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 문화지식 예술지식백과

예술지식백과

문화 관련 예술지식백과를 공유합니다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

작품명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
저자
오상순(吳相淳)
구분
1920년대
저자
오상순(吳相淳)
생애(1894~1963)
호는 선운(禪雲)·공초(空超). 서울출생. 일본 도시샤대 종교철학과 졸업. 원래 기독교 신자로서 1919년 교회 전도사로 있었으나 그 뒤 불교로 개종해 1921년 조선중앙불교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전국 여러 사찰을 전전하며 참선과 방랑의 생활을 계속하면서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1920년 <폐허>의 동인으로 참여하며 그 창간호에 <시대고와 그 희생>이라는 글을 발표함으로써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약 50여 편의 시를 남겼으며, 유고시집으로 <공초오상순시선>(1963), <방랑의 마음>(1977) 등이 있다. 1955년 대한민국예술원상과 1962년 서울시문화상을 받았다.
주요작품 및 문학세계
1920년 <폐허> 창간호에 발표한 <시대고와 그 희생> 이후 <폐허>를 통해 계속 시작품을 발표했다. 초기 시편들은 주로 운명을 수용하려는 순응주의와 동양적 허무사상이 짙게 깔려 있다. 1921년 <폐허> 2호에 <힘의 숭배>, <힘의 동경>, <힘의 비애>, <혁명>, <때때신> 등 시 17편 및 평론 <종교와 예술>을 발표함으로써 <폐허> 동인 중 가장 많은 작품을 게재한 시인이 되었다. 이밖에 1920년 <개벽> 11월호에 <의문>, <어느 친구에게>, <나의 고통> 등의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1923년에는 <폐허의 제단>, <허무혼(虛無魂)의 선언> 등을 발표, 일제 식민지치하의 삶을 ‘허무와 세속에의 일탈’로 영위하려는 몸부림을 보였다. 그의 작품경향은 ‘허무’의 탐구와 그 초극 의지로 요약될 수 있으며, 이는 <방랑의 마음>, <허무혼의 선언> 등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잘 나타난다. 한편, 생경하고 추상적인 시어의 사용으로 인해 시적 감응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이밖에 대표작으로 꼽히는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에서는 긴 호흡과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여러 사실을 차례로 제시하는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오상순의 초기 시에서 나타나는 과잉 감정의 토로 방식은 당대 시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오상순의 시가 그 궤를 같이 하면서도 또한 구별되는 점은 현실의 억압에 대한 형이상학적 고뇌, 삶의 본연에 대한 사유, 그리고 허무주의를 독특하게 결합하여 철학시에 가까운 웅장한 사유의 폭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있다.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은 그의 문학이 가진 넓은 사유의 폭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고 민족주의적 정서를 바탕으로 암울한 현실에 고뇌하며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확인하게 해주는 대표작의 하나이다. - <한국현대시 대표작품 연구>, 신용협 편, 국학자료원, 1998(……)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은 오상순 초기 시를 대표할 만한 작품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시가 그의 초기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유의 하나가 1920년대 민족의 현실과 민족 심성이 형이상학적인 사유 속에 용해되어 있고, 비극적 현실의 국면들을 깊이 통찰하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아시아’라는 공간에다 ‘밤’이라는 시간의식을 취하면서 그 특유의 사변을 드러낸 이 작품은 모두 열한 개의 연으로 된 장시이다. 표제를 이루고 있는 ‘아시아’, ‘마지막’, ‘밤’, ‘풍경’이라는 시어들은 작품에서 사변의 골격에 해당한다. (……) 당대의 ‘아시아’는 질곡의 민족사를 환유하는 지리적 사유공간이다. 이 공간은 전체적인 질서에 맞서 분열된 중국, ‘탈아입구’를 지향하며 점차 침략근성을 노골화하는 일본, 그 틈바구니에서 식민지로 전락한 한국사회 등을 염두에 둔, 지역적 갈등의 의미와 지역사에 담긴 착잡한 근대적 정황을 근거로 삼는다. 이 같은 전제는 당대 현실에 대한 절망과 그 절망을 전도시켜 혼돈으로부터 전망을 찾아내려는 오상순의 의도와 일치한다. 아시아에 강요된 혼돈의 상황은 ‘밤’, 그것도 ‘마지막 밤’으로 규정된다. 여기에서 ‘밤’과 ‘마지막’이라는 종말론적 시간의 설정은 단순히 암흑 속에서 비탄만을 토로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밤’은 오만하게 군림하고 또한 명령하는 ‘태양’으로서의 ‘낮’에 대비되는 수난자의 세계이자 고통이 희망으로 전환되는 시간이다. (……) ‘아시아’는 폐허가 된 암담한 번민의, ‘밤’의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황량한 폐허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설정하는 데에 요긴한 ‘마지막 밤’은 <폐허>의 예술적 지향과 일치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밤을 시대와 병치시킨 비유라고 보는 것만으로는 근대시사에서 이 작품이 차지하는 독특한 위상은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까닭이 담겨 있는 듯하다. 요컨대, 과거의 유산들이 피폐하여 어느 것 하나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수렴될 수 없었을 때, 그리고 망국의 설움이 독립의지로 분출되었지만 혹독한 식민통치의 폭력적 위력 앞에 좌절을 절감했을 때, 작품의 화자처럼 혼돈을 수습할 가능성을 현재에서 찾지 않고 현재의 종말의 시간으로 설정하여 인내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특색은 밤의 혼돈과 그 혼돈이 가진 종말론적 감각을 초래한 비극의 근원을 적발하는 데서 찾아진다. 밤에 조응되는 ‘낮’은 현재의 시간이며, 이것은 ‘남성’의 폭력성으로 그려진다. “태양은 연소하고 자격하고 과장하고 오만하고 군림하고 명령한다/그리고 남성적이요 부격이요 적극적이요 공세적이다/따라서 물리적이요 현실적이요 학문적이요 자기중심적이요 투쟁적이요 물체적이요 물질적이다.” 낮의 세계는 아시아의 그것이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서구 열강과 그들의 문물이 가진 폭력성이다. 세계를 관장하는 이들은, 그리고 이들의 후예들은 “기승하고 질투하고 싸우고 건설하고 파괴하고/……/성할 줄만 알고 쇠할 줄 모르고 기세 좋게 모험하고 제작하고 외치고 몸부림치고 피로”하며 아시아가 가진 신비한 탄생과 모성의 미학들을 전면 부정하는 적대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공간감각과 종말론적 시간에 바탕을 둔 사유가 여전히 번민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은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다. 그것은 ‘풍경’이라는 시어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이다. 작품을 지탱하는 공간과 시간이 지식인의 관념에 의해 구성된 중심구도이긴 하지만, 이것이 과잉감정에 의해 심미적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형이상학적 사유는 곧장 감상적인 고뇌와 구별되지 않게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곧 억압적 현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번민으로 용해되어버리는 것이다. 작품에서 도저한 형이상학적 비장미와 좌절을 넘어서려는 현실 극복의지가 담겨지는 한편, 데카당티즘과 구별되지 않는 폭음과 난행들로 얼룩진 화자가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자는 “… 자기를 팔아 술과 미와 한숨을 사는/호탕한 방유성도 감당키 어려운 이 밤을 숭배하고/밤에 나서 밤에 살고 밤 속에 죽는 것이 아시아의 운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면의 흔들림과 자기파멸의 난행이 화자에 의해 강변되는 까닭은 현실에 대한 좌절감이 그만큼 컸다는 시대적 분위기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아시아’, ‘마지막 밤’, ‘풍경’이라는 시어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듯이, 이 작품은 아시아라는 지리공간과 종말론적 시간관념을 가지고 당대 정세와 억압적인 현실을 하나의 풍경으로 조감한, 민족주의적 사고와 사회 비판적인 경향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 종말의 상정은 결국 폭력적이며 억압적인 현실의 극복을 전제로 한 시적 발언이라고 본다면, 이 혼돈의 낮에 좌절당하거나 비극에 함몰되지 않으려는 의식적 긴장이 작품의 면모를 강화시키고 있음을 알게 한다. 마지막 밤이 “이제 여명의 서광은 서린다/……/오, 새 세기의 동이 튼다/아시아의 밤이 동튼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임을 여기에서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풍경에 대한 반복적인 발언과 관념어의 빈번한 차용에도 불구하고 침략자들의 속성과 그들이 초래한 비극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저항논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은 1920년대 시에서 그리 흔한 시적 성취는 아니다. (……) - ‘오상순의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 홍기삼, <한국현대시 대표작품 연구>, 국학자료원, 1998
작가의 말
(……) 우리 청년은 영원한 생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눈은 늘 무한한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겠다. 우리의 발은 항상 무한한 흐름 한가운데 서서 있어야 하겠다. 이러한 태도로 우리는 또한 오해나 핍박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자유에 살고 진리에 죽고자 한다. 물론 우리는 이 광열적 노력을 어느 때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른다. 또 알 필요도 없다. 우리들은 그런 것을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려고 멈출 때 우리의 발은 전율을 각할 뿐이요, 우리가 자기의 작은 세계를 돌아볼 때 우리의 눈은 고독의 비애로 혼암해질 뿐이겠다. 우리는 항상 영원한 광대한 세계에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강한 신앙을 가지고 노력하고 분투해야 하겠다. 이 강한 신앙과 노력 속에만 우리의 의의와 가치를 구하지 않으면 아니 되겠다. 일체 편견·고루·사념을 파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시대의 희생이 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구태여 남으로 하여금 피하게 할 것도 없다. 희생은 본래부터 비극이다. 그러나 영원한 내적 세계에서는 그것은 가장 숭고하고 장엄한 부활이다. 아무리 작은 희생일지라도 아무리 정밀한 침묵에 파묻힌 희생일지라도 영생의 빛 속에 들어오지 않을 것은 없다. 그는 우리의 시대를 뇌케 하고 있는 영원한 생명의 세계에서는 여하한 존재라도 축복 아니되며 영생화되지 않고 소멸하는 것은 절대로 없을 것이므로, 이것이 우리 청년의 열정적 신앙이다. (……) - ‘시대고와 그 희생’, 오상순, <짝 잃은 거위를 곡하노라>, 범우사, 2003
관련도서
<오상순 시전집: 아시아의 마지막 밤풍경>, 구상 편, 한국문학사, 1983 <짝 잃은 거위를 곡하노라>, 오상순 외, 범우사, 2003 <한국현대시 대표작품 연구>, 신용협 편, 국학자료원, 1998 <시인 공초 오상순>, 구상 편, 자유출판사, 1988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한국현대문학작은사전>, 가람기획편집부 편, 가람기획, 2000
연계정보
-오상순(吳相淳)
관련멀티미디어(전체2건)
이미지 2건
  • 관련멀티미디어
  • 관련멀티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