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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굿-살

작품/자료명
옷굿-살
초연장소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작/연출
예술감독 이병복/윤정섭
장르구분
실험극
출연/스태프
출연 왕비/김광덕 딸/김진경 죽음/김정웅 낙랑/박리나 그림자/박재현 신랑/박영재 억척어멈/서영화 신부/송인성 선왕/오만석 그림자/오민정 레이티스/유재미 어미/이경희 작은아들/이동재 햄릿/이선균 호동/최재영 아이1/최정민 아이2/박준미 현왕/한승훈 특별출연/박웅,박정자,장미자,권병길,채진희,손봉숙,한영애,안진환,차희,최희영,김은주,황재연,김희령,최원석,이소향,박준,이동일 스태프 움직임/김삼진 소리/김벌래 빛/이상봉 제작감독/천경순 기술감독/권용만 무대감독/강은경 구성/노동혁,이수진,박새봄 드라마터그/오유경 조연출/양세화,변정주 조안무/시현정,오민정 음향디자인/김태근 구음/조주선 조명디자인/김정화,김형연 장치/이하준,이하정 오브제제작/김소연,박문환,오규택,황휘,한나리,원지환
내용
장면1-옷을 입다 어둠. 가늠할 수 없는 침묵의 공간. 소리. 바람소리. 소리는 어둠을 밀고 바닥을 긁는다. 신음하듯, 아우성치듯. 그 정점에서 숨을 다해 땅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소리들의 시체, 그 하얀 껍데기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재의 벌판. 재가 몸들을 부른다. 기억을 찾아, 자신을 찾아. 둘, 넷, 여덟, 그리고 여럿. 재의 벌판에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본다. 정체 모를 슬픔을 기억하려 애쓴다. 몸들은 같은 방향, 같은 시선으로 지나온 길을 돌이켜본다. 난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몸은 풀잎처럼 바람에 흔들린다. 재 위에 단정히 놓여있는 옷. 삶의 허상, 묶인 시간, 그 마른 옷. 몇몇의 몸은 옷을 들어 가슴에 품는다. 그들 모두 재 안으로 들어간다. 곡을 한다. 지나온 시간을 위한 그들의 흐느낌이다. 몸들은 무너져 점점 굳어간다. 세상과의 단절로 돌이 된다. 섞일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단단함만 남는다. 정지. 침묵. 장면2-죽음을 앞지르다(피의 결혼) 꿈틀댄다. 무엇인가 시작하고 싶다. 그들 앞에 놓인 인생이 비록 허상일지라도 몸들에게는 소중하다. 몸이 옷을 입으면 인간이 된다. 그들은 다시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을 것이다. 아름다운 옷을 입은 신부. 신랑과 어미 그리고 그림자 같은 죽음. 신부가 고개를 들어 눈을 뜨면 그 눈빛 속에 숨어있던 어두운 열망. 나의 신랑은 작은 시냇물, 그 속에서 아이들과 안식을 바랐어요. 그러나 또 한 사람, 나뭇가지와 풀숲에 그늘진 칙칙한 강. 그 강물의 속삭이는 노래와 일렁이는 물살이 제 살결 속으로 부딪쳐 왔어요. 한탄과 불길이 함께 머리 위로 치솟아요. 어두운 물에 발을 담그고 머리에는 가시를 쓴 채 죽게 두세요. 신부가 마침내 자신의 장옷을 벗어 던진다. 사라지는 옷. 슬픈 옷. 신랑은 어미를 두고 신부를 쫓아간다. 하지만 반 박자 늦게, 그러나 통렬하게 찾아드는 비극의 예감. 재의 벌판, 길목에 서있는 죽음의 그림자. 안돼! 하얗게 질린 어미는 아들을 따르는 죽음을 떨쳐내려 뛰어 나가지만. 아들은 이미 죽음을 추월했다. 보았어, 그 사내 얼굴을. 잿빛이었지. 길거리에서 목숨을 잃을 운명. 흔치 않은 죽음이야. 저 사내를 따라가자. 죽음은 무표정한 얼굴로 죽어야할 자를 감싸 안는다. 허겁지겁 아들을 쫓아가지만 신부가 들러리를 선 죽음의 잔치는 이미 끝났다. 어머니! 어미는 듣지 못한다. 보지 못한다. 죽음과 신부는 신랑의 머리채를 끌고 재 안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잿더미 곁을 돌고 있는 어미. 잔인한 햇살이 죽음 사이로 길을 만든다. 계집아이들, 까르르 웃으며 죽음을 가로지른다. 작열하는 햇살 속에 아이들의 웃음은 꽃이 된다. 신부는 얼마나 예뻤나요? 신랑은 얼마나 웃어댔나요? 장면3-죽음과 흥정을 시도하다(억척어멈) 죽은 자들이 삶의 어귀에서 어슬렁거린다. 흔들리는 그림자들. 몸으로 죽음을 가로지른 억척어멈. 철부지 벙어리 딸을 등에 업고 아들들을 찾는다. 어머니! 불현듯 끔찍한 예감에 치를 떨며 죽음 속으로 뛰어든다. 지옥임에도 불구하고. 왜 모든 어미는 하얗게 질리는 걸까? 억척어멈, 허겁지겁 죽음 속에서 아들을 찾으나 핏줄기만 손에 달려 올라올 뿐. 딸마저 걸려드는 죽음의 유혹. 딸은 어미를 찾아, 미처 지옥인줄도 모르고 재 속으로 뛰어든다. 딸아, 너마저. 억척어멈이 딸의 옷자락을 막 잡으려는 찰나 딸은 죽음 속으로 떨어지고 죽음이 된 딸에 이끌린 듯 어미마저 그 안에 잠긴다. 햇살이 죽음 사이로 길을 연다. 계집아이들, 양쪽에서 붉은 실타래를 감으며 들어온다. 감겨진 실을 잡고 놀이를 한다. 재 위에 흩어지는 붉은 실. 장면4-죽을 운명에 놓인 자들(왕자 호동) 고구려의 잘난 남자, 호동. 그리고 낙랑의 공주. 그대는 나를 위해 낙랑의 북을 찢었건만 난 그대의 심장을 찢었소. 죽음의 다리를 건너 낙랑이 다가온다. 새어머니의 몸을 빌어 공주가 온다. 어머니! 두 개의 얼굴을 지닌 여자. 무당이 호동의 죄를 묻는다. 너는 누구인가? 너는 고구려의 왕자인가? 바람이 무당의 말을 삼켜 뒤틀고 끊어버린다. 바람 속에 말의 파편만이 어지럽게 춤을 춘다. 무너지는 호동과 공주. 무심한 죽음들. 처음에는 웃었으나 이제는 아무도 웃을 수 없게 되었다. 많은 죽음이 찾아와 이제부터 누구도 즐거워서는 안 된다. 햇살이 죽음 비켜 길을 연다. 계집아이들, 웃지도 않고 뛰어 지나가다 무대 끝에서 돌아본다. 장면5-피의 향연(햄릿) 햄릿. 왕비. 왕. 죽는 건 잠자는 것. 단지 잠드는 것. 왕은 왕비의 몸을 탐하고 왕비, 마치 맹수가 먹이를 갖고 놀 듯 왕을 쓰다듬는다. 왕비의 화려하고 거대한 웃음. 어머니! 햄릿의 분노. 죽음 속에서 솟구치는 선왕의 유령. 복수, 복수를! 노래하며 지나가는 오필리어. 죽은 자의 걸음으로. 미치도록 사랑하지 못한 탓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 왔나 봐. 멀게만 보였는데. 두렵기만 했는데. 이리도 마음 편안할 줄 알았으면 차가운 물 속에서 불안에 떨지 말 것을. 그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만 두었을 것을 그 사람은 나를 보지 않으니 도무지 시선을 잡아둘 수 없으니 미치도록, 미치도록 사랑만 할 걸 그랬지. 괜찮아, 괜찮아 조금만 기다려 오필리어. 오필리어의 뒤를 밟는 죽음의 그림자들. 레어티스, 칼을 뽑는다. 햄릿, 칼을 뽑는다. 왕, 선왕, 칼을 뽑는다. 죽을 거야. 둘 중의 하나는. 아니, 살아있는 자는 모두! 내 것이 아닌 미움과 분노, 공포에 눈이 먼, 눈 먼 미치광이들, 일제히 칼을 뽑는다. 허무하고 초조한 칼부림. 이유를 알 수 없는 끝없는 살육과 광기. 터지는 거대한 언어의 폭풍. 들끓는 죽음의 기억들. 아우성치는 삶의 그림자들. 그들은 이미 여러 곳에서 서로를 죽여왔다. 손에 들린 칼은 그 피맛을 알아 칼이 칼을 불러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들의 운명은 피를 봐야 끝이 나고 어느 세월 뒤에 또 다시 마주친다면 그때 역시 그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죽음의 향연을 펼치리니. 스페인의 들판에서, 덴마크의 궁성에서, 또 고구려의 습기 찬 석실 묘에서. 장면6-옷을 벗다 몸들이 갈라서면 옷 짓는 여인이 수의를 짓고 있다. 끝없는 침묵의 바느질.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하얀 천, 하얀 수의. 언제인가 오래 전, 여인이 차마 잡지 못해 땅에 묻은 아들을 위한. 눈부신 빛 속에서 배우들의 행렬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기억과 허무의 그림자들. 숨소리. 바느질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는 옷 짓는 여인 바느질이 계속되도 슬픔은 커져만 가고 수의인 줄도 모르고 삶의 껍질, 옷을 훔쳐가는 손길은 늘어만 가다. 아무리 밤을 세워 옷을 지어도 날로 자라나는 거대한 형상. 맞지 않는 수의를 입고 있는 형상. 옷 짓는 여인은 까마득히 먼 얼굴을 말없이 바라본다. 몸들, 정적 속에서 옷을 벗는다. 흔적 속에 새겨진 열망을 벗고 시간을 반듯하게 갠다. 의식처럼, 정성을 다해. 몸들, 세상을 벗고 이제는 떠나간다. 옷만 남는다. 흩어진 재의 벌판 위에 남겨진 각각의 옷들. 침묵. 옷 위로 떨어지는 빛으로 끝. - 참고: 1999년 공연 프로그램
이병복 (1927~ )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부와 프랑스 ‘ACADEMLE DE COUPLE DE PARIS’를 졸업, 쏘르본느 대학, 아카데미 드 페에서 조각 수업을 했다. 1962~64년 덕성여자대학 의상미술과 과장, 한국무대미술가협회가 초대 회장이었으며 극단 자유 대표, I.T.I. 한국지부 이사로 재직중이다. PQ95(프라하 콰드레날레:국제무대미술, 기술, 건축 경연대회) 국제심사위원, 대한민국예술원 정회원으로 선임되었다. 극단 자유에서 활동하며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 <피의 결혼>, <따라지의 향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그 여자 억척어멈>, <대머리 여가수>, <이름없는 꽃은 바람에 지고>, <화수목 나루> 등에서 무대미술을 맡았고 <옷굿-살>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1965년 동아연극대상, 1970년 서울문화예술상과 한국연극영화상 특별상, 1971년과 1973년 동아연극상, 1983년 중앙일보 예술상, 1987년 화관문화훈장, 1983년 백상예술대상 무대미술상, 1991년 PQ 무대미술부문 의상상, 1992년 사랑의 연극제 미술상과 동아연극상 무대미술상, 1993년 동랑연극상 작품상과 무대미술상(1993), 1999년 PG99 테마섹션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주요저서로는 <이병복 무대미술 30년>, <까페 떼아뜨르>가 있다. 대표작품 <따라지의 향연> <아가씨 길들이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그 여자 억척어멈> <피의 결혼> <세발리아의 이발사> <파우스트> <무엇이 될고하니> <바람 타오르는 불길> <햄릿> <대머리 여가수>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 <이름없는 꽃은 바람에 지고> <화수목 나루> <옷굿-살>
윤정섭 (1950~ )
무대미술가, 연출가, 설치미술가.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주)문화방송 무대디자이너, 한국TV디자이너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사의 찬미>, <남사당의 하늘>, <맥베드>, <천명>, <한네>, <오월의 신부> 등의 무대미술을 맡았다. 연극 연출작으로 <무거운 물>, <101번지, 33580일-기억된 벽>, <옷굿-살>, <11월>,<물질적 남자> 등이 있다. 동아연극상 무대미술상, 서울연극제 미술상, 백상예술대상 미술상, 청룡영화상 미술상, 세계무대미술전 PQ95 무대디자인 은상, 국립현대미술관 96 올해의 작가, 한국뮤지컬대상 무대미술상,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베스트 5 무대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TV, 무대디자인>, <무대용어사전>이 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무대미술과 교수, 한국무대예술가협회 이사이다. 대표작품 <무거운 물> <옷굿-살> <11월> <물질적 남자>
수상현황
1999년 좋은연극만들기협의회 우수공연 베스트 5 무대예술상 (이병복)
평론
(……) 주어진 무대 시공에서 배우의 몸과 더불어 연소되는 옷들, 공연 막이 내리면 그저 벗어던지는……. 그것뿐인 슬픈 옷들, 그들의 서러움을 내 맘이 듣는다. 어느 것은 아까워서, 어느 것은 빛도 보지 못해 한스러워서, 맘에 차지 않는 것은 다시 손질하고 싶어서, 이런 이유 저런 사연 때문에 차마 어쩔 수 없어 간수해 온 옷들과 도구들. 연극 공간을 꾸미고, 옷과 도구들을 만들면서 무대 뒤에서 보내온 40년 가까운 내 시간들, 그 흔적들이 한 올 한 올에 담긴 옷들. 이 옷들은 연기자가 입고 무대에서 움직일 때 비로소 그 생명을 얻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 옷들은 나의 분신이라고 감히 나는 말한다. 그래서 덤벼든 것이 이 작품이다. 이 분신들의 수의를 만들어 몸을 빌어서 어디엔가 좋은 곳으로 천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 - 참고: 1999년 공연 프로그램 중 작가의 말 (……) 이번에 이병복이 하고자 하는 ‘옷살풀이’는 전승개념인 살풀이가 바탕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삶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연희를 만들고자 하는데 목표가 있고, 동시에 삶의 본질성을 표현하려는 점에 의도가 있다. 전통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매우 새로운 실험극인 셈이다. 평생 무대의상을 만들어 온 이병복이 그 옷을 연극도구로 하여 연행하게 되는 만큼 ‘옷살풀이’로 부르기로 한다. 옷은 인간을 만든다. 인격과 인간성은 옷으로 기억되고 상징된다. 사람은 죽으면 옷이 남는다. 그 옷은 인간으로 상징되고, 옷 가운데는 영혼이 깃드는 것으로 인식된다. 연극의 배역도 옷을 입어야 인격으로 되살아난다. 무대의상을 가지고 배역의 인격을 되살리고, 인격들의 삶을 재현하며, 인생과 동등하게 그들에게도 수의를 입혀 좋은 저 세상으로 모시고자 하는 것이다. 이병복은 이처럼 주변의 숱한 인생뿐만 아니라, 자신이 창조한 배역들에게도 살을 풀어주려는 옷 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무대 위의 배역들에게도 부끄럽고 속죄하는 마음을 지닌, 그래서 그들의 영혼을 비는 이 아름다운 ‘옷살풀이’야말로 또 하나의 원형의 연극이라 할 수 있다. - ‘옷살풀이 공연의 의미’, 서연호, 1999년 공연 프로그램 (……) 이 작업은 공동창작이 불가피하기에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에게 매력이 있고, 이번 창작에서도 좋은 예술가들을 불러모았다. 의상(이병복), 움직임(김삼진), 소리(김벌래), 빛(이상봉)이 배우들과 함께 연출(윤정섭)을 중심으로 한 편의 현대적인 시극을 쓴다. <살-이병복의 옷굿>의 창의로운 세계는 이런 만남을 기초로 하고 있기에 호기심이 더욱 커진다. 여느 이미지 연극과 다른 창의로움은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제목 ‘살-옷굿’이 시사하듯이 이 작품은 죽음을 둘러싼 우리의 의식을 주내용으로 담고 있다. 의상디자이너이자 무대미술가인 이병복이 창작에 참여한 작품들 중 <피의 결혼>, <억척어멈>, <왕자호동>, <햄릿>에서 죽음을 맞는 장면들이 움직임, 소리, 빛을 중심으로 재현되고 서로 연결되며 전체는 죽은 자들을 위한 하나의 진혼굿을 이룬다. 망자들의 잿빛 옷은 흙이 되어 사라지고, 위로받은 산자들의 인생이 옷을 갈아입고 기억처럼 하나씩 눈앞을 지나간다. 공연의 맥이 이렇게 의상에 의해 형성되어 있는 점이 새롭고, 반대로는 공연을 수용하는데에 어려움을 줄 수도 있겠다. 전체적인 추상성이 다양한 생각의 길을 열어주기 보다는 끊임없이 감각과 감성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빛, 소리, 몸의 움직임, 색, 질감이 주는 강렬한 느낌은 현실을 지시하는 고리를 통해 은유의 차원으로 관객을 이끌고 감으로써 현장예술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체험과 사색의 세계를 열어준다. 효과를 위해 쓰이던 음향은 극의 시작부터 관객의 압도하며 하나의 감정으로 묶어주고, 나아가 조명과 결합되며 소리의 영역을 확장시켜준다. 그들이 연습에서 실험하던 ‘햇빛음악’이 실현된다면 어떤 환희로운 느낌을 줄 수 있을까. 18인의 배우들이 따로 또는 함께 보여주는 굵고 격렬한 몸짓들도 제의성과 표현성을 동시에 가지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전체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이들로 인해 피어오르고 던져지는 흙 먼지의 뽀얀 색깔조차도 조명의 도움으로 극이 표현하는 세계를 만들어낸다. (……) - ‘또 다른 이미지 연극 창작을 지켜보며’, 최준호, 1999년 공연 프로그램 (……) 한편 서울국제연극제 공식참가작 중 하나였던 극단 자유의 <옷굿-살>의 경우 역사와 전통으로부터 단순히 소재를 가져오기보다 전통 연희에 풍요롭게 내재되어 있는 굿의 제의성을 주축으로 하는 흥미로운 발상과 창의적 무대 표현으로서 주목을 받았다. 윤정섭 연출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무대의상가로서 무수한 인물들의 의상을 만들어 온 이병복이, 막은 내리고 모든 것이 스러진 가운데 남겨진 옷들의 한을 씻어주고자 하는 개인적 염원에서 시도한 한 판의 씻김굿이었다. 막 뒤 그들만의 머나 먼 시공간으로 스러져 간 역할들의 혼을 순간에 불러내듯 초혼의 음향이 진동하는 가운데 옷들의 퍼레이드가 장중하게 진행되었다. 전반부 밀가루를 활용한 시각적 효과가 기승한 가운데, 다섯 편의 서로 다른 연극에서 불려 온 역할들과 그들의 옷이 변별성 있는 이미지로 구축·전달되지 못하여, 다소 밋밋하다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연극의 제의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실험적 의도를 품격 있게 실천한 공연으로서 ‘전통의 재발견’이라는 이번 서울국제연극제의 주제를 나름대로 살려낸 무대가 되었다. (……) - ‘위기 속의 시도들, 1999년 창작무대’, 이화원, 1999년 12월
연계정보
-해녀 뭍에 오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피의 결혼
-무엇이 될고하니
-극단 자유
-김정옥(金正鈺)
-따라지의 향연
-이병복(李秉福)
관련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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