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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부가(庸婦歌)

작품명
용부가(庸婦歌)
저자
미상
장르
가사
작품소개
조선 후기의 작자 미상의 가사. <경세설(警世說)> 또는 <초당문답가(草堂問答歌)>라 불리는 가사집에 다른 12편의 가사와 함께 실려 전한다. 이 작품은 제목에 드러나 있듯이 인륜이나 도덕을 전혀 모르는 어리석은 부인 용부(庸婦)의 행적을 다룬 것이다. 어리석은 부인으로는 익명의 ‘저 부인’과 ‘뺑덕어미’ 두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에 따라 작품을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뺑덕어미는 구비 문학에서 창조된 전형적인 인물로, 그 행위가 공식화되어 있을 정도다.
내용
현대어표기(부분발췌) 흉보기가 싫다마는 저 부인의 거동을 보소. 시집간 지 석 달 만에 시집살이가 심하다고 친정에 편지하여 시집 흉을 잡아내네. 계엄한 시아버지에 암상스런 시어머니라. 고자질 잘 하는 시누이와 엄숙한 맏동서며, 요사스럽고 간악한 아우 동서와 여우같은 시앗년에 드세구나 남녀 하인 들며나며 홈구덕에 남편이나 믿었더니 열 번 찍은 나무가 되었구나. 여기저기 말이 많고 구석구석 모함이라. 시집살이 못 하겠다며 자살하려고 간수를 마치고 치마를 쓰고 내닫기도 하고 봇집을 싸 가지고 도망하기도 하며, 오락가락 견디지 못해 스님이나 따라갈까 긴 담뱃대를 벗 삼아서 들 구경이나 하여 볼까. 점치기로 세월을 보내는구나. 겉으로는 시름에 쌓여 있지만 속으로는 딴 생각에 얼굴 단장으로 일을 삼고 털 뽑기로 시간을 보낸다. 시부모가 타이르면 말 한 마디 지지 않고 남편이 나무라면 뒤받아 대꾸하고, 드나드는 초롱꾼에게 팔자나 고쳐 볼까. 양반자랑은 모두 하면서 색줏집이나 하여 볼까. 남문 밖 뺑덕어미처럼 천생이 저러한가 배워서 그러한가. 본데없이 자라나서 여기저기 무릎맞춤에 싸움질로 세월을 보내고, 남의 말 옮기기와 들어와서는 음식얘기, 조상은 안중에 없고 불공드리기로 일을 삼을 때, 무당, 소경을 불러다가 푸닥거리 하느라고 의복들을 다 내주어, 남편 모양을 볼 것 같으면 삽살개 뒷다리처럼 초라하고 자식 모습을 볼 것 같으면 털 빠진 소리개처럼 헐벗었다. 엿장사, 떡장사를 아이 핑계로 다 부르고 물레 앞에서 하품을 하고 씨아 앞에서는 기지개를 켠다. 이 집 저 집 이간질 시키고 음담패설을 하는 것으로 일을 삼는다. 남을 모함하고 골탕 먹이기, 살림살이는 줄어가고 걱정은 늘어간다. 치마는 짧아가고 허리통은 길어간다. <중략> 무식한 창생들아 저 거동을 자세보고 그릇 일을 알았거든 고칠 改(개)자 힘을 쓰소. 옳은 말을 들었거든 행하기를 위업(爲業)하소.
해설
작품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익명의 부인 또한 뺑덕어미와 동질적이지만, 그 행위가 시집살이하는 가운데 시집의 흉을 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악행이 나타나기는 하나 뺑덕어미에 비하면 약화되어 있다. 그리고 전반부의 익명의 부인은 양반층 부녀임을 명시해 놓았으나, 후반의 뺑덕어미는 신분은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그 행위를 보아서 서민층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상층이나 하층에 관계없이 어리석은 부녀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인륜을 파괴하고 패가망신하기에 이르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작자의 의도는 “무식한 창생(蒼生)들아, 저 거동을 자세 보고, 그른 일을 알았거든, 고칠 개(改)자 힘을 쓰소, 오른 말을 들었거든, 행하기를 위업(爲業)하소.”라는 끝맺음말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즉, 작자는 상층·하층 할 것 없이 인륜과 도덕을 저버리고 부녀자들이 악행을 일삼는 일이 있음을 개탄하면서, 유교적 질서와 규범이 준수되고 회복될 수 있도록 교훈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보아 작품의 표면에 드러나 있는 주제는 어리석은 부녀자에 의하여 파괴된 인륜도덕을 회복하자는 것이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의 주제는 계녀가사(誡女歌辭)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나타나 있다. 즉, 주제를 드러내는 방법에 있어 계녀가사는 사대부가의 부녀자가 지켜야 할 규범을 <소학> 또는 <주자가훈(朱子家訓)>에 입각해서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열거해 교훈을 직서적(直敍的)으로 제시한다. 이에 반해서, 이 작품은 실제로 그러한 규범이 어떻게 파괴되고 있나를 생생한 행적을 통해 보임으로써 그 교훈을 반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뚜렷한 차이다. 뺑덕어미와 익명의 부인을 통해 거침없는 행동, 상식을 벗어난 파격적인 행위를 아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용부가>는 대략 네 가지 정도의 문학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이 작품은 두 여인을 등장시켜 그들이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잘못된 행동을 하는지를 묘사·서술하여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경계하게 한 가사이다. 둘째, 두 주인공이 등장하기는 하나 그들은 서로 전혀 교섭을 가지지 않는 구성을 취한다. 셋째, 두 여주인공을 통해 경계되는 행동들은 ‘시집의 흉’을 보거나 ‘시집의 가족들에게 대항’하거나 ‘노동을 싫어하거나 미신이나 좋아하는’ 등이다. 넷째, 속어가 문학용어로 등장하여 서민들이 문학의 표면에 나타난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한국문학사의 근대적 지향의 한 모습을 엿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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