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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모(鄭漢模)

예술가명
정한모(鄭漢模)
전공
개요
정한모의 작품세계는 다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휴머니즘의 옹호와 생명의 탐구라는 일관된 사상적 지향을 보여주었다. 시세계의 순수한 본질을 탐구해 이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기본 태도에서 출발한 그의 시는, 인생의 순조로운 향상과 더불어 어느 시편이나 부족하고 모자람이 없이 시상의 정확한 응결을 볼 수 있다. 특히, <설원>, <꽃의 탄생>, <아가의 방>, <수면의 숲 누비는>, <나비의 여행> 등의 작품에서는, 대상의 내면에 대한 치열한 구심적인 응시를 통해 농도 있는 서정의 세계를 이룩했다. 소재의 완전한 소화, 전달 가능성에 대한 노력, 시 구조의 엄밀성, 의미의 명징성 등은 그의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이며, 그 밑바닥에는 언제나 인간긍정과 신뢰라는 휴머니즘이 깔려 있다. 그의 휴머니즘은 주로 ‘아가’의 이미지를 통해서 형상화된다. 그의 시에서 ‘아가’는 항상 ‘밤’과 ‘전쟁’의 이미지로 형상화되는 비인간화적 상황 속에 내던져져 있다. 이렇듯 약육강식의 동물적 생존만이 지배하는 비인간화된 현실 속에서 ‘아가’는 생명의 원초적인 순수성을 지닌 존재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연약하고 천진스러운 아가의 생명력 속에서 인간의 삶을 구원할 수 있는 경이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던 것이다. 정한모에게 있어 ‘아가’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응하는 작가의 방식이자 윤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누리미디어, 2002 <한국현대문학작은사전>, 가람기획편집부 편, 가람기획, 2000
생애
충남 부여에서 출생한 정한모는 서울대 국문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시인협회 회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문화공보부 장관,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1945년 동인지 <백맥>에 시 <귀향시편>을 발표하였고, 이어 동인지 <시탑>을 주재하였으며, 전광용 등과 함께 <주막>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시론을 중심으로 한 평론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여 김동인과 이효석의 작품세계를 비교한 <현대작가 연구>를 비롯하여, 한국 현대시의 이론적 체계화를 시도한 <현대시론>, <한국현대시문학사> 등을 간행하였다.
약력
1923년 충남 부여 출생 1945년 <백맥>에 <귀향시편>을 발표하면서 등단 1955년 서울대 국문학과 졸업 1966년 서울대 문리대학 전임강사 1973년 서울대 대학원 문학박사 1975년 서울대 인문대학 교수 1978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1984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 1988년 문공부장관 1989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
상훈
1972년 한국시인협회상 1984년 서울시문화상 1987년 대한민국예술원상 1990년 대한민국문화상 시집 <카오스의 사족>(1958) <여백을 위한 서정>(1959) <아가의 방>(1970) <새벽>(1975) <아가의 방 별사(別詞)>(1983) <나비의 여행(旅行)>(1983) <사랑시편>(1983) <원점(原點)에 서서>(1989) 평론집 <현대작가연구>(1959) <현대시론>(1973) <한국현대시문학사>(1974) <한국현대시요람>(1974) <한국현대시의 정수>(1979) <한국현대시의 현장>(1983) 수필집 <바람과 함께 살아온 세월>(1983)
작가의 말
(……) 넘어서기 어려운 벽에 부딪쳤을 때, 견디기 힘든 아픔을 당했을 때, 자기를 잃어버리고 껍질만의 육신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수습할 수 없는 자기 혼란에 빠졌을 때 자기를 찾고 수습하고 아픔을 견디고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힘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맑은 물처럼 가라앉은 마음으로 자기를 돌아보며 글을 쓰는 일이 최상의 방법이 될 것이다. 글쓰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으면 위와 같은 막다른 지경에 이르지도 않을 것이며, 항상 자기 자신의 생활에 질서가 있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열리고, 어떠한 어려움이나 아픔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길러질 것이다. (……) 현대인에게 그래도 아직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물기 없이 시들어가는 초목에 수분을 공급하여 살아나게 하는 일처럼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하루를 헛되지 않게 살아가게 하는 진실한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글을 쓰는 일이다. 글쓰는 일이 일상화되어 글과 하나가 되는 생활을 하는 사람에겐 힘과 질서가 언제나 봄의 자연처럼 생기있는 것이 될 것이다. -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일’, 정한모, <바람과 함께 살아온 세월>, 문장사, 1983
평론
정한모는 생전에 모두 6권의 창작시집과 2권의 선시집을 간행하였다. 이 중에서 마지막 시집 <원점에 서서>의 시세계는 다소 변화가 있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정한모의 시세계는 초기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사상적 지향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한마디로 휴머니즘의 옹호와 생명의 탐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휴머니즘이란 일찍이 희랍의 철인 프로타고라스가 ‘만물의 척도는 인간’이라고 말했던 것에 연원을 두어 신의 세계와 물질의 세계에 대해서 생명, 즉 인간의 세계를 가치의 척도로 삼는 사상체계를 일컫는 용어라 한다면, 정한모의 시에서 보여주는 ‘생명의 탐구’나 ‘휴머니즘의 옹호’는 기실 같은 뜻을 지닌 말이라 하겠다. 정한모의 시가 초기에서부터 말기에 이르기까지 이 생명존중 혹은 생명예찬을 노래했다는 것은 그의 시집을 임의로 펼쳐보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이다. 가령 그의 초기시인 <태동(胎動)>에서 시인은 “꽃봉오리 같은 조고만한 네 존재에/내 마음 이렇게도 엄숙하고/네가 있어 나는 내일이 아름답구나//오 움직이는 어린 생명이여”라고 노래했고, 그의 중기시인 <꽃의 탄생(誕生)>에서 시인은 “나도 바람탄 기폭처럼 이렇듯/아름의 생명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라고 절규했으며, 그의 후기시인 <당신의 비원>에선 “누구도 빼앗길 수도/허락할 수도 짓밟힐 수도 없는/청순한 생명”의 고귀함을 찬양했다. 이렇듯 초지일관해서 탐구한 그의 생명사상은 시에서 주로 ‘아가’의 의미지로 형상화된다. 물론 그의 시에서 생명의 표상으로 제시된 상징들은 ‘아가’만이 아니다. ‘나무’, ‘꽃’, ‘새’, ‘바다’ 들 역시 그러한 상징들 가운데 하나이다. 가령 “여리디여린 새로운 생명의 환희로 피어나는/희한한 나목의 강인한 의지”에서는 ‘나무’가, “뜨겁게 살아나는 생명의 줄기에는/꽃이 열리고”에서는 ‘꽃’이, “바다는 눈감은 나의 내면에서 차라리/싱싱한 생명이 된다”에서는 ‘바다’가, “홰를 치는 수탉/솟구치듯 잠을 깨는/참새들의 울음 소리/…/오늘이 밝아온다”에서는 ‘새’가 생명의 상징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정한모의 시에 있어서 생명의 대표적 심상은 ‘아가’이다. 이는 그의 첫시집에서부터 마지막 시집까지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시어인데, 그것이 그의 시세계를 내면화시킨 대표적 심상이라는 것은 일차적으로 그의 시집 제목들만 살펴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시집의 제목이 그 시집에 수록된 시들의 내면세계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6권의 창작시집 제목들 가운데서 정한모는 적어도 다섯 개를 ‘아가’의 심상과 관련시키고 있음이 발견된다. 셋째 시집의 제목 <아가의 방>과 다섯째 시집 <아가의 방 별사>는 문자 그대로 ‘아가’가 제목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외 첫째 시집의 제목 <카오스의 사족>, 셋째 시집의 제목 <새벽>, 여섯째 시집의 제목 <원점에 서서>는 내면적으로 ‘아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신화적 상상력으로 볼 때 ‘카오스’는 ‘생성’ 혹은 ‘잉태’를 뜻한다. 희랍신화에서 이 우주의 창조는 ‘카오스’의 상태에서 ‘코스모스’의 상태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카오스는 인간의 일생 중 태아기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새벽’ 역시 하루의 출발이라는 뜻에서 ‘생성’과 ‘분만’의 이미지를 갖는다. 말하자면 새벽은 인간의 일생에 있어서 유아기로 비유될 수 있는 것이다. ‘원점에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원점이란 출발의 지점을 의미하는 것이니 이 역시 한 인간의 일생에 있어서 유아기가 될 수 있음은 충분히 유추될 수 있는 사실이나 그보다는 시인이 이 시어를 특별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 특별한 의미란 이 시집에서 ‘원점’이 회갑 다음의 원년, 다시 말하면 인생 60을 살고 다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가리킨다. 그것은 곧 유아로서 인생의 재출발을 의미한다. 따라서 ‘카오스’는 우주력으로서의 유아기를, ‘새벽’은 일력으로서의 유아기를, ‘원점’은 인생력으로서의 유아기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 모두는 ‘아가’의 이미지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시에서 ‘아가’라는 시어가 아주 빈번히 사용되고 있으며 또 그것이 ‘생명’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이다. (……) 정한모는 우리 삶의 현실을 고통스럽게 참담한 것으로 본다. 그것은 어쩌면 그가 살아온 다난한 역사의 시적 반영일지도 모른다. 일제의 식민지배, 해방 이후의 국토분단과 이념투쟁, 자유당 독재, 6·25의 비극, 오랜 기간의 군사독재와 산업사회의 비인간화 등 우리 삶의 모순이 정한모의 세대에게서만큼 첨예하게 부딪힌 예는 아마 다른 세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이때 만일 시인이 이와 맞서 행동으로 현실에 뛰어들었다면 그는 당연히 정치투쟁시나 사회고발시를 쓰겠지만, 그가 문학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할 경우 그것이 작품에서 내면화될 것은 필연의 사실이다. 정한모는 후자에 속했다. 그는 그가 살던 당대의 이와 같은 비인간화 혹은 몰인간화를 극복하고 그 어두운 시대를 견디어내는 삶의 윤리를 휴머니즘-인간옹호와 생명외경의 사상에서 찾고 이를 시적으로 형상화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에 반영된 생명외경사상은 단지 존재론적인 의미만을 혹은 형이상학적인 높이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현실과 대응하는 방식 혹은 윤리였다. 이 생명외경사상이 내면화된 아가의 이미지에 항상 현실의 모순과 불의를 사장시키는 전쟁 혹은 어두운 밤의 이미지가 수반하는 것은, 따라서 결코 우연이 아니다. - ‘생명의 순수성에 대한 열망’, 오세영, <내 유년의 하늘엔: 정한모 시선>, 미래사, 1991
관련도서
<정한모 시전집>, 정한모, 포엠토피아, 2001 <정한모의 문학과 인간>, 오세영 외, 시와시학사, 1992 <내 유년의 하늘엔: 정한모 시선>, 정한모, 미래사, 1991 <바람과 함께 살아온 세월>, 정한모, 문장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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