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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작품명
메밀꽃 필 무렵
저자
이효석(李孝石)
구분
1930년대
개요
1936년 10월 <조광>에 발표된 이효석의 단편소설. 1941년 박문문고(博文文庫)에서 간행된 단편집 <이효석단편선>에 수록되었다. 이효석의 문학세계가 잘 드러난 대표적 작품으로, 주인공 허생원이 같은 장돌뱅이인 조선달, 동이와 함께 봉평장을 거두고, 다음날 대화장으로 가는 달밤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관능적 정서를 고유의 토착정서에 여과시킴으로써 우리나라 산문예술에서의 시정(詩情)을 승화시킨 작품으로 평가된다. 늙은 나귀와 주인 허생원이 분신관계에 있는 것처럼 이효석의 소설은 인간과 짐승을 별개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을 자연의 일부분으로 끌어들이는 데 그 특징이 있다. 달빛 아래 메밀꽃이 핀 밤길을 배경으로 한 애틋한 사랑의 형상화, 나귀와 나귀새끼의 생태를 통해 허생원과 동이와의 혈연적 관계를 암시하는 구성, 시적인 문체 등 완벽한 서사적 구조과 설정, 뛰어난 묘사와 서정적 미의식을 통해 1930년대 단편의 정점으로 인정받고 있다.
내용
봉평장의 파장 무렵, 드팀전의 허생원은 장사가 시원치 않아 속이 상하고, 동료 조선달의 손에 끌려 충주집을 찾는다. 그곳에서 나이어린 장돌뱅이 동이를 만난다. 허생원은 대낮부터 충주집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동이를 나무라고 홧김에 따귀까지 올려붙이는데, 동이가 반항없이 물러서자 허생원의 마음도 편치 않다. 그러던 중 동이가 허생원의 나귀가 밧줄을 끊고 난리를 치고 있다고 전해주고, 그렇게 사이가 풀려 그들은 다음 장터인 대화로 함께 떠나게 된다. 길가에는 메밀꽃이 달빛 아래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허생원은 달밤의 정취 아래서 몇 번이나 되풀이한 이야기를 또다시 조선달에게 들려준다. 허생원도 한때는 경기가 좋아 한밑천 잡았었으나 노름판에서 다 날려버렸고, 여자와는 인연이 없었으나 평생 꼭 한 번 메밀꽃 핀 여름밤 아름다운 처녀와 물레방앗간에서 정을 나눈 추억이 있다. 이러한 이야기 끝에 허생원은 동이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길을 가는 도중 나귀 등에서 떨어져 물에 빠진 허생원을 동이가 부축해 업어주고, 허생원은 동이의 어머니 고향이 봉평임을 알아내고 어둠 속에서 동이가 자신과 같은 왼손잡이임을 눈여겨본다.
저자
이효석(李孝石)
생애(1907~1942)
호는 가산(可山). 강원도 평창군 출생. 1920년 경성제일고보에 입학하여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체홉 등의 러시아 소설을 탐독하면서 1년 선배인 유진오와 교우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5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과에 입학하였고, 재학시절 조선인학생회 문우회에 참가하여 기관지 <문우>에 시를 발표했고, K. 맨스필드, A. 체호프, H. J. 입센, T. 만 등의 작품을 즐겨 읽으며 문학관의 정립에 힘썼다. 당시 카프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와 비슷한 경향의 소설을 써서 유진오 등과 함께 동반자 작가로 불렸다. 1930년 경성제대를 졸업하고 이듬해 조선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에 보름 정도 근무하다 경성(鏡城)으로 내려가 경성농업학교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1933년 ‘구인회’에 가입했고, 1934년부터 평양 숭실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활동을 하다가 1942년 뇌막염으로 사망하였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경성제대 재학 중이던 1928년 <조선지광>에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하였다. 등단 직후 한동안 동반자 작가로 활동하면서 <기우>(1929), <깨뜨려지는 홍등>·<노령근해>·<북국사신>·<마작철학>(1930) 등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이 작품들은 이른바 제3기 프로문학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프롤레타리아의 이익을 옹호하는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기교면에서의 열등성을 극복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프로문학의 전반적인 퇴조와 함께 그는 1933년 이무영, 정지용, 이상, 이태준 등과 순수문학을 표방한 ‘구인회’를 결성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작품세계를 추구한다. <돈(豚)>(1933)을 분수령으로 하여 경향성을 버리고 자연을 배경으로 한 에로티시즘의 세계로 몰입하게 된다. <돈>에서 작가는 식이의 애욕과 돼지의 그것이 동일선상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 같은 경향의 작품에는 <분녀>·<산>·<들>·<메밀꽃 필 무렵>(1936), <화분>(1939) 등이 있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애욕의 묘사와 더불어 이국취향, 즉 엑조티시즘도 이효석 소설의 주요 성향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그의 문학적 본령은 에로티시즘에 있는데, 성과 자연의 자연스런 대비와 융합이 시적인 문체, 세련된 언어, 서정적 분위기로 작품화되어 나타난다. (……) 문학의 심미성이야말로 환멸에서 인간을 구해주는 높은 방법이란 말은 새삼스런 말은 아니지마는 효석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효석 자신의 이 말은 음미할 만하다. 효석은 문학의 심미성을 시적 경지와 그 방법에 의하여 순화시키려 하였다. 그리하여 그 대상 범위는 작가의 기질과 주체의식의 개성적인 농도에 반비례하여 축소되어 갔다. 스스로 좁혀 들어간 이 작가의 세계 속에서 좁힐수록 더욱 강렬하게 방사(放射)하는 광망(光茫)이 있었다. 나르시스의 거오(倨傲)와 귀족적 취미는 속세적인 모든 오욕으로부터 멀어지려 하였고 그럴수록 더욱 산 너머 저쪽에 대한 향수는 숙명처럼 이 작가를 괴롭히기도 하고 또한 달래주기도 하였다. 산 너머 저쪽에 대한 향수는 미래든 과거든간에 이 작가에겐 항상 현재적인 존재였다. 향수는 선험적인 것에 대하여 재연하기도 하였고, 미지의 대상도 늘 현재의 꿈으로서 벅차게 안겨왔다. 향수와 심미의 문학-효석의 문학은 이러한 요소를 묘출해 나감으로써 그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향수와 심미의 광망은 그 광원(光源)을 하나로 보아도 좋을 것이나 그 사장(射狀)을 따라 세 개의 방사로 나누어보기로 한다. 그 하나는 육신의 낙지(落地)이며 어린 꿈의 요람지인 고향에 대한 혈연적 향수이며, 또 하나는 현대문명의 발상지인 구라파내지 구라파적인 것에 대한 현대문화권 내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향수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현대문명 속에 일그러져 가고 있는 인간들이 그 시달림 속에서 일그러지지 않았던 상태의 인간상을 찾고자 하는 향수-Eden적인 것에 대한 향수이다. 이 세 방향으로 방사되고 있는 효석의 심미성을 찾아보고자 한다. (……) <메밀꽃 필 무렵>을 대표로 하는 몇 개의 작품에서 향수의 산하를 그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메밀꽃 필 무렵>에서만 보더라도 장바닥 분위기에서 메밀꽃이 하얀 달밤, 나귀의 방울소리 절렁대며 넘어가는 산길의 묘사라든지 주고받는 대화에서까지도 효석이 얼마나 정서적 세계의 창조에 그 서정을 경주하였는가를 알 수 있다. (……) ‘허생원’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서곡으로 이러한 정서의 전개가 효석에겐 필요한 것이다. 서곡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사이사이에 삽입되는 풍물시는 청신한 감각과 정서에 넘치면서 ‘허생원’의 과거의 회상을 충분히 음미하는 분위기를 마련해준다. (……) “이지러는졌으나 보름을 가제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의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왼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혀 하얗었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 진부, 봉평, 대화의 인근엔 지금도 메밀밭이 많다 한다. 효석이 고향의 풍물에서 가장 인상깊게 삭여진 것도 아마 <메밀꽃 필 무렵>의 고향의 산하였을 것이다. (……) 효석문학의 특질을 이루고 있는 현저한 일면은 그의 인간 긍정에서 오는 애욕의 예찬일 것이다. 자연으로의 몰입은 그대로 자연성으로서의 인간의 성을 순수한 것으로 제시하려 하고 있다. 금수와 인간의 성본능의 순수성은 식물에서 느끼는 청순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소산이라 보는 것이다. (……) <들>에서 개의 자웅질을 같이 목격한 ‘나’와 ‘옥분’이가 딸기 이상의 유혹 속에서 황홀히 도취하는 맛을 들딸기, 멍석딸기, 나무딸기의 신선한 감각으로 음미하고 있는 성본능을 식물적 미각으로 순화한 것처럼 식물성으로서의 인간 및 성본능의 연역은 이외에도 허다하게 찾아볼 수 있다. 동물성으로서의 연역은 더욱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다. 본능으로서의 성욕에 대하여 인간과 동물과의 거리를 두지 않는다. 이러한 전개를 위하여서는 동물을 인간과 동렬에 세워놓고 인간에 대한 애정 가득 찬 눈을 동물에 쏟음으로써 동물에 의한 인간의 연역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 나귀는 ‘허생원’의 분신이며, 뿐만 아니라 ‘허생원’이란 인물의 대부분-얼금뱅이요, 왼손잡이라는 걸 빼놓고는-은 나귀를 통해서 충분히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에 대한 ‘허생원’의 애착과 정의(情意)의 표현에서 인간 ‘허생원’을 바라보고 있는 꼭 같은 시선이 나귀에게 던져져 있음을 알 수 있다. (……) 동물과 인간과의 애정교류의 발전은 인간의 성본능과 동물의 성본능의 한계를 철회하고 인간이나 동물의 구별을 벗어난 성본능 자체로서의 순수한 현상으로 드러내놓고 그 위에 Primitive한 인간과 동물과의 공통성을 그려내고 있다. (……) 효석이 바라보는 성적세계에서는 인간과 금수의 장벽이 철회되었다. Eden적인 순수한 본능으로서의 성욕을 순수한 그대로 미화하기 위하여는 Moral에 의한 선악의 판단이나 가식의 베일이 필요없다. 순수한 본능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효석의 눈은 오히려 리얼의 근원적인 의미에서 가장 리얼일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현대의 죄의식에서 출발하여 그 죄의식에 원죄의식을 정면으로 부정함으로써 얻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효석의 Eden적인 애욕의 세계는 동화적인 다만 시의식의 발로가 아니라 오히려 보다 현대적인 의식의 소산이라고 보고 싶다. 로렌스나 케셀과 더불어 효석의 현대적인 위치가 정립되는 소이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소설에서 완전에 이르기 위해서는 외계와의 넓고 진지한 교섭과 대결이 필요했을 것이지만 자기의 영토 속에 안주할 수 있는 것만을 수용해두고 음미할 수 있는 대상만을 자기의 서정으로 연역하면서 조화와 안정과 시적 정서로 현대 단편이나 산문이 가져야 할 예술성을 고조한 효석의 우리나라 현대문학에 대한 기여는 큰 바가 있으며, 이것은 또한 스스로 축소한 자기세계 속에 알뜰하고자 한 효석이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한 의도에서 소산되었을 것이다. (……) - ‘효석론’, 정한모, <이효석 전집>, 창미사, 2003작가가 자신의 문학적 지향을 말하고 작품을 해설함은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한다. 창작의 직접 동기는 항상 더 많이 생명에의 애착과 생활에의 흥미에 있는 것이지 목적의식 달성의 욕망에 있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일정한 법칙에 의해서 쓰는 작가라 하더라도 실제 창작의 흥미는 그 법칙의 교전살포(敎傳撒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변화무쌍한 실생활의 재현에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기 문학의 체계의 설명을 온전히 비평가에게 맡겨만 두어도 간간이 위험한 경우가 있다. (……) 에로티시즘의 작가라는 칭호를 받음에 이르러서는 그 경박함과 망령됨에 도리어 눈썹이 찌푸려지며 무엇을 또 더불어 가히 논하려 하는 생각이 날 뿐이다. (……) 비록 애욕의 주제를 취급은 하여 왔어도 그 어느 작품에나 비속한 대문은 없었으며 티끌만큼도 부끄러워할 문자가 없었음을 장담한다. 구태여 비속하게 감상함은 독자의 허물이지 작자의 죄는 아니다. 한 장의 나화(裸畵)도 감상자의 식안을 따라 감상의 정도는 층층일 것이니까. (……) 반드시 애욕을 위한 애욕을 그리려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본연적인 것, 건강한 생명의 동력과 신비성-이라고 할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그러한 표현으로 애욕의 주제가 뚜렷이 눈앞에 떠올랐던 것이다. 인위적인 것을 떠나 야생의 건강미를 영탄한 것이 <산>과 <들>과 <돈(豚)>이었다. <오리온과 능금>에서는 생명의 원소를, <고사리>에서는 생명의 성장을, <메밀꽃 필 무렵>에서는 애욕의 신비성을 각각 그려보려 하였다. 생명의 신비성이 재앙에 한해서 온전히 천대받은 것이 <일기>였다. <성화(聖畵)>에서는 금제된 애욕의 타부를 그려보았고, <장미 병들다>에서는 반대로 허랑한 애욕면을 그려보았다. 다같이 생명의 비밀을 구명해보려고 했음에 지나지 않는다. (……) (‘건강한 생명력의 추구’, <조선일보>, 1938년 3월 6일)(……) 진실 표현의 충동-참으로 이것이 수많은 고금의 소설가로 하여금 열광적인 꼼꼼한 고력 속으로 몰아넣은 요인이다. (……) 한 사람의 소설가는 도저히 동시에 각층 생활의 체험 혹은 감정자는 될 수 없는 까닭에 유동하는 인생의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는 서탁 위에서 거짓말을 꾸미는 수밖에는 없다. 인생의 ‘참’을 말하기 위해서 항간에서 얻은 소재의 부스러기를 토대로 ‘거짓’을 말하게 된다. 이것이 소설가의 운명이다. 소설가의 말로 ‘거짓’이 다만 ‘거짓’에 그쳤는가 그렇지 않으면 ‘참’과 부합되었는가 (……) 소설 및 소설가의 노력의 결론은 온전히 이 한 점에 걸려 있는 것이다. (……) 대체로 종래의 단편소설이 더 많이 사건을 취급하였음에 반하여 현대의 그것이 성격과 동기를 취급하여 온 것이 사실이기는 하나 단편이 장편과 구별되어야 하고 양자의 사이에 엄연한 성격적 차이가 있는 이상 단편에 있어서도 언제나 역시 형식에 대한 일정한 체모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형태가 자유로운 현대에 있어서라도 그것이 단편인 이상 형태에 대한 확호한 인식과 수련은 항상 충분히 전제적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할 불가결의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단편 작가는 지난날의 하이제의 형식론이나 혹은 포우의 단편 창작이론에 다시 한번 귀 기울이기를 부끄러이 여겨서는 안 된다. 대체 단편이 장편을 거부한 이유는 구성의 치밀을 기하고저 함에 있었다. 물론 시대적 요구 혹은 저널리즘의 종용도 단편 발달의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자체적 이유는 형식이 자유로운 장편과는 본의를 달리해서 통일된 형태와 집중된 인상의 강렬을 구함에 있었다. 단일한 주제를 교묘한 구성과 익숙한 화술과 신선한 감각과 시적 상상력의 구사로 통일된 효과를 내도록 표현함에 있다. 민첩한 이지와 똑바른 관찰안과 아울러 정연한 형식미가 단편의 특질이며 장편과 결별되는 추점(樞點)이었다. 단편 작가는 성급하고 결벽하여서 단적 주제와 순일한 인상을 사랑하고 인생의 단편을 기민하고 정직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성벽을 가졌다. 간혹 장황한 이야기나 지리한 변론을 할 때가 있더라도 주제와 인상의 통일적 효과만은 잊지 않는다. 이러한 단편 자체의 특질을 생각할 때에 하이제나 포우의 이론은 현대에 있어서라도 여전히 경청할 만한 불후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 속도와 변전(變轉) 속에서 진을 발견하고 미를 추구하려고 하는 것이 현대라면 단편소설의 감각은 제물에 그런 성격과는 일치의 운명에 놓여 있다. 진실이라는 것은 장황한 설명으로 보아도 도리어 촌구(寸句)로 더욱 여실히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시적 감각도 또한 지연된 시간에서 보아도 순간적 긴장에서 포착되는 것은 아닐까. 현대뿐만이 아니라 어느 시대에서나 긴장 속에서 생명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의 심리에 단편의 형식이 영합됨은 자연한 일이다. 자나깨나 진실의 파악을 명념하고 그 전달을 사명으로 여기는 작가가 직절적인 단편의 형식에 치념함도 또한 당연한 일이다. (……) 물론 소설의 목표는 다만 진실의 전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실의 표현을 수단으로 궁극에 있어서는 미의식을 환기시켜 시의 경지에 도달함이 소설의 최고 표지요, 이상인 것이다. 최고 표지가 시의 경지인 점에 있어서 소설의 목표는 물론 시의 목표와 동일하다. 시는 직접적으로 ‘미’를 통해서 시에 도달함에 반하여 소설은 ‘진’을 통해서 시에 도달하려는 것일 뿐이다. 소설의 최고 목표를 일률로 ‘진’에만 두는 것은 참된 리얼리스트의 태도가 아니며 예술의 본질의 인식을 스스로 그르치는 것이다. 진실을 추구해서 그 뒤에 높은 시의 창조를 생각하는 곳에 작가의 제2단의 자각이 서야 할 것은 물론이다. (‘현대적 단편소설의 상모(相貌)-진실의 탐구와 시의 경지’, <조선일보>, 1938년 4월 7일~9일) - <이효석 전집>, 창미사, 2003
관련도서
<이효석 전집>, 창미사, 2003 <이효석 소설 전집>, 서준섭 편, 강원대출판부, 2000 <이효석 문학 연구>, 권정호, 월인, 2003 <이효석>, 이상옥, 건국대출판부, 1997 <이효석>, 이상옥 편, 서강대출판부, 1996 <이효석>, 유종호 편, 벽호, 1993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국어국문학자료사전>, 국어국문학편찬위원회 편, 한국사전연구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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