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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루(문화후기)

20세기를 21세기 감각적인 연출로 쏘아올린 연극

작성자
ros * * * * *
작성일
2019-03-03(일) 03:17
2018 창작산실 연극 <세기의 사나이>

2018 창작산실 연극 <세기의 사나이>

작성자 평점
10.0점 / 10
전체 평점
5점 / 10
개요
연극 120분 8세 이상(초등학생 이상)
기간
2019-02-22~2019-03-03
시간
120분
장소

이 연극은 주요 인물의 설정과 서사가 선명하다. 박덕배(스토리 관통하는 인물), 배민국, 길자중.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인물의 역할까지 세세하게 적을 순 없지만 이 세 친구의 생이, 마치 강줄기처럼 20세기 역사 위에 유유히 흐른다. 굽이치는 곳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이 등장한다.  

 세 친구는 역사의 물줄기에서 각자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데, 정의가 숨쉬는 곳으로 물줄기를 바꿔보고자 생을 던지기도 하고 처음엔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점점 힘이 센 물살에 생을 의탁하기도 한다. 그리고 물살을 바꿔볼 용기도 그렇다고 물살의 흐름을 타고 권력을 누릴 의지도 없는 그저 물에서 하루하루 사는 작은 민물고기 같은, 하지만 내 가족과 친구의 가족만은 지키려고 한 약하지만 약하지 않은 생이 있다. 이 생은 길고도 질기다. 무려 125년 동안 이어지는 생이라니.

  박덕배가 바로 문제 인물 그 '세기의 사나이'다. 경술국치부터 분단국이 되기까지의 과정마다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어쩌다 보니 혹은 어쩔 수 없이 끼게 되면서 현재까지 살아있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게 되는 인물이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연극을 보며 확인해보는 것이 재미있을 것이다. 이 연극에서 가장 새로웠던 것은 바로 연출이었다. 역사 자체가 중요한 서사인 이 극에서 관객에게 낯익은 것을 낯설게 그러면서 난해하지 않게끔, 전달하고자 연출가는 고민하지 않았을까. 물론, 작가 배우 스태프 등 모두의 노고가 있어야 한 편의 연극은 완성이 된다. 한 마디로 모두가 균형 있게 자기 역할을 멋지게 해낸, 재밌는 연극이었다. 마치 합주의 합이 아주 잘 맞는 밴드처럼. 그중에서 연출을 거론하는 것은, 정말 한번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20세기 역사를 이 젊은 연출가가(연출가의 나이는 모른다. 125살의 노련함과 25살의 참신함이 섞인 연출) 어떻게 감각적으로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