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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녀가(誡女歌)

작품명
계녀가(誡女歌)
저자
미상
장르
가사
작품소개
<계녀가>란 시집가는 딸에게 시집살이의 규범을 가르치기 위하여 지은 가사로서 규방가사(閨房歌辭) 혹은 내방가사(內房歌辭)의 한 갈래로 규방가사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제목도 계녀가(戒女歌)·계녀사(戒女辭)·계아가(戒兒歌)·경계가(警戒歌)·여아경계가(女兒警戒歌)·교녀가(敎女歌)·교훈가(敎訓歌)·여자유행가(女子留行歌)·규중가(閨中歌)·규중행실가(閨中行實歌)·훈계가(訓戒歌)·귀녀가(貴女歌)·경계초(警戒抄)·여자행신법(女子行身法)·복선화음가(福善禍淫歌)·훈시가(訓示歌)·규문전회록(閨門傳懷錄)·행실교훈가(行實敎訓歌) 등 다양하다. 그러나 계녀가사로서의 유형적 구조를 온전하게 갖춘 작품은 거의 다 명칭이 <계녀가>로 되어 있으므로, 이 유형을 총괄하여 계녀가사라 하게 된 것이다.
현대어풀이
아이야 내 말을 들어봐라. 내 본래 주의가 모자라서 매사에 등한하고, 자녀에 대한 정이 별로 없어서 남매 중에 너 하나만을 십칠 년이나 자라도록 한마디 교훈도 없이 멋대로 자라게 했으니, 배운 것이 없어서 하나도 볼품이 없게 되었구나. 나이를 먹고 자라 여럿이 구혼을 하여 울산산성 엄씨 댁에 좋은 인연이 걸렸던지, 문벌도 좋고 집안의 법도도 훌륭해서 여러 어른들이 인품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내 생각에 흡족하여 한 번에 허락하였다. 무오지월 초닷새에 결혼하는 좋은 날이 되었구나. 식장의 손님과 주인자리에 어진사위를 맞으니, 시원스러운 저 행동이 군계일학이로구나. 행동이 어김없는 군자의 태도는 귀하게 될 상이다. 이런 사위를 고르려던 나의 소망이 맞았으니 신부는 어떨까. 속으로 생각하니 좋은 중에도 걱정이다. 네가 비록 사리가 어둡지만 본성이 무던하니 교훈이나 들려주겠다. 오늘날 하는 말이 네가 듣기에는 꿈같겠지만 너의 본성이 선하니, 깨우치면 되느니라. 고사에 실린 말씀이 뚜렷이 있지만 장황해서 다 못하고 대강 적어보니 자세히 들어보고 명심하고 마음에 새겨 잊지말아라. 태임태사의 착한 행적은 만고에 전해진 가르침이요, 그 외의 여성 군자가 여자 가운데 몇이나 있겠는가. 지금도 짐작해 보면 옛 사람들뿐일 것이다. 문화가 생긴 후에 오륜이 이어 생겼으나 규중의 여자로서 다 알 수야 있겠냐마는 칠거지악과 삼종지도를 모르겠느냐. 그중에 부모를 섬기는 도리는 모든 행동 중에서도 으뜸이다. 효자가 하루라도 아껴서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에는 백년도 잠깐이니 잠시 동안 부모 섬기기를 잊을 수 있겠느냐. <중략> 교훈없이 사람이 되느냐, 옳다고 변명하지 말고 잘못하였거든 자백하고 빨리 그 잘못을 고쳐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마라. 잘못을 되풀이하면 옳은 일까지도 의심을 받기 쉽고, 옳은 일이 되풀이되면 잘못도 용서받기 쉬우니라. 바다같이 넓은 인자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시거든 더욱더 감격하여 조신하게 행동해라. 자기가 쓰는 물건도 소중히 여기건만 하물며 형제간이야 한 부모 몸에서 났으니 그 아니 중요하며 친애하지 않겠느냐. 작은 일을 허물하지 말고 너의 도리만 극진히 하면 남이라도 화합하는데 형제간이야 이를 말인가. 형제가 의가 좋으면 화락하여 서로 아끼니, 인간의 우애를 지키는 것은 집안 여자에게도 달려 있다. 우애가 끊어지면 화기가 다시없어 집안의 법도가 무너지면 한심하지 않겠는가. 적은 베와 적은 곡식도 있는 대로 나누어 갖고 우애만 생각하고 재물을 따지지 마라. 재물 때문에 의가 상하면 형제가 남과 같다. 천륜으로 생긴 우애 나날이 솟아나니 형우제공 각각하면 일가가 화목해진다. 점차로 조상을 따르면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난다. <중략> 남녀종은 심부름꾼이라 수족과 같다 신분은 다르지만 그들 또한 한 식구와 같다. 알뜰히 거두되 은혜와 위엄을 동시에 베풀어라. 위엄이 지나치면 절로 충성이 없고 은정과 애정이 지나치면 버릇이 없어지기 쉽다. 입고 먹는 것을 살펴주어 춥고 배고픈 것이 없게 하라. 의심이 들거든 시키지 말고 시킨 후에 의심하지 마라. 양반이 의심하면 틈만 나면 속이는 마음을 갖는다. 죄가 있어서 꾸짖어도 사정을 알아보고 위엄을 세워서 의리로 타이르면 감복하고 뒤탈이 없다. <중략> 치산에 쓰는 기물은 제자리에 바로 두고, 대문과 창호를 단속하며 방과 마루를 깨끗이 해라. 남과 이야기할지라도 언어를 조심해라. 남의 흉이 한 가지면 내 흉은 몇 가지겠는가. 착한 사람 본을 받고 흉한 사람은 경계하면 그 중에 스승이 있어서 내 사람됨이 나아진다. 여자의 본 성품이 편협하기 쉬우니 일시에 참지 못하고 한 말 후회하면 뭐하느냐. 참기를 위주로 하여 속 넓히기에 힘을 써라. 점차 행해가면 그것도 공부가 되어 천성도 고치는데 잘못이야 저지를까. 매사에 거짓말을 하지 말고 진정으로 하여라. 거짓말은 헛일이다. 남부터 먼저 알아차리니 부끄럽기 한이 없다. 칭찬이 좋다 하지만 칭찬 끝에 흉이 있다. 헐뜯는 말이 서운하다 하지만 그것이 스승이 된다. 헐뜯는 말을 듣고 자책하여 나의 허물을 내가 알아서 다시금 명심하면 꾸짖는 말이 칭찬이 된다. 여자의 소리가 크면 가문의 법도가 불길하니, 암탉이 우는 소리를 경계하는 말은 부인의 도리에 관계되어 진선진미를 못할망정 유순하기가 으뜸이다. 가난한 살림을 구원하는 것과 은혜를 베풀고 갚는 것은 예부터 집안의 선을 쌓는 것이라 차례로 규범이 있어서 어른이 할 일이다. 그러니 그것이 너와 관계가 있겠느냐. 네가 듣기 부끄러울테니 아직은 못 하겠다. 너의 사람됨이 무던하니 많은 경계의 말은 이만 하겠다.
해설
<계녀가>류 가사의 작품 구조는 일정한 유형의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 전형적인 것을 기술되는 차례에 따라 열거해 보면, ① 서사(序詞), ② 사구고(事舅姑: 시부모를 섬김), ③ 사군자(事君子: 남편을 섬김), ④ 목친척(睦親戚: 친척과 화목함), ⑤ 봉제사(奉祭祀: 제사를 받듦), ⑥ 접빈객(接賓客: 손님을 대접함), ⑦태교(胎敎), ⑧육아(育兒), ⑨ 어노비(御奴婢: 종들을 다스림), ⑩ 치산(治産), ⑪ 출입(出入), ⑫ 항심(恒心: 평소의 마음가짐), ⑬ 결사(結詞)와 같은 13개의 항목으로 짜여져 있다. 물론 모든 작품이 다 이렇게 짜여진 것은 아니다. 작품에 따라 한두 개의 항목이 빠지거나 더 첨가되기도 하며 순차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형태는 13개의 항목을 순차적으로 온전하게 갖춘 정격형 작품과 그러한 구조를 약간씩 벗어난 변격형으로 크게 나뉘어진다. 정격형은 음수율에서 3·4조를 철저히 지키는 경향을 보이며, 총 200행(400구) 내외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또 주제는 <소학(小學)>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시종일관 유교적 규범에 충실한 교훈문학 혹은 목적문학으로서의 성격을 뚜렷이 지닌다. 이에 반해 변격형은 음수율에 있어 3·4조 혹은 4·4조를 혼용하는 경향을 보이며 대체로 정격형보다 장형화된 작품이 많다. 이들은 때로 정격형의 기본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단순히 항목의 확대·축약·혼합에 머무르지 않고, 그 규범적 요소나 주제를 벗어나 작자층의 체험적 요소를 삽입함으로써 상당 부분 내용상의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계녀가사가 언제 형성되었는지는 작품들의 창작연대에 대한 기록이 없어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계녀가사의 기본골격을 이루는 13개의 주제 항목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문헌들의 출간연대와 또 현존작품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원전을 토대로 추정한다면 18세기 중엽, 곧 조선 영·정조시대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계녀가>류의 가사는 유교적 규범을 관념적으로 서술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하여 차차 생활의 체험을 반영하면서 인접 장르인 민요나 소설 쪽으로 개방성을 보이면서 상당한 변모를 거치게 된다. 그러한 예로서 <복선화음가>에 ‘괴똥어미’의 행실에 관한 소설적 모티프가 개입되어 있다든지, 또 문경과 영주지방에서 채록된 <계녀가>가 민요와 가사의 중간적 성격을 보인다든지 하는 사실을 들 수 있다. 계녀가류는 규방가사의 주류를 이룰 정도로 많이 지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이 조선시대 문학사의 표면에 등장하여 남긴 작품의 대다수가 계녀가류라는 사실은 이러한 문학작품을 통해서 그들만의 생활이라든가 가치관 등을 알 수 있게 한다. 작가층으로서 여성의 등장인 동시에 또한 여성이 교훈의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어서 ‘여성 : 여성’, ‘여성 : 사회’라는 현실생활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계녀가사는 시집가는 딸에게 시집살이에 대한 규범을 가르칠 목적으로 지어진 가사로, 주로 어머니가 딸에게 규범을 전달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규방’ 혹은 ‘내방’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가사의 창작과 향유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어머니에 의해 계녀가사가 많이 지어질 수 있었다. 즉 계녀가사의 작자는 일반적으로 사대부가(士大夫家) 부녀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시집가는 딸을 훈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출되는 것이므로, 대부분 그러한 딸을 둔 어머니가 작자가 된다. 어머니가 변고·사망으로 없을 경우에는 할머니가 짓는 경우도 있다. 그 또한 없을 때는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가 대신 짓기도 한다. 이들 작자층은 시집갈 규수를 교육시킬 수 있는 직계존속으로 기성세대의 인물들이다. 대개는 가족집단의 구성원이면서 가문을 중히 여기는 사대부가의 부녀자층에 속한다. 계녀가사를 받아들여 생활화하고 전수하는 층은 자연히 작품의 대상층에서 드러난다. 그 대상은 원칙적으로 신행길을 떠나 시집으로 향하려는 상황에 처한 새색시, 곧 작자층의 딸이 된다. 그러나 때로는 아직 혼인 전에 있는 딸에게 집안의 법도와 예절에 대한 예비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지어지기도 한다. 혹은 시집살이 도중 친정에 근친와 있는 딸을 위한 것도 있다. 시집가서 잘 살고 있더라도 더욱 시집살이를 잘하라는 격려의 뜻으로 시집에 있는 딸에게 보내는 경우와 시집가서 불행히도 일찍 과부가 된 딸을 교훈하기 위한 것도 있다. 이들 대상층이 곧 수용자층이며, 그에 그치지 않고 다시 그 다음 세대의 딸이나 며느리에게 전사(轉寫)되어 전승되는 경우가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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