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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타로 그린펠드/ 김수진
자폐증 아이를 둔 가족의 실상을 증언하는 다큐멘터리다. 아카데미상 시나리오 부문 후보까지 올랐던 유태인 희곡작가 아버지와 아쿠다가와 상을 수상한 일본인 소설가 부부의 평화로운 가정에 먹구름이 밀어닥쳤다. 둘째 아들 노아 그린펠드가 소아 자폐증 환자로 드러난 것이다. 짧은 음절의 신음 외엔 아무런 표현을 못하는 아이, 쉴 새 없이 몸을 흔들어대는 아이, 자기 몸을 할퀴고 아무에게나 침을 뱉는 아이, 남의 머리카락을 낚아채는 아이, 담요에 새겨진 곰돌이 푸의 캐릭터조차 닳아 없어질 정도로 무엇이든 물어뜯는 아이. 부모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의학 도서를 섭렵하고, 보호시설을 전전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그렇게 노력을 퍼부어도 남은 것은 노아가 마흔 살 중년의 중증 환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저자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생의 고통을 지켜본 형 칼 그린펠드. 자폐 앞에서 좌절하다가 결국 친구로 받아들이며 하나가 되는 가족, 노아를 통해 깨닫는 삶의 의미를 책에 담았다. 그러면서 저자는 TV의 휴먼 드라마에서 화려하게 조명되는 자폐 극복 사례는 예외에 불과하다며 ‘자폐증은 불치병’이라고 통곡한다. 그는 더불어 자폐증은 사회적 환경 탓이 큰 데도 개인의 질환으로 방치되고 있는 의료 현실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가스가 마사히토/ 이수경
2006년 국제수학자 대회에서는 필즈 메달 수여를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필즈 메달은 4년에 한 번씩 뛰어난 40대 이전의 젊은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상으로 수학의 노벨상에 해당한다. 이 책은 100년간 수많은 수학자들이 도전해 왔던 난제, 100불의 상금이 걸린 문제인 “푸앵카레” 추측을 해결한 젊은 수학자의 집념과 열정 그리고 수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자유로운 정신에 관한 이야기이다. “푸앵카레 가설”은 프랑스의 당대 최고 수학자 푸앵카레가 1904년 제기했던 문제로 100년간 수학계의 미제로 남아 있었다. 작가는 난제를 해결하고도 최고의 영예인 필즈상을 거부한 젊은 수학자를 인터뷰하는 과정서 만난 수학자들을 통하여 그들의 성공과 희망 그리고 좌절을 동시에 경험하며 이 난제를 알기 쉽게 우주공간의 형태에 관한 질문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수학 문제 해결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지금 현재 우리의 사고로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2500년 전 발견된 삼각형에 관한 피타고라스 정리는 당시 소를 100마리를 잡아 감축 행사를 할 정도로 엄청난 발견이 2500년 지난 지금은 중학교에서도 배울 정도며 건축, 기계 설계 등 우리 일상 생활품의 제작에 없어서는 안 될 기본 이론인 것이다. 푸앵카레가 논문 마지막에 적었다는 문장처럼 문제 해결의 의미는 아마도 그의 말처럼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를 아득히 먼 세계로 데려갈 것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에릭 오르세나/ 양영란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렇게 귀중한 자원을 아껴 쓰려 하지 않는다. 너무나 흔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예를 보여주면서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 일깨워 준다.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물의 위기는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그 동안 물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해 왔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또한 물에 대한 무지가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도 함께 깨닫게 된다. 저자는 “왜 생선초밥이 아프리카의 물을 고갈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느냐고 묻는다. 엉뚱한 얘기 같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말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물에 대해 그만큼 무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굶어죽을 것인가, 목말라죽을 것인가?” 결론 부분에 있는 한 장의 제목이다. 아무 생각 없이 물을 낭비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면 언젠가 목말라죽는 운명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경고다. 단지 물을 덜 마시고 물을 덜 쓰는 것만이 물을 아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진정으로 물을 아끼기 위해서는 우리 생활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 책은 흥미를 자아내는 재미있는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 읽으면서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물에 대한 풍부한 상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이중의 소득이다. 책의 두께가 꽤 되어 보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낼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책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성수
직접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도대체 가능한 것인가?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던져 보았을 법한 질문이다. 저자는 우리의 정치적 맥락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 답변을 학문적으로 진지하고 성실하게 추구하고 있다. 또한 시민운동에 관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 시민이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대의민주제와 직접민주제가 혼합된 ‘하이브리드(hybrid)’ 형태로 규정한 후, 위기에 처한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가 ‘아래로부터의’(또는 ‘풀뿌리로부터의’) 직접 민주주의에 의해 개혁․보완되지 않으면 ‘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진단한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지방정치 차원에서 주민청구와 주민발안은 물론 주민소환제도가 더디지만 착실하게 진전되는 현상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직접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와의 ‘정통성’ 충돌뿐만 아니라 시민의 참여 쇠퇴로 말미암아 ‘대표성’ 확보에서도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는 점을 십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정보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가능하게 된 온라인 ‘심의적’ 직접 민주주의에서 이러한 난관을 타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황광우
어떤 건축 구조물이 왜 그렇게 지어 졌는지를 확실하게 이해하려면, 우리는 그 설계도면을 볼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왜 이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목적을 지향하고 있는지, 왜 그러한 부작용을 앓고 있는 지를 이해하려면, 설계도면에 해당하는 정치경제 구조에 대한 철학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근대사회의 출발은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시민계급의 권리 증진에 대한 욕구와 지배계급의 권력독점 사이의 투쟁에서 비롯된다.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는 기존세력에 대항하는 논리로서 자유주의자들은 자유롭고 평등한 이성적 개인들 간의 사회계약론을 내세운다. 이 책에서는 평등사회에 대한 사회주의의 열망, 보편선거로 대표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단위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민족주의, 그리고 전체주의적 파시즘에 대한 사상사적 묘사가 구체적으로 전개된다. 저자는 동양철학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동사회를 꿈꾸는 유가,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역설적 은둔주의적 도가 사상, 제도 정비를 국가경영 핵심으로 본 법가, 정약용의 실학, 인내천의 동학을 알기 쉽게 풀어나간다. 이 책의 장점은 첫째, 고전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것을 강력하게 권유하는 입문서다. 둘째, 내용이 알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다. 셋째, 시대적 배경에 대한 적절한 언급이 되어 있다. 넷째, 동서양의 대비가 한 눈에 들어오도록 쓰여졌다. 마지막으로 옥의 티라면, 저자가 자신의 좌편향적인 이념의 경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념에 대한 중립적 입문서이기를 포기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책속에서 선언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저자의 지적 양심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효순
1945년 8월 15일. 일왕의 항복 방송에 만주 주둔 관동군들은 슬픔의 눈물을 흘렸지만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일부 군인들도 있었다. 강제 징집된 한국 청년들이었다. 일제의 패망이 귀향으로 이어지리란 생각에 잠을 못 이루었지만 그런 희망은 포로로 잡은 일본군 60만 명을 시베리아로 이송시키라는 스탈린의 극비 지령에 따라 절망으로 바뀌었다. 혹한의 시베리아로 끌려가 중노동을 하던 이들은 1948년 12월말에야 소련 화물선을 타고 흥남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200여 명 중 만주나 북한이 고향인 사람들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남한이 고향인 400~500명은 다시 운명에 몸을 맡겨야 했다. 북한 정부는 남한정부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1949년 1, 2월경 38선을 넘도록 했고, 3년간의 해방공간에서 어떤 충돌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던 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38선을 넘었으나 경비부대의 제지를 받거나 심지어 발포까지 당해야 했다. 그 후에도 대공 수사기관의 엄격한 심문을 받아야 했고 귀향 후에도 요시찰 인물로 묶여 감시당해야 했다. 6·25가 발생하고 극단적 반공체제가 수립되면서 이들의 타의에 의한 소련 억류 경험은 커다란 족쇄가 되었다. 이들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이 거대한 체제였던 것처럼 1990년 6월 한국과 소련이 수교를 맺고 난 다음에야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1991년 ‘시베리아 삭풍회’라는 모임을 결성한 이들은 러시아와 일본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 물론 한국 정부도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이들의 빼앗긴 인생은 지금 러시아, 일본, 한국정부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안애경
산업혁명 이래 세계는 지속적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에 대한 경쟁을 열심히 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생활용품을 포함한 모든 대상의 상품가치를 높이는데 매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핀란드가 디자인의 메카가 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일찍이 추구해왔던 자연친화적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 인류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울시도 핀란드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필자가 전하듯 핀란드의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일이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과 같다. 자연 그대로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실천하고 사는 핀란드 인들의 일상이 인간과 자연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을 추구해온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인류가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가장 큰 유산이 자연이라는 이들의 철학은 참으로 우리를 자연스럽게 만든다. 얼마 전 한국에서 열렸던 노르딕 디자인전에 소개되었던 작품들과 당시 한국을 방문해 아이들과 책상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을 했던 안애경 씨가 이 책을 내놓아 누구든 한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이미 핀란드의 이딸라와 마리메꼬 디자인은 우리 생활 속에 성큼 다가와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눈에 띄는 장은 글로베 호프의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창시자인 세이야 루깔라를 소개하는 장이다. 루깔라는 군대가 점점 축소되는 추세에 따라 버려지는 군복, 일꾼들의 작업복, 병원의 수술복, 한번 쓰고 버려지는 천막들 등등, 모든 버려지는 것들을 재료로 이를 다시 염색도 하고 디자인을 아름답게 바꾸어 고유의 브랜드를 창출해냈다. 이 외에도 농장에서 소를 키우면서 작업을 하는 미나, 천연 소재의 옷을 연구하고 만드는 마리아 수나, 헬싱키의 자연친화적 도시계획에 관여하는 안누까 린드로스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정찬
정찬의 『두 생애』에는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소설들을 뚫고 지나가는 주제는 인간에게 주어진 고통과 폭력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정찬에게 있어서 이 주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는 오랫동안 성실하고 꼼꼼하게 이 묵직한 문학적 주제로부터 떠나지 않았던 귀한 작가이다. 이 7편의 작품들도 문학은 고통받고 있는 인간의 편에 서서 고통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공감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질문을 향한 변함 없는 성실성에서 나온 믿음직스런 결과물이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인간의 삶을 이토록 깊이 있게 추적해 나가는 작품은 한국 문학사에서 드문 풍경이다. 하나의 폭력이 그 폭력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타인과 또 자기 자신을 향해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오는 관계망들을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은 침착하게 성찰한다. 표제가 된 「두 생애」는 제목 그대로 두 개의 삶이 씨줄날줄처럼 교차된다. 공개적이고 본받을 만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교황의 삶과 아주 개인적이고 일부러 찾아가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으나 혼자 감당하기엔 벅찬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다가 삶을 마감해 버린 익명의 소년을 대비시킨 「두 생애」에 흐르는 내재된 폭력과 고통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면 폭력과 고통이란 결국 우리 인간들끼리 제대로 된 내면의 소통을 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임을 직시할 수 있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홍성찬 글, 그림
이 책은 재미마주 옛이야기 선집의 세 번째 작품으로 홍성찬이 글을 쓰고 그림도 그렸다. 홍성찬은 1929년생으로 그림을 독학으로 공부하여 1950년대부터 잡지와 교과서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그림을 그려온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이다. 철저한 고증에 입각한 사실적인 화풍으로 독보적인 작가인데, 『단군신화』, 『땅속나라 도둑괴물』, 『집짓기』, 『여우난골족』 등의 대표작이 있다. 책의 내용을 보면, ‘나’의 엄마는 아름다운 모습의 조랑말인데, 늘 ‘나’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한다. 그러다가도 ‘내’가 “우리 아빠는 어디 계세요?”하고 물으면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않는다. ‘나’와 엄마가 가끔 길에서 당나귀 아저씨를 만나곤 하는데, 힘은 세지만 생김새가 볼품이 없어 ‘나’는 당나귀 아저씨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산에서 산토끼와 놀다가 승냥이를 만나 도망치는데, 이때 당나귀 아저씨가 나타나 승냥이를 물리쳐 준다. 당나귀 아저씨와 나란히 걸어오는데, 웅덩이 물에 비친 ‘나’의 얼굴이 당나귀 아저씨하고 꼭 닮은 것이 아닌가. 이 책은 노새가 말을 어미로 하고 당나귀를 아비로 한다는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어린 노새인 ‘나’를 화자로 하여 정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어린 아이에게는 식구끼리 어떤 점이 닮았는가가 중요한 관심사인데, 이 점을 잘 포착하고 있다. 갈색을 주조로 한 그림이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어 내용과 잘 어울린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의 옷차림이며 나무나 꽃을 비롯한 주위 풍경, 산토끼나 승냥이의 생김새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작품은 과학적 사실을 중심으로 하되 이에 그치지 않고 부모자식 간의 사랑과 이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아빠 모습이 당나귀에, 잔소리를 해도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 모습이 조랑말에 담겨 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허문명
이 책에 언급된 12명 여성의 공통점은 스스로 여성임을 한계로 여기지 않고, 설사 한계로 여겼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는데 있다. 언론인인 저자는 현대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 여성 거물 12인의 삶을 아주 집약해서 정리하고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당당한 자신감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 오바마의 부인이기보다는 독립적인 여성을 꿈꾸었던 미셸은 그러나 남편의 삶과 자신의 삶을 유연하게 조정할 줄 아는 지혜도 갖고 있었다. 어렵지만 자신감을 갖도록 키워준 부모님 덕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험하기로 따지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낸 오프란 윈프리는 솔직한 자기고백을 통해 토크쇼의 여왕이라는 자리에 올랐다. 감정을 추스르는 법도 제대로 몰랐지만 그것이 오히려 강점이 돼 출연자의 마음을 진솔하게 받아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밖에도 이 책에는 이스라엘 첫 여성총리 골다 메이어, 미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휴렛패커드의 전 최고경영자 칼리 피오리나, 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여성화가 조지아 오키프, 미국 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독일 첫 여성총리 앙겔라 메르켈,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빈자들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 그리고 영원한 국모 육영수 여사의 삶의 집약적으로 소개된다. 저자가 페미니즘의 지도자 단 한 명도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고 12명의 인물을 고른 이유는 서문에 나와 있다. “그들은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에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았고 남자를 적대시하며 반드시 그 위에 서야 한다는 오만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설픈 페미니즘으로 집단의 힘에 기대는 대신 혼자서 묵묵히 자신의 삶에 충실했다.” 여기자인 저자 자신의 다짐임과 동시에 동시대 여성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간절한 메시지로 읽힌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