소리의 향연에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가슴벅찬 감동과 여운이 충만한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효녀 심청의 이야기지만, 구김살없이 자라나 착한 마음을 지닌 심청의 지극한 효심과 부인과 딸을 연이어 잃고 삶에 절망한 심학규의 슬픔이 소리를 만나서 한이 예술로 승화된 아름다운 한국식 오페라로서 극중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다보니 150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어쉬움이 남을 정도로 훌륭한 창극이었습니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신 유수정 도창과 북을 치며 추임새를 넣는 고수의 완벽한 호흡을 비롯하여 심학규의 절절한 슬픔이 짙게배인 소리와 어린 심청의 갸륵한 마음이 묻어난 소리는 물론 모든 단원들이 하나가 되어 열창하는 소리와 전통 국악의 아름다운 반주를 직접 듣는 것은 정말로 각별한 체험이었습니다. 함께 관람하신 부모님께서도 너무나 만족해 하시며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고서 보여드리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고로 멋진 무대를 선보여주신 국립창극단 여러분들의 열정과 노력에 힘입어 남은 공연도 흥하시기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멋진 공연 관람의 기회를 제공해주신 문화포털에 감사드립니다.


+ 하지만 공연의 장점을 가릴만큼,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국립극장 주변의 부대시설의 부재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공연장을 찾아오기까지 접근성의 불편함은 커다란 단점으로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공연 종료후 운영되는 셔틀버스는 선착순으로 인원을 마감하는 바람에 제 앞줄까지 승차시키고 탑승을 거부당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집이 멀어 서서타도 상관없으니 승차를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하였음에도,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걸어 내려가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무성의한 응답에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애초에 공연장의 인원수에 맞게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이 상식이 아니던가요? 밤 10시 30분이 넘어서 귀가를 서둘러야 했는데도 셔틀버스를 타지못해 역까지 15분이나 걸어서 내려가야 했습니다. 또한 걸음이 불편한 나이드신 관객들보다 먼저 줄을 선 젊은 관객들을 우선하는 운영 방식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를 않았습니다. 공지로 국립극장 지하주차장 건립공사로 인해서 극장내 주차장 이용이 불가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권장하면서도, 한국 공연문화의 메카인 국립극장의 품격과 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관객 응대에 너무나 실망하였습니다. 아무리 공들인 공연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하더라도, 세심한 문제로 다시는 오고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모든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릴 수도 있음을 국립극장 관계자 여러분들께서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