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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작품/자료명
지하철 1호선
초연장소
학전소극장
작/연출
폴커 루드비히 / 김민기
장르구분
1990년대 이후
출연 / 스태프
출연 - 연선/나윤선 안경 외/설경구 걸레 외/안효진,방은진 칼침 외/이두일 땅쇠 외/이민섭 문디 외/김승옥 곰보할매 외/김효숙 찐드기 외/윤영로 날탕 외/이미옥 - 선녀/이미옥 안경 외/권형준 철수 외/설경구 걸레 외/김선화,이주원,방주란 땅쇠 외/이황의 문디 외/황정민 곰보할매 외/김효숙,고소현 빨강바지/이지은 제비 외/장현성 포인터 외/최무열 날탕 외/김은영 연주 무임승차 (기타/이준 베이스/김정렬 드럼/박진완 건반/강석훈 섹소폰/심상종) 스태프 작/폴커 루드비히 음악/비르거 하이만 편곡/김민기 무대디자인/이복배 조명디자인/마효심,박문섭 음향/홍기유,강국현 안무/박해준,임현주 의상디자인/유연주,김현숙,이유숙,백경진 분장/신혜경,양재영 사진/이충렬,이승우,황진수
내용
때: 11월의 어느 쌀쌀한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룻동안 곳: 서울역, 오팔팔, 지하철 1호선 구간 제1막 제1장 서울역 광장 백두산에서 풋사랑을 나눈 한국남자 ‘제비’를 만나러 서울에 온 임신한 연변 처녀 ‘선녀’가 이른 아침 서울역 광장에서 서울의 첫인상을 노래한다. [1. 6시 9분, 서울역] 제2장 서울역 지하도 선녀는 조선족들의 만남의 광장이라고 하는 지하도로 내려갔으나 단속 때문인지 조선족은 보이지 않고 걸인, 부랑자들의 퀴퀴한 모습뿐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빨강바지’(유한마담)가 삶의 역겨움을 노래부른다. [2. 낮이여 너를 저주하노라] 제3장 지하철 서울역 승강장 ‘제비’가 찾아오라는 오팔팔로 가는 길을 묻는 선녀. 그러나 행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열차를 기다리는 출근 시민들이 도시 서민 생활의 고달픔을 노래 부른다. [3. 기다림] 제 4장 열차안(서울역-청량리) 청량리행 1호선을 탄 선녀. 광고 전단들의 내용이 신기하다. 승객들이 열차를 타고 가며 공허한 생각들을 노래부른다. [4. 맞은편] 제5장 오팔팔 ‘오팔팔’에 도착한 선녀. 그러나 그곳은 제비의 번드르한 설명과는 달리 사창가이다. 오팔팔의 주먹 ‘철수(혼혈인)’와 늙은 창녀 ‘걸레’, 아침부터 오팔팔을 찾는 휴가장병들과 창녀들이 찰나적이고 향락적인 사랑을 노래 부른다. [5. 사랑이 꽃 필 때] 지체부자유자로 위장을 하고 열차 안에서 노래를 불러 구걸을 하는 ‘안경’의 도움으로 선녀는 자신을 창녀로 착각한 남자들로부터의 위기에서 벗어난다. 안경이 일을 하기 위해 나간 후, 그를 흠모하는 걸레가 안경의 냉담함을 비관해 손목의 동맥을 끊어 자살을 기도한다. 선녀는 자기의 목도리를 풀러 피 흘리는 걸레의 손목에 감아주고, 임신한 선녀를 가엾게 여긴 철수는 제비를 찾아 주겠다며 서울역 광장 ‘곰보할매’가 하는 포장마차에서 기다리라고 하며 사라진다. 제6장 열차 안 (청량리-서울)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선녀가 만나게 되는 서울 보통 시민들의 여러 모습들. ‘잡상인’이 올라 타 물건을 팔고, [6. 싸구려] 땅쇠, 청소부, 김병장 등이 자신들의 사연을 노래한다. [7. 이름 모를 연인들] 제7장 포장마차 서울역 포장마차에 도착한 선녀. 안경이 곰보 할매에게서 우동을 얻어먹으며 노래를 부른다. [8. 서울의 노래] 의정부파 인신매매범인 ‘포인터’가 접근을 해 오고, 욕쟁이지만 인정이 많은 ‘곰보할매’가 노년의 낙을 노래 부른다. [9. 산다는 게 참 좋구나, 아가야] ‘빨강바지’를 다시 만난 선녀는 그녀가 제비와 함께 연변에 왔던 그의 이모였음을 알고 제비의 행방을 묻는다. 그 때 노점상 단속반이 들이닥쳐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진다. [10. 단속반 탱고] TV 보도카메라 앞에서 지하철을 시찰하고 돌아오는 서울 특별시장 직무대리, 외국의 전철 시공업자들이 함께 지하철에 대한 노래를 부른다. [11. 일호선] 선녀는 철수가 할매와 함께 ‘제비’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을 엿듣게 되고 울며 뛰쳐나간다. 제2막 오프닝 교통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의 편리함을 노래한다. [12. 지하철을 타세요] 제8장 열차 안(서울역 - 청량리) 제비와 빨강바지의 관계를 알게된 선녀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열차에 올라타 서울에 도착한 이후 겪은 일들에 대한 악몽을 꾼다. 이 때 외제상품 바겐세일에 가는 과부들이 올라타 잠자고 있던 선녀를 면박 주고는 왕년의 화려했던 시절을 노래부른다. [13. 강남 싸모님] 안경을 찾아 지하철 안을 헤매던 걸레가 절망에 빠진 선녀를 위로한다. [14. 울 때마저도 아름다운 너] ‘소녀가장’과 ‘정박아 동생’이 올라 타 구걸을 할 때 포인터와 ‘FUCK'이 올라 타 선녀를 납치하려 하지만 정박아의 기지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제9장 열차 안(동대문역-종로3가역) 선녀가 지하철 1호선에 다시 올라 서울역으로 향한다. 열차가 종로3가 지하철역으로 진입할 때 열차가 급정거하며 정전이 된다. 불이 켜지고 문이 열렸을 때, 안경이 뛰어 들어오고 뒤쫓아 철수가 따라 들어와 안경을 윽박지르며 걸레를 안경이 죽였다고 몰아 부친다. 지금까지 불구자로 위장을 했던 안경이 자신의 위선을 스스로 폭로하고, 걸레에게 동침을 요구하자 걸레가 웃으며 열차로 뛰어 들었다는 것이다. 안경의 위선은 걸레가 만들어 낸 꿈이었으며 그 꿈이 깨어지자 걸레는 자살한 것이다. 철수와 안경 등이 걸레를 그리며 노래부른다. [15. 가버린 그녀] 제10장 서울역 지하도 걸레의 초상을 치르러 가기 위해 지하도로 내려오는 포장마차 식구들. 결국 빨강바지가 제비를 끌고 나오지만 제비는 자신의 아기도 책임지지 못하겠다는 나약한 제비족일 뿐이었다. 상심한 선녀는, 그러나 걸레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절망하는 안경을 위로한다. [16. 듀에트] 안경과 선녀가 서로 의지하며 걸레의 빈소로 향할 때 청소부가 그들을 보며 미소짓는다. 밤 하늘엔 보름달, 별이 총총 떠 있다.
예술가
김민기 (1951~ )
전북 이리 출생.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입학해 1977년 졸업하였다. 1973년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에 참가하여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을 하였다. 1974년 남사당 덧뵈기중의 먹중과장의 기본골격을 원용하여 정리한 <소리굿 아구>과 이애주의 무용극 <땅굿>에 참가하였으며, 1978년 디스크 <거치른 들판의 푸르른 솔잎처럼>을 제작하였으나, 판매 금지가 되었다. 1978년 겨울 노래굿 <공장의 불빛>의 작사와 작곡을 맡아 발표하였다. 1981년 마당극 <1876년에서 1894년까지>를 발표하여 전주에서 초연을 했으며, 1983년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로 각색한 후 연출을 맡았다. 1994년 극단 학전을 창단하고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하여 <개똥이>, <모스키토>, <의형제> 등을 연출하였다. 1995년 <개똥이>로 백상예술대상 음악상과 한국평론가협회 음악극 부분 연극상, 1996년 <지하철 1호선>으로 서울연극제 극본상과 특별상, <의형제>로 1998년 한국연극협회 우수공연 단체상과 번안상, 1999년 제3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2001년 제37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분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하였다. 대표작품 록뮤지컬<지하철 1호선>(번안,연출), 록오페라 <개똥이>(작사,작곡,연출), 록뮤지컬<모스키토>(번안,연출), 뮤지컬<의형제>(번안,연출), 소리굿 <아구>(극본), 노래극<공장의 불빛>(작사,작곡)
리뷰
수상
1996년 서울연극제 극본상, 특별상(김민기), 신인연기상(김선화) 수상
재공연 (극단 학전, 김민기 연출)
1995년 5월 1일 ~ 7월 31일, 학전 소극장 1996년 5월 1일 ~ 1997년 3월 30일, 학전그린 소극장 1997년10월 3일 ~ 12월 31일, 부산 태양아트홀, <지하철1호선> 부산 버전 1997년12월 3일 ~ 1998년 6월 30일, 학전그린 소극장 1999년10월23일 ~ 2000년 6월 11일, 학전블루 소극장 2001년 3월15일 ~ 3월 18일, 학전그린 소극장, 학전 개관 10주년 기념 공연 2001년 4월 3일 ~ 4월 5일, 베를린 GRIPS Theater, 독일 그립스극단 초청공연 2001년 4월27일 ~ 6월 17일, 학전그린 소극장, 베를린 공연팀 귀국공연 2001년 8월18일 ~ 9월 9일, LG 아트센터 2001년10월 1일 ~ 10월 5일, 상해 란심대희원, 중국 대외연출공사 초청공연 2001년10월11일 ~ 10월17일, 북경 중국아동극장, 중국 대외연출공사 초청공연 2001년11월15일 ~ 11월18일, 동경 Bunkamura Theater Cocoon, 일본 국제교류기금 초청공연 2001년11월20일 ~ 11월21일, 오사카 Drama City Hall, 일본 국제교류기금 초청공연 2001년11월24일 ~ 11월25일, 후쿠오카 West Civic Center, 일본 국제교류기금 초청공연 2002년 3월 8일 ~ 12월31일, 학전그린 소극장 2003년 1월 7일 ~ 2월 9일, 학전그린 소극장 2003년 2월15일 ~ 2월16일, 의정부예술의전당 2003년 3월 6일 ~ 3월 8일, 홍콩 APA Lyric Theater, 제31회 홍콩아트페스티벌 초청공연 2003년 3월14일 ~ 9월14일, 학전그린 소극장 2003년10월 1일 ~ 12월31일, 학전그린 소극장
평론
김민기는 한편으로 독일 뮤지컬의 지성적 무드를 견지하면서도 멜로드라마에 익숙한 우리 관객들을 의식해 때때로 ‘감정적’이고 심지어 ‘감상적’인 장면들을 잘 배합한다. 여기에 부응하는 김민기의 음악 또한 강한 비트의 저돌적인 록에 서정적이고 감상적인 멜로디들이 끼여든다. 감정적인 씬과 이성적인 씬, 심각한 씬과 코믹한 씬의 적절한 배치는 ‘소외 효과’를 보다 효율적으로 유발한다. 감정의 동화 없이 이화 상태만 지속되는 연극이란 결국 재미없는 연극으로 남게 될 위험이 크다. 브레히트가 강조한대로 교훈적인 연극일수록 재미있어야 하며 진지한 문제들도 재미있는 사건들을 통해 전달되어야 한다는 이치를 김민기는 잘 실천하고있는 셈이다. <지하철 1호선>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적극적이고 전면적인 번안 작업에 돌려져야 할 것이다. 베를린의 밑바닥 이야기를 완전히 서울의 밑바닥 이야기로 전환시켜 사전 정보가 없는 관객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창작 뮤지컬로 생각할 것이다. 음악 역시 독일어로 된 노래를 우리 말답게 손질한 후 우리 말의 강약과 기막히게 잘 어울리는 악곡을 통해 가사를 명료하게 전달한다. 더구나 5년에 걸쳐 작품을 끊임없이 뜯어 고치는 일이란 김민기 특유한 고집과 장인 정신이 아니면 불가능할지 모른다. 여기에 치열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이 뮤지컬 배우로서의 체계적인 맹훈련을 거쳐 빚어내는 조화로운 앙상블은 완벽에 가깝다. 짧아야 두 달 이상의 장기 공연에 대비한 주연 배우의 더블 캐스팅과 일인 다역의 조직적인 배역 시스템 속에서 항상 최상의 공연을 준비한다. (<20세기 한국연극의 길찾기>, 김미도, 연극과인간, 2001, '김민기와 학전 뮤지컬의 성과') 올해 상반기 연극계의 화제작 중의 하나로 김민기가 번안·연출·편곡한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꼽을 수 있다. 70년대를 대표하는 저항가요 <아침이슬> 등을 작곡하여 노래운동을 벌였던 김민기는 이번 공연에 중요한 역할을 직접 담당하면서 연극무대에 당당하게 나서기 시작하였다(그는 지금까지 3년간 소극장 학전의 대표로 새로운 공연문화운동을 뒤에서 지원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 작품 <지하철 1호선>은 독일에서도 오래 공연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는 폴커 루드비히의 원작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각색·편곡한 작품으로 정도 600년을 맞는 서울특별시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냈다. <지하철 1호선>은 수도 서울의 교통 중심축인 1호선 지하철 노선을 따라 펼쳐지는 내용이다. 즉 서울을 처음 찾아온 연변처녀 연순이가 애인 제비를 찾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 앞과 청량리 588일대를 오가면서 발견하는 서울의 뒷골목 풍경을 극화한 것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의 시각으로는 지나쳐 버리기 쉽고 나아가 당연시 되기까지 하던 문제점들을 순진무구한 연순이의 눈을 통해 예리하게 지적해 내었다. 즉 일그러진 자본주의 사회의 타락상과 분단 상황 아래에서 자행된 획일적 군사문화의 잔재와 그 속에서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소시민들의 추악상을 희화적으로 그려냈다. 록뮤지컬이라는 그릇에 담겨진 이번 공연은 무려 2시간 반 동안 지속된 연기자들의 노래와 그룹 무임승차의 연주로 젊은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이번 공연이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요인 중의 다른 하나는 방은진을 비롯한 젊은 연기자들이 혼신을 기울인 연기 덕택일 것이다. 연순이 역의 나윤선을 제외한 방은진, 이두일, 김효숙, 김승욱 등의 연기자는 각 장면마다 다른 모습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일인 다역 연기를 무난히 보여주었다. 그들은 눈이 핑핑 도는 듯한 혼란스러운 세태를 재빠르게 보여주기 위해 각 장면마다 다른 모습으로 순발력있게 변신하였다. 그들은 각 장면의 각기 다른 배역을 효율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재미있고 개성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연순이(연변에서 온 처녀), 안경(운동권 학생), 걸레(몸을 파는 여자), 칼침(사창가를 지키는 깡패) 등의 명명법은 개별 장면의 이해를 손쉽게 해 주는 극적 장치를 기능하였다. (<90년대 연극평론자료집3>, 이재명,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서울특별시 보통시민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즉 <지하철 1호선>은 원래 청소년을 대상으로 당대 현실의 모순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쓰여진 작품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형식이 록뮤지컬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교화적인 주제를 록뮤지컬이라는 흥겹고 젊은 형식을 통해 전달한다는 것은 그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서 더없이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김민기의 <지하철 1호선>의 경우 이러한 흥겨운 록뮤지컬의 형식에 감상적인 노래와 음악을 가미시킴으로써 한국적인 재구성을 시도한다. 이에 따라 김민기의 <지하철 1호선>은 교화적인 주제를 감상적인 노래와 희화화된 몸짓, 그리고 개그스런 장면에 담아 전달함으로써 관객을 청소년의 수준에 머무르게 하고 말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관객이 이러한 교화적인 주제에 동의하지 않거나 혹은 의식하지 못할 경우, 이 작품은 그야말로 그다지 수준이 높지 않은 버라이어티 개그를 보는 것에 그치고 말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이 오히려 보통의 관객들로 하여금 이 작품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90년대 연극평론자료집>, 김광선, '관객은 아직도 계몽의 대상인가') 이 작품은, 연변에서 뱃속에 든 아이 아버지 ‘제비’를 찾아 서울 588을 찾아온 ‘천사’라는 연변 처녀가 주인공이 되어, 지하철 1호선의 열차 안과 청량리로부터 서울역 부근의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마약중독자, 창녀, 기둥서방인 깡패, 거렁뱅이, 청소부, 포장마차 할매, 가출 소녀, 손가락 잃은 동남아인 등 이곳을 서울역과 청량리를 삶의 근거지로 삼는 사람들이 치고받고 사는 모습은 살벌하고 각박해 보이지만, 차츰 극이 진행될수록 전철 안의 사람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예수쟁이, 아이에게 악다구니 쓰는 아줌마, 소매치기, 퇴락한 중년의 병태와 영자, 주책바가지 노인네, 진보적 여교사와 옛날이 좋았다는 권세가의 사모님들 등 지하철 안 인간 군상들을 보면 볼수록 창녀나 깡패의 삶보다 나을 게 없다는 생각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들 역시 이들 인간 군상의 일부인 것이다. 전 공연을 록그룹의 깨끗한 생음악 연주로 들려주는 것이나, 록음악의 음색을 어쿠스틱한 연극 대사와 노래들과 조절해내는 음향 콘트롤은 역시 김민기답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민기다운 것은 번역, 번안, 가사를 놀랍도록 우리말답게 만들어내고, 노래 속에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바탕으로 장면장면을 깔끔하게 다듬어내고, 그리 크지 않은 극장에서 중극장과 소극장의 효과를 모두 만들어낸 것도 주목할 만한 연출력이다. (<SBS매거진>, 이영미, 1995년 7월호, '극을 담은 노래, 노래를 담은 극') 1978년 노래굿 -'공장의 불빛'은 불법카세트로만 제작을 했고 정식으로 공연은 올려보지 못했다. 1984년 노래극 '개똥이'는 공연은 커녕 음반심의 과정에서부터 공륜의 제재를 받았다.그래서 1987년의 노래일기 -'아빠얼굴 예쁘네요'는 오디오물로만 출반하는 후퇴를 하고 말았다. 이제 창작 뮤지컬의 본격적인 공연제작에 앞서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급할수록 돌아 가랬다고 외국 뮤지컬 1편을 우리의 이야기로 바꾸어서 해 볼 필요를 느낀 것이다, 노래가 나오는 공연물의 문법이 어떤 다양함을 가질 수 있는지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해서. 우선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을 검토해보았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선 그 내용이 우리의 모습으로 대입될 수 없도록 단단히 포장되어있었으며 구조나 음악형식에 있어서도 우리의 정서나 몸놀림에는 걸맞지 않는 무용음악들이 그 안에 단단하게 포진되어있었다. 그래서 눈을 돌려 찾아본 것이 이번에 공연하게 되는 독일 뮤지컬 line 1 였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브로드웨이류의 것과는 달리 열린 구조였으며, 이는 아니리와 창으로 구성되는 판소리ㅡ 또는 전통 가면극의 그것과 흡사했다. 내용 면에서는 분단독일의 고민이 (이 작품은 통독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날카로운 풍자로 담겨있었는데 이것을 우리의 모습으로 대입시켜 봄직도 했다. 그러나 막상 번안작업에 들어가고 보니 직역해서 모사하는 것보다는 물론 창작하는 것보다도 훨씬 많은 어려움에 부딪쳤다. 제일 큰 벽은 당연히 사물을 대하는 독일인들과 우리의 정서 차이였다. 단순 대입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틀을 바꾸고 내용을 뒤집기를 여러 차례 걸쳐 결국 우리 것도 아니고 독일 것도 아닌 제 3의 앙상한 것으로 멀리 나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알게된 1994년 정도 600년을 맞는 서울특별시와 우리 자신의 뒤틀리고 우스꽝스러운 모습들. 뿌리깊이 박혀있는 분단과 대립의 흔적들 - 온갖 사회문제들은 동시다발로 터져나오고 있었고 이것들을 체계적으로 수습할 전망은 아직 없어 보인다. 하물며 통일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정서상의 이미지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하철 1호선에서 만나게 되는 다소 거칠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바로 그 통일이라는 잉태된 새 생명이 조심스럽게 출산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심증을 비로소 굳힐 수 있었다. (참고 : <지하철1호선> 초연 프로그램, 김민기, '연출의 말')
관련도서
<록뮤지컬 지하철1호선(대본집)>, 폴커 루드비히 작, 김민기 번안, 도서출판 학전, 2000
연계정보
-의형제
-공장의 불빛
-개똥이
-학전소극장
관련사이트
극단 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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