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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의 누

개요
1906년 7월 22일부터 10월 10일까지 50회에 걸쳐 <만세보>에 연재한 이인직의 신소설. 단행본으로는 1907년 광학서포에서 발간되었으나 그 내용은 <만세보> 연재분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혈의 누>의 하편으로는 1907년 <제국신문>에 연재한 <혈의 누> 하편과 1913년 <매일신보>에 연재한 <모란봉>이 있다. <제국신문> 연재분은 옥련모의 미국방문기이며, <매일신문> 연재분은 옥련의 귀국 이야기로, 내용 전개상 <매일신문> 분이 <혈의 누> 하편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1912년에는 동양서원에서 <혈의 누> 상편을 <모란봉>이라는 제목으로 개제한 정정본이 출간되기도 하였다. 이 작품은 청일전쟁을 시발로 하여, 그후 10년간 한국, 일본 및 미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옥련 일가의 기구한 운명을 그리면서, 자주독립사상, 신교육사상, 자유결혼관 등 근대적 가치들을 다루고 있다. 고대소설의 문체를 탈피하지 못하였고 구성이나 이야기 전개가 미숙한 점 등 취약점을 보이기도 하지만, 취재의 현실성이나 묘사의 사실성, 새로운 주제의식 등을 통해 근대소설 이행기의 면모를 보여주는 최초의 신소설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내용
청일전쟁의 전화가 평양 일대를 휩쓸고 피난 중 남편과 자식을 잃어버린 한 부인이 정신없이 모란봉을 헤매다 일본 헌병에게 구출된다. 그녀의 남편 김관일은 아내를 잃고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와 남의 나라 사람들이 남의 땅에서 전쟁을 치르는 현실을 비탄하며 부강하지 못한 나라의 백성으로서 큰일을 이루고자 그길로 미국 유학을 떠난다. 남편과 엇갈려 집으로 돌아온 최씨부인은 남편과 딸을 기다리다 비관하여 대동강에 투신하나 뱃사공에게 구출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피란 중 어머니를 잃고 폭탄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은 옥련은 이노우에라는 일본인 군의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그의 양녀가 되어 일본에서 성장하게 된다. 이노우에가 전사하자 양모의 구박이 심해지고 결국 가출하게 된 옥련은 무작정 동경행 기차를 타는데, 거기서 우연히 구완서와 마주친다. 조선을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구완서는 옥련의 사연을 듣고 함께 갈 것을 권유한다. 미국에 간 옥련은 역경을 딛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실리게 되고 이를 본 아버지와 만나게 된다. 옥련과 구완서는 결혼을 약속하고, 평양에 있는 어머니는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의 귀국을 애타게 기다린다.
저자
이인직(李人稙)
생애(1862~1916)
호는 국초(菊初). 1862년 경기도 음죽 출생. 1900년 관비 유학생으로 도일하여 도쿄정치학교 청강생으로 수학하였으며, 유학 중 일본의 민간 신문 <미야꼬신문(都新聞)>사에서 기자연수를 받았다. 1903년 노일전쟁 중 한어(韓語) 통역에 임명되어 일본군 제1군사령부에 부속, 종군했다. 1906년 <국민신보> 주필, <만세보> 주필로 활동하였다. 1907년 <만세보>가 폐간되자 이를 인수한 <대한신문>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때부터 이완용(李完用)의 비서역을 맡았다. 1911년 7월부터 1915년까지 경학원 사성(司成)을 맡아 전국 유림을 관장하는 한편, 선능 참봉과 중추원 부참의를 역임하였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이인직의 소설은 두 가지 계열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혈의 누>(1906)와 그 속편인 <모란봉>(1913), <은세계>(1908) 등을 묶을 수 있는 신소설의 형태이며, 다른 하나는 <귀의 성>(1906), <치악산>(1908) 등 가부장제에 바탕을 둔 권선징악적 구소설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습형 계열의 소설들이다. 이인직의 작품을 통해서 초기 신소설의 대표적인 형태가 주목되는데, <혈의 누>(1906)의 경우, 이인직의 작가의식이라 할 수 있는 청국의 증오와 일본에의 편향성, 구정치인에 대한 비판적 태도, 문명개화를 통한 사회개조 등의 이데올로기가 현실성을 띠면서 수용되는 반면, 후편인 <모란봉>(1913)에 이르면 옥련을 아내로 맞으려는 서일순의 음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흥미위주로 전개되며 통속화된다. 탐관오리의 학정을 비판하고 신교육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은세계>(1908)에서도 민요삽입을 통한 현실비판과 풍자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전반부와 외세영합적 순응태도가 주조를 이루는 후반부가 현격히 상반되는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최초의 신소설 작가로서, 한국소설이 근대소설로 전개되는 데 교량적인 역할을 한 공로가 인정되지만, 그의 문학이 보여주는 작품성의 퇴조와 친일적 경향은 신소설의 주제의식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혈의 누>는 주인공 김옥련의 여행길을 따라가는 식으로 구축되어 있다. 일청전쟁의 승패를 가른 평양전의 와중에서 부모와 헤어져 위기에 빠졌던 옥련은 일본군 군의의 구원을 받아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다. 일본군 군의의 집에서 행복했던 그녀는 다시 위기에 빠지는데, 이때 다시 한국인 유학생 구완서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구완서를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올라 근대문명을 본격적으로 익히게 된다. 옥련의 이 같은 여로를 통해 <혈의 누>가 드러내고자 한 주제는 분명하다. 근대화만이 한국사회가 나아갈 유일한 길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신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옥련과 구완서의 입을 통해 피력되는 자유연애, 자유결혼의 사상은 이에 비한다면 부차적인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옥련의 여로가 외적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수동적인 성격의 것이라는 점이다. 일청전쟁, 정상(井上) 군의, 구완서의 개입에 이끌려 그녀의 여로는 조선-일본-미국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수동성은 현실에 대한 반성적 탐구와, 작가가 제시하고자 한 새로운 이념에 대한 검토가 전적으로 결여돼 있음을 반영한다. 당대 한국 현실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과 새로운 이념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이 전제되어 있기에, 옥련이, 그리고 옥련이를 좇아가는 독자가 근대의 표상인 일본, 미국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에 대한 점검이 완전히 배제되었던 것이다. 일본, 미국이 표상하는 근대의 절대화가 이처럼 옥련의 여로를 근본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근대의 절대화는 옥련이 고아 상태에서 여로를 시작하고 있음과 대응한다. 부모와 헤어져 이국인 가정에서 자라난 옥련은 한국 사회의 문화적 전통 바깥으로 벗어난 자유인이다. 완전히 백지 상태에 놓인 자유인이기에 그녀는, 한국 사회의 구체적 현실과는 무관하게 절대화된 근대라는 이념을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다. 이 점은 <무정>의 경우와 동일한데, 그러므로 작가는 김옥련과 이형식의 이념이 한국의 현실에 정합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소설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이념의 절대적 정당성에 대한 확신에서 출발하고 있으므로 주장하고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이념의 절대적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 약화되거나 그 정당성의 주장이 의미를 잃게 될 때, 또는 그 이념의 현실화 가능성이 적거나 어려울 때, 혹은 그 이념의 현실화 양상을 소설화할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모자라 작가의 붓길이 막혔을 때, 다른 것이 개입하게 된다. <혈의 누>의 경우, 가족 윤리와 흥미성의 개입이 그것이다. <혈의 누>의 옥련은 근대화의 이념을 일본과 미국에서의 공부를 통해 내보이는 역할만을 짊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고아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적절하게 어울릴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모란봉>의 옥련은 그 이념을 현실화하여야만 하는 입장이다. 작가는 <모란봉>의 옥련을 통해 그 이념의 현실화 양상을 전혀 그려내지 못하였다. 무엇 때문일까. 이인직 문학 전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이인직의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이 탐관오리의 부패정치에 국한되고 있다는 사실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인직은 한국 사회의 부정적 측면을 정치·경제·문화·사상적 측면, 곧 총체적 차원에서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럴 때 새로운 이념의 현실화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이 가능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인데, 그 불가능함의 빈 자리를 가족 윤리와 흥미성이 채웠던 것이다. <모란봉>의 주요 관심사가 옥련의 결혼문제인 것은 이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혈의 누>는 이처럼, 고아상태에 놓인 주인공을 통해 근대화라는 새로운 이념의 절대성을 부각시킨 작품이다. (······) - ‘먹을 것 다툼없이 사는 세상’, 정호웅, <한국문학대표작선집20 : 혈의 누 외>, 문학사상사, 1995(······) 이인직의 첫 소설인 <혈의 누>가 ‘청일전쟁’을 ‘일청전쟁’이라 부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 일본군을 옹호하고 청나라 군사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태도로 일관되어 서술되었음과 함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주인공 김옥련이나 약혼자 구완서의 미국 유학이라든가 그들이 내세운 신교육 사상, 문명개화 사상의 피력, 작가가 자주 표면에 큰 얼굴을 내밀어 탐관오리를 매도하는 것 등에 있다. (······) 친일적인 사상, 탐관오리로 표상되는 구정치인에 대한 혐오 사상, 신교육 사상에 대한 긍정이라는 이 세 가지 골격은 그가 당시 한국적 현실을 가장 실리적인 측면에서 파악한 탓이다. 그는 마흔 살까지도 벼슬을 하지 못한 미미한 계층 출신이며, 따라서 구정치인에 대한 증오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거니와, 일본을 청국보다 일층 높이 평가한 것도 사정은 같다. 즉 계층적 뿌리가 약해 권력층에 설 수 없었던 그는 일본과 청국 중 어느 쪽이 실력이 있느냐, 어느 쪽에 기댐이 현실적인가를 편견 없이 자유로운 처지에서 바라볼 수 있었음을 뜻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적인 감각을 이념의 레벨에서 번역해서 말해질 땐 ‘문명 개화’로 표상되는 것이다. (······) 그의 이러한 태도는 신문사 주필이 되고 또 사장이 되는 길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그가 주필이나 사장이 되어 펴고자 한 원래의 포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당초 그의 포부란 신문사의 주필이나 사장이 됨으로써 정당정치의 대의사로서 그 당의 정견을 펴는 정치 소설가로 천하를 주름잡는, 저 <가인지기우>나 <설중매>, 또는 <경국미담>의 작가를 본받음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독립협회와 그 연장선에 있던 만민공동회가 이미 보부상에 의해 해체된 지 오래며, 의회정치는커녕 바야흐로 일본 총독정치가 시작된 한국에 있어서는 일본과 같은 정치소설은 생각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가 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은 정치 소설의 결여 형태인 <혈의 누>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청국에의 증오와 일본에의 편향성, 구정치인에 대한 비판적 태도, 문명 개화를 통한 사회개조가 <혈의 누>의 성격을 결정한 것이며, 1906년 지식인의 수준으로 볼 때 이러한 성격은 현실적이라 할 것이다. 이를 두고 사이비 또는 준(準) 정치소설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준 정치소설적 성격도 시기가 지날수록 더욱 흐려져, 1904년 가을에 김관일과 그의 딸 옥련이 귀국함으로써 비롯되는 <혈의 누>의 하편격인 <모란봉>에 이르면, 고대소설의 수준으로 후퇴하고 마는 것이다. (······) - ‘정치소설의 결여 형태로서의 신소설: 이인직의 경우’, 김윤식, <한국문학대표작선집20 : 혈의 누 외>, 문학사상사, 1995
관련도서
<신소설 연구>, 전광용, 새문사, 1986 <개화기 소설의 이해>, 윤명구, 인하대출판부, 1986 <신소설의 문학사적 성격>, 조동일, 한국문화연구소, 1972 <한국 개화기소설 연구>, 이재선, 일조각, 1972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국어국문학자료사전>, 국어국문학편찬위원회 편, 한국사전연구사, 1995 <한국근대문인대사전>, 권영민 편, 아세아문화사,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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