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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권

작품명
마권
저자
유항림(兪恒林)
구분
1930년대
작품소개
<마권>은 일제치하의 도시 지식 청년층이 겪는 어두운 삶의 분위기를 제시한 것으로 주목되는 작품이다. 만성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낸다. 만성은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이러한 무의미한 생활을 돌이켜 보곤 한다. 그러한 그의 생활 신조는 ‘할 일이 없어도 동무들을 찾아 다닐 것, 단 한 시간 이상 머무는 것은 금물, 걸음은 빨리 할 것’ 등이다. 만성은 중학교 4학년 때 독서회 사건으로 검사국에 넘겨졌다가 기소유예로 석방된 일이 있었는데, 그 일 이후로 아버지는 만성의 모든 부탁을 다 들어주다시피 했다. 만성은 양복 값으로 아버지에게서 받은 90원을 금융조합, 우편소, 은행에 나누어 저금했다가 다음날 다시 찾아 다시 저금을 하는 등 저금하고 다시 찾는 무의미한 일을 되풀이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만성은 위병으로 학기를 취소하고 그 길로 은행, 우편소, 금융조합에 가서 저금해 놓은 돈을 찾아 느닷없이 동경으로 간다고 한다. 이러한 갑작스런 동경행에 대해 만성은, “내 생활 의욕이나 이지적 판단을 버리는 것이 아니며, 단순히 버리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즉, ‘나는 생활 없는 형태를 버릴 뿐이니, 통용 못하는 루블 지폐로 마권(馬券)을 산다면 그것은 현실이 아니고 너의 주관인 것이다. 절망이라고 생각하는 주관에만 절망이 있다’는 것이 만성의 생각이다. 지식인들의 나약함을 폭로함으로써 독자에게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판과 이론보다 실천하는 지식인상을 제시하고자 한, 자전적 성격이 짙은 작품이다.
저자
유항림(兪恒林, 1914~1980) 평남 평양 출생. 평양 광성중학교를 마친 후, 1937년 김화청·구연묵·김이석·최정익 등과 함께 <단층(斷層)> 동인으로 참가하면서, 창간호에 소설 <마권(馬券)>(1937)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구구(區區)>(1937), <부호>(1940), <농담(弄談)>(1941) 등의 소설과 <개성·작가·나>라는 평문을 발표하여 김동리·허준·최명익 등과 더불어 문단의 신세대작가로 주목받았다. 1945년 광복 이후로는 북한에서 활동하였으며, 1954년 <직맹반장> 등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유항림의 소설은 대체로 역사적 방향감각과 이념적 지표를 상실한 일제강점기 말기의 지식인들이 겪었던 혼란상을 제재로 하고 있다. 유항림의 소설은 이성적이나 행동하지 못하는 지식인과 비이성적이나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을 대비시키면서, 역사적 방향성을 상실한 시대에서 올바른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 같은 유항림의 소설은 파시즘의 득세와 더불어 역사적 방향성을 상실한 1930년대 후반기의 한국지성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소설사적 의미를 지닌다.
리뷰
유항림은 1937년 평양에서 결성된 <단층> 동인의 한 사람이다. <단층> 동인은 소설가의 경우 최명익의 동생인 최정익을 비롯 유항림, 김이석, 김화청, 이휘창, 김여창, 구연묵, 김성집 등이 있고, 시인으로는 양운한과 김조규가 참여하고 있다. 동인들 중 소설가가 압도적인 데서 알 수 있듯이 <단층>은 소설 중심의 동인지로, 이미 문학활동을 하고 있던 최명익과 소설 경향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해방 이후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이들은 당시 가장 전위적인 문학기법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이드와 베르그송의 의식활동을 존중’하려는 경향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러한 새로운 문학으로 당시 기성작가들과 층계(단층)를 지어 보겠다는 야심을 피력한 바 있다. 1930년대의 대표적인 평론가인 최재서가 이들 문학의 공통된 경향으로 ‘사회적 양심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신념으로 윤리화시킬 수 없는 인텔리의 고민과 회의를 심리분석적으로 그리려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마르크시즘과 프로이티즘의 종합’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도 이들의 경향을 짐작하게 하는 하나의 단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단층’과 문학은 우리 문학사에서 볼 때 지식인의 행동에 대한 자의식을 주로 그렸던 최명익의 소설과 카프의 해산 이후 사회주의 지식인들이 관념적인 정치운동으로부터 생활현장으로 복귀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자의식을 통해 드러내려고 했던 프로문학 작가들의 전향소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층> 동인들 역시 1930년대 전반기를 풍미했던 한 시대의 정신이라고 할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자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프로작가들의 전향문학과 궤를 같이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이러한 지식인의 이념의 문제를 지식인이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속성인 행동에 대한 자의식으로 풀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최명익의 후예들이라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항림의 소설을 중심으로 이들 선배 세대의 작품과 다른 <단층> 동인들만의 독특함을 짚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마권>(<단층> 1호 1937. 4)에는 사회주의자로 감옥에까지 갔다 온 경험이 있는 전향자 만성, 창세, 종서 이렇게 세 친구가 등장한다. 이 소설은 이러한 인물들이 감옥에서 나와 이후의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대립적으로 보여 주면서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인가’라는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일 수 있다는 만성의 현실에 대한 회의론과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고 사는 것’이라는 종서의 낙관론은 천황제 군국주의에 의해 점차로 자신들의 야욕을 드러내는 일제의 억압적인 식민지정책 아래서 미래에 대한 전망을 상실한 당대 지식인들의 두 가지 전형적인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 유항림은 종서와 혜경의 연애사건을 통해 종서의 인간 이성에 대한 신념이 오히려 변화된 현실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고 있는 왜곡된 고집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종서로 대변되는 과거 사회주의 지식인들의 신념을 비판한다.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만성은 종서에게 지금은 사용될 수 없는 한 시대 전의 ‘통용되지 못할 루블화(사회주의 이념)’로 ‘마권(새로운 출발, 동경행)’을 살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과거를 ‘단순히 버리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 소설은 유항림 세대 지식인의 새로운 현실을 향한 출사표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과거와의 과감한 단절을 주장하던 이들 지식인의 귀착지는 결국 어디일까.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구>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이미 제목을 통해 <마권>에서 주장하던 논리 자체를 뒤집고 있다. ‘구구’라는 단어가 ‘의견이 구구하다’거나 ‘구구한 변명’이라는 예로 쓰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모양새가 각각 다르거나 잘고 구차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여기에는 이미 자신들의 논리 자체가 바로 그러하다는 자의식이 스며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권>의 만성과 비슷한 인물 면우의 행각, 즉 기생 록주의 순정을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면서 그녀가 새로운 출발을 하도록 배려해 주는 것도 아닌 이기적인 행동과 과거 자신의 동지를 팔아먹은 자를 자신 역시 그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자책감으로 단지 경멸하고 마는 냉소주의적 모습은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새 출발을 감행한 그들의 솔직한 현실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들의 행위를 신성한 그 무엇으로 감싸지 않고 그 허위를 전폭적으로 드러내려는 정신, 즉 자신들이야말로 구구한 족속에 다름 아니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는 이 세대들이 지니고 있는 건강함이자 새로운 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역사에 대한 소명의식과 예술가의 자세’, 신수정, <심문 외>, 최명익 외, 동아출판사, 1995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한국소설과 근대적 일상의 경험>, 김명석, 새미, 2002 <1930년대 후반기 소설 연구>, 이화진, 박이정, 2001 <심문 외>, 최명익 외, 동아출판사, 1995 <잊혀진 작가와 작품>, 김시태 편, 깊은 샘,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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