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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李浩哲)

예술가명
이호철(李浩哲)
전공
소설
개요
이호철의 문학 세계를 살펴보면, 초기에는 전쟁의 상흔을 섬세한 필치로 묘사한 <소묘>, <나상> 등의 단편소설을 발표하였다. 1959년에 발표된 <파열구>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젊은이들의 내면세계를 그린 단편이다. 특히 전쟁을 비껴서서 특권을 누리는 사람과 전쟁 속에서 훼손되고 이지러진 사람 사이에서 유발되는 미묘한 갈등이 잘 그려져 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현실세태의 이모저모를 특이한 역사감각으로 들추어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1961년에 발표된 <판문점>은 작가적 체험으로서의 고향상실을 개인적인 내면의식보다는 민족분단의 역사적 상황과 결부시킴으로써 강렬한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닳아지는 살들>과 같이 평범한 일상인들의 생활공간을 형상화함에 있어서도 분단상황은 작품의 원경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호철의 작품세계는 1964년 발표한 <소시민>을 계기로 변모한다. 뿌리 뽑힌 자들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모순된 현실 상황을 직시하게 되면서 그의 소설은 <퇴역 선임하사>, <자유만복>, <부시장 부임지로 안 가다>, <어느 이발소>, <탈사육회> 등과 같은 풍자문학적 경향을 띠게 되었다. 1970년대에는 일시적으로 작품을 발표하지 못하지만, 이러한 현실 참여의 경험을 통해 현실의 비리와 부조리가 궁극적으로 분단상황으로부터 비롯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그 겨울의 긴 계곡>, <물은 흘러서 강> 등과 같은 작품은 이러한 작가의식의 문학적 표현이다. 1988년 발표한 장편소설 <문>은 이러한 작가적 변모와 성취의 결산이라고 할 만하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감방이라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을 내면상황의 확대로 변조시킴으로써 분단의 역사를 포괄하고 있다. 4·19 혁명 이후 젊은 세대의식과 체질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 참고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누리미디어, 2002 <한국현대문학작은사전>, 가람기획편집부 편, 가람기획, 2000
생애
함남 원산에서 출생한 이호철은 원산중학을 졸업하였고, 1950년 12월 월남하여 부산에서 생활하였다. 부두 노동자, 미군 부대 경비원 등으로 일하다가 1953년 상경, 1955년 6·25 무렵의 어려웠던 생활을 서정적인 필치로 묘사한 단편소설 <탈향>이 <문학예술>에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다. 1970년대에는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여 옥고를 치렀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 등을 역임하였으며, 1994년에는 연변 조선족 민족문학학원 한국문학강좌의 강사로 초청받아 강의하기도 했다. 1961년 제7회 현대문학상, 1962년 제7회 동인문학상, 1989년 대한민국문학상 본상 등을 수상하였다.
약력
1932년 함남 원산 출생 1950년 월남 1955년 단편 <탈향>으로 <문학예술>지에 추천 · <나상>을 발표함으로써 추천 완료 / 출판사 광문사 입사 1961년 전후문학인협회 간사 역임 1965년 <창착과비평> 창간 참여 1970년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출강 1971년 민주수호국민협의회 결성 · 운영위원으로 활동 1972년 국제펜클럽 주최 일본문학 심포지움 참가 1974년 문인 시국성명을 주도 ·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 1985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 1987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주최로 4·13 조치에 대한 문학인 194인의 견해 발표 주도 1988년 연변 조선족 자치주 민족문학원 설립 기금으로 방송공익자금 예산에서 2억원 확보 문예진흥원에서 기착하여 설립위원회 조직 · 대표로 취임 1989년 국제펜클럽 캐나다 토론토회의 참가 199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피선 1994년 연변 조선족 민족문학원 한국문학강좌 강사로 초청 강의 / <한국문학> 주간
상훈
1961년 현대문학신인상 소설부문 - <판문점> 1962년 동인문학상 - <닳아지는 살들> 1989년 대한민국문화상본상 1996년 대산문학상 1998년 대한민국예술원상 단편소설집 <나상>(1961) <큰 산>(1972) <닳아지는 살들>(1975) <이단자>(1976) <1970년의 죽음>(1977) <밤바람 소리>(1980) <문>(1981) <월남한 사람들>(1981) <이산타령 친족타령>(2001) 장편소설 <공복사회>(1968) <남풍북풍>(1977) <그 겨울의 긴 계곡>(1978) <재미있는 세상>(1978) <물은 흘러서 강>(1984) <천상천하>(1986) <까레이우라>(1986) <개화와 척사>(1992) 수필집 <명사십리 해당화야>(1986) <자기답게 사는 길>(1988) <세기말의 사상기행>(1993) <희망의 거처>(1994) <산 울리는 소리>(1994)
작가의 말
(……) 요컨대 인간의 행복이란 끊임없는 행동, 끊임없는 움직임, 약동하는 생명의 연소, 그 자체이다. 그것은 남이 보기에는 고통이지만 살아 있음의 가장 확실한 증거이다. 사람은 누구나가 제각기 생긴 만큼, 처한 상황만큼, 행동의 장이 정해지기 마련이다. 그 장의 성질에 따라 행복을 추구하는 성격도 다를 수밖에 없다. 제각기의 직업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가장 평상인 기준에서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일 것이다. (……)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행복은 과연 어떤 것일까. 말할 필요도 없이 좋은 소설을 한편 써 냈을 때의 그 자족감이다. 이 경우는 에누리 없고 각고(刻苦)에 비례한다. 쓰는 과정이 힘들었을수록 더욱 그렇다. 끝머리를 마치고 나서 원고지뭉치를 가지런히 챙겨, 송곳으로 꿰맬 구멍을 뚫고, 끈으로 묶는 그 순간의 자족감과 행복감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완전하게 내 것이다. 그리고 나서 담배 한 대쯤 피우며, 마당 끝의 나뭇가지에서 참새 두 마리가 지저귀는 것을 멍히 내다보는 순간, 그것은 무료한 순간이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비길 데 없이 보람찬 순간이다. 행복에 대치되는 반대어로 불행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나는 해이(解弛)와 나태, 게으름을 들고 싶다. 그것들이야말로 불행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고통과 맞선 싸움, 끝내는 자신과의 싸움, 바로 그 속에 행복은 있다. 심지어 죽음의 공포도 한가한 사람에게나 있는 것이지, 끊임없이 일하는 사람에게는 찾아들 여가가 없다. 오히려 그런 공포도 절박한 행동 앞에서는 삽시에 사라지고 만다. 알랭이 거듭 말한다. “생활에 충실하면 할수록, 그것을 잃을 걱정은 적어진다.” - ‘나의 행복론’, 이호철, <자기답게 사는 길>, 일월서각, 1988
평론
작가 이문구가 이호철을 두고, 우리 문단의 ‘큰 산’이라고 말했듯이 그를 오늘날 한국의 대표적인 리얼리스트라고 부르는 데 이의를 제의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호철이 <탈향>과 <나상>을 가지고 우리들에게 얼굴을 보였던 1950년대 이후, 우리가 처해 있는 비극적 상황에 대한 반항으로 많은 작가들이 사회적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글을 써냈었지만, 이호철의 문학을 능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가 이렇게 우리 문학사에서 새로운 ‘리얼리즘의 정착’을 열 만큼 큰 작가적인 위치를 구축한 것은 그의 작품량 때문만이 아니라, 분단국가의 탈향민이 겪은 그의 처절한 경험에 바탕을 둔 성실한 리얼리즘과 산문으로서는 지극히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의 영역을 포착하는 그의 독특한 소설 미학 때문이라 하겠다. 그는 1950년 원산중학을 졸업한 어린 나이로 단신 월남하여 부산에서 부두노동 및 제면소 직공, 그리고 외인부대 경비원 등으로 전전하면서 탈향민의 슬픔과 고통을 뼈아프게 경험했고, 그 후 40대에 와서는 ‘본의 아니게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경험을 그의 문학 속에 수용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생경한 사실로만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그는 그의 경험을 상상력과 질박하고 ‘낮은 음조’를 가진 그의 독특한 언어를 통해 굴절시킨 후 새로운 문학적 현실로 변용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이호철은 그 자신이 말한 것처럼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현실에 뿌리를 둔 ‘소설가를 희생하면서까지 예술가가 되려고’ 하지 않았고, ‘예술가를 희생하면서까지 소설가’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 그래서 우선 그는 소설가로서 언제나 현실 깊이 천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세계는 그가 ‘지나온 30년간의 발자취와 궤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그러나 그의 문학세계에서 또 하나 눈에 뜨이는 특색은 앞에서도 뒤풀이해서 밝혀온 형제들간의 뜨거운 애정과 튼튼하고 질긴 인간적인 유대의식이다. 그의 소설 공간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형제 관계는 소설구성의 문제를 떠나서도 분단 시대의 우리들의 아픔을 톨스토이가 주장한 이른바 ‘개선론적 리얼리즘’, 즉 역사의 수레바퀴를 인간의 힘으로 움직이기 위한 휴머니티의 결속 문제와 깊은 관계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 지금까지 살펴본 그의 주제의식은 앞에서 논의해온 바와 같이 그의 소설 미학이 없었더라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소설 미학 가운데 우리들의 눈에 쉽게 발견될 수 있는 것은 일찍이 유종호가 지적한 ‘대조감각’과 정독을 하는 감각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분위기와 무드의 효과이다. 작품 가운데서 상이한 두 가지 도덕적인 규범에 기초를 둔 인물과 풍경들을 비교하고 대조시키면서 묘사하는 것은 어느 ‘리얼리즘’ 소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호철이 그의 작품 가운데 사용한 대조의 미학은 두 가지 점에서 크게 돋보인다. 그 하나는 대조의 방법이 상징적인 색채를 띠면서 주제와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 그래서 언뜻 보면 서로 대조를 시킨 장면과 그 매듭, 그리고 그것에 따른 주제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대단히 힘들 경우가 있다. 이러한 도식을 배제한 미학적인 모호성은 그의 작품을 단순한 현실적인 이야기로부터 예술적인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러면 어떠한 미학이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단절된 요소를 결합시키고 있는가. 그것은 그의 소설 미학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낮은 음계의 유머와 감상적인 요소를 배제한 ‘서정적 리얼리즘’이다. 유머는 희극과 비극, 즉 눈물과 웃음의 경계선에 위치하기 때문에 감상적인 요소를 차단한 ‘서정적 리얼리즘’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 - ‘분단시대의 리얼리즘’, 이태동, <동서한국문학전집23>, 동서문화사, 1987(……) 이호철의 초기 소설은 다년 소설의 양식이 추구하는 상황성의 의미를 극대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드의 미학을 연출하는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성격을 그에게 부여하도록 한다. 그가 일상적인 삶의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그의 소설은 소시민적 근성에 대한 비판적인 대변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분단 상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동안, 이호철은 자기 체험의 밑바닥에 고여있는 이북 출신으로서의 실향의식을 바탕으로, 분단 극복을 위한 새로운 문학적 지평을 열어보이기도 한다. 파행적인 정치 상황에 대항하기 위한 민주화의 투쟁에서도 그는 지식인의 비판적인 자세를 지켜온 실천적인 작가로서 그 역량을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이호철의 문학적 지향은 역사와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작가 의식의 소산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의 소설 세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법과 주제의 변주는, 상황성의 인식으로부터 역사성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관점의 확대 과정으로 그 성격이 규정된다. 그리고 개인적인 내면 세계로부터 사회적인 현실로 그 폭을 넓혀가고 있는 소설적인 무대의 변화도 이와 함께 수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이호철의 소설에서 일관되게 추구되어온 상황성의 의미는 ‘닫힘’의 공간으로 요약된다. 상실의 아픔을 안고 떠도는 사람들의 땅이거나, 과장된 허위 의식만이 판치는 일상의 현실이다. 이것은 모두 분단의 상황 속에 안긴다. 이미 앞에서 전망의 부재라는 상황의 비극성을 지적한 바 있듯이, 이호철의 소설은 역사적 전망으로부터 파탄되어버린 공간을 극대화시켜 보여준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소설적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소재가 ‘문’이다. (……) 이호철의 문학은 결국 상황성의 ‘문’을 여는 작업에 바쳐진다. 이것은 작가 개인으로는 원초적인 아픔이 되었던 실향의식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문제의 영역을 사회적으로 확대시켜볼 경우 분단 상황의 고통을 극복해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 물론, 이호철의 문학은 리얼리즘의 정공법적인 접근이 별로 드러나 있지 않다. 도도한 사건의 흐름을 보여주는 소설도 많지 않고, 한 시대의 삶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운명적인 주인공의 모습도 만나기 힘들다. 내적으로만 확대된 상황, 그 속에 찌든 모습으로 서 있는 사소한 등장인물들의 형상을 대할 때마다, 이호철의 소설이 여전히 청년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소설적인 감응력이라는 점에 있어서도 비슷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그 판단을 달리 할 수 있는 문제지만, 이호철의 문학이 지니고 있는 약점이자 강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묘사의 언어를 구사하는 그가 삶의 역사성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대하적 장편의 구상을 아직도 시도한 것이 없다든지, 여전히 그의 대표 작품들이 단편소설의 분야에서만 거론되고 있는 것은, 우리 독자들이 안고 있는 작가에 대한 아쉬움이다. (……) - ‘닫힘과 열림의 변증법’, 권영민, <서울은 만원이다>, 문학사상사, 1994
관련도서
<이호철 전집>, 이호철, 청계연구소, 1988~1991 <서울은 만원이다>, 이호철, 문학사상사, 1994 <동서한국문학전집23>, 동서문화사, 1987 <한국전후소설에 나타난 현실인식 연구>, 최예열, 대전대 박사논문, 2000 <1960년대 소설의 주체 생산 연구: 이호철, 최인훈, 김승옥을 중심으로>, 이호규, 연세대 박사논문,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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