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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작품명
운수 좋은 날
저자
현진건(玄鎭健)
구분
1920년대
개요
1924년 6월 <개벽> 48호에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 1920년대 사실주의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인력거꾼이라는 하층노동자의 생활상과 기구한 운명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이 갖는 반어(反語)적 의미와, 작품 전·후반부의 극적인 반전으로 이루어지는 행과 불행의 강렬한 명암 대비는 이 작품의 사회적 주제를 선명히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인력거꾼 김첨지는 특수한 개인이 아니라, 식민지 민중이 겪는 고난을 대표하는 전형(典型)으로 부각되며, 이러한 인물 전형의 창조는 1920년대 중반, 민중의 삶을 주로 다룬 신경향파문학의 대두와 그 맥락이 닿아 있다. 작가 개인의 문학적 변모에 주목하여 볼 때, 지식인 중심의 초기 자전적 소설에서 벗어나, 식민지의 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하여 가난한 하층민들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는 시발점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내용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오는 어느 날,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구경도 못한’ 인력거꾼 김첨지에게 행운이 불어닥친다. 아침 댓바람에 손님을 둘이나 태워 80전을 번 것이다. 거기에다가, 며칠 전부터 앓아누운 마누라에게 그렇게도 원하던 설렁탕 국물을 사줄 수 있으리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를, 1원 50전으로 불러세운 학생손님까지 만났기 때문이다. 김첨지는 엄청난 행운에 신나게 인력거를 끌면서도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하던 아내의 말이 내심 켕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손님 하나를 흥정하여 또 한차례 벌이를 한 후 돌아오는 길에 치삼이라는 친구를 만나고, 이 ‘기적’적인 벌이의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길가 선술집에 들른다. 선술집에서 얼큰히 술이 오르자, 아내에 대한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리려 건주정을 하며, ‘원수엣돈’을 팽개치기도 하고 미친 듯이 울고 웃는다. 마침내 취기오른 김첨지가 설렁탕 국물을 사들고 집에 돌아오자 아내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다. ‘괴상하게도’ 운수가 좋았던 오늘 닥친 아내의 죽음에 김첨지는 비통하게 울부짖는다.
저자
현진건(玄鎭健)
생애(1900~1943)
호는 빙허(憑虛). 대구 출생. 서당에서 한문을 수학하다가 1912년 일본의 세이조중학(成城中學)에 입학하여 1917년 졸업하였다. 1915년에는 이상화, 백기만 등과 함께 동인지 <거화(巨火)>를 발간했다. 1918년 상하이에 있는 형 정건(鼎健)을 찾아가 호강대학에서 수학하였다. 1921년 조선일보사에 입사하였고, 1922년 홍사용, 박종화, 나도향, 박영희 등과 <백조> 동인이 되었고, 그해 직장을 종합시사지 <동명>으로 옮겨 1925년까지 근무했으며 <동아일보>사로 옮겨 1936년 일장기말소사건으로 언론계를 떠날 때까지 기자로 일했다. 그뒤 닭을 키워 생계를 꾸려가며 주로 장편소설 창작에 몰두하다가 1943년 결핵으로 사망했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1920년 <개벽>에 <희생화>를 발표하여 등단한 그는 20여 편의 단편과 5편의 장편소설을 남겼다. 그의 문학세계는 시기와 성격에 따라 크게 세 시기로 나뉜다. 소설 창작 초기에는 <개벽>을 통해 발표한 <빈처>·<술 권하는 사회>(1921), <타락자>(1922)에 나타나는 자전적 성격의 소설들을 발표했다. 이 작품들은 봉건적 구습과 암울한 식민지 현실에 의해 짓눌리는 젊은 지식인의 자기고백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난다. 둘째 단계는 <운수 좋은 날>(1924), <불>(1925), <사립정신병원장>·<고향>(1926), <할머니의 죽음>(1935) 등의 현실고발소설이 씌어졌던 시기이다. 대체로 3인칭소설로 되어 있고, 완전한 허구 속의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의 현실을 반어적 수법에 의하여 고발한 소설들이다. 셋째 단계는 역사소설을 집필한 시기로 <무영탑>(1938~1939), <흑치상지>(1939~1940) 등의 장편역사소설을 통하여 민족혼을 표현하려고 시도하였다. (……) <운수 좋은 날>에서는 인력거군 김첨지의 ‘집’을 통하여 하층계층의 삶의 양상이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그 집은 비극적 공간이었다. 거기에는 죽음을 앞둔 병든 아내가 있다. 가난으로 얻은 아내의 병은 치유될 가망이 전혀 없다. 이렇게 병마와 가난이 도사려 있는 공간이 김첨지 집이고, 그것은 극복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 된다. (……) 가난과 질병은 일상인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비극의 제1요인인데, 김첨지는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래서 김첨지의 집은 비극적 공간의 상징이다. 이러한 비극성이 김첨지의 상황적 존재성이다. (……) 생존을 위협하는 질병과 가난이 김첨지의 삶의 환경이면서 그와 같은 계층의 처지이기도 하다. (……) 작가는 사회계층의 양극화라는 구조적 병리현상과 더불어 그러한 사회현상의 뒤에 도사린 근원적인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졌다. 그것은 하층계급의 궁핍상이다. 이 문제는 하강적 플롯과 고향 상실의 모티브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운수 좋은 날>에서는 ‘행운’의 상승과 더불어 ‘불행’ 또한 상승되는 병치적 플롯을 통하여, 김첨지의 정황이 하강하고 있음을 독자에게 인식시키고 있다. 돈은 김첨지를 비극적인 상황에서 탈출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다. 열흘 동안 돈 구경을 못한 처지였지만 죽음을 눈앞에 둔 아내를 집에 두고 앉아서 죽음만을 기다릴 수 없어서 집을 뛰쳐나갔다. 이러한 결단은 자신의 비극적인 상황에 대한 적극적 대응 자세로서 자신을 극복하려는 행동이다. 결국 그는 수입을 올려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일차적인 의도를 성취했다. 그 성취는 하나의 행운이었다. 손님을 태워다주고 받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행운이라고까지 생각하는 것인 김첨지의 삶이 그만큼 황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첨지는 운명에 얽매여 있는 인물이었다. 가난과 질병이라는 하층계층의 비극적인 삶은 돈으로도 극복할 수 없었다. 아내가 그렇게도 먹고 싶어하는 설렁탕을 사들고 갔을 때 아내는 죽어 있었다. 이렇게 돈으로 극복할 수 없는 김첨지의 비극은 당시 하층계층에게 주어진 결정적인 비극이다. 작품은 견고한 구조를 통하여 김첨지와 같은 계층의 결정적인 비극성을 제시하고 있다. ‘행운의 상승과 함께 불운의 상승’이라는 이 대립병치구조에서, 서두의 결정적인 전조를 통해 이미 그 비극이 피할 수 없음을 드러내놓고 있다. “새침하게 흐른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나리는 날이었다”는 문맥에서 사태의 역전은 준비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의 견고함은 작품 결말의 충격을 약화시키기도 하나, 이는 김첨지의 운명이 결정되어 있음을 독자에게 설득하려는 것이다. 작자가 그의 불행을 모두 계획하고 있으면서 그것을 조금씩 펼쳐내보이는 그 인색함을 통하여, 독자는 곧 그의 불행이 결정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김첨지와 같은 계층의 삶이 사회구조에 의하여 결정되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인공의 비극은 이미 사회가 결정해 놓은 것이다. 여기에 하층계층의 삶의 비극성은 하나의 어떤 조건에 의한 결과이기 전에 숙명적 삶의 양태임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하층계층의 삶에 대한 인식은 결정론적이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사회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이해를 통하여, 이후부터 이러한 세계인식을 성찰하기 시작했다. 목격자로서 ‘나’의 시점을 통하여 ‘나’와 사건의 주체자와의 관계를 설정하고, 그 주체자의 삶을 ‘나’가 새롭게 인식하려는 노력을 형상화시키고 있다. <운수 좋은 날> 이후의 작품에서는 하층계급의 삶에 대한 결정론적인 인식이 어느 정도 극복되고 그들의 삶의 문제를 현실 상황과 관련하여 추구해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 <문학과 사랑과 이데올로기>, 현길언, 태학사, 2000
관련도서
<현진건 산문집>, 현길언 편, 한양대출판부, 2003 <현진건 문학 연구>, 현상무, 북스힐, 2003 <문학과 사랑과 이데올로기: 현진건 연구>, 현길언, 태학사, 2000 <현진건: 식민지 시대와 작가정신>, 현길언, 건국대출판부, 1995 <현진건 소설 연구>, 현길언, 이우출판사, 1988 <현진건의 소설과 그 시대인식>, 신동욱, 새문사, 1981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국어국문학자료사전>, 국어국문학편찬위원회 편, 한국사전연구사, 1995 <한국문학명작사전>, 임헌영·김재용, 한길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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