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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기차

작품/자료명
꿈꾸는 기차
초연장소
학전 소극장
작/연출
김정숙 / 권호성
장르구분
1990년대 이후
출연 / 스태프
출연 (1992년 11월) 젊은현일/박철호,유희성 늙은현일/송용태 젊은순/이정화 늙은순/윤복희 광인/최주봉 계삼아비/이희정 외 스태프 (1992년 11월) 극본/김정숙 연출/이종훈 작곡/최창권 안무/김복희 무대미술/이태섭 의상/이유숙
내용
현일은 기관사가 되어 해방이 되는 날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삼천리 길을 철마로 달리는 꿈을 키우는 청년이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드디어 현일이 기관사가 되지만 사랑하는 여인 순이를 정신대로 끌고 가야하는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 앞에 오열한다. 남태평양의 트랙섬으로 끌려간 순이는 정신대 소녀들과 필사의 탈출을 하지만 일본군에 붙잡혀 몰살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순이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여 해방을 맞이한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현일과 순이의 기쁨도 잠시 이제는 동족상잔인 6·25전쟁으로 영원한 생이별이라는 비극을 맞게된다.
김정숙 (1960~ )
1982년 극단 ‘에저또’에서 배우로 연극에 입문하여 85년 12월에 윌리엄 인지 작 <마지막 키스를 당신께>로 연출가로 데뷔, 1989년에 <창작 어린이 마당극 반쪽이전>을 창단 공연으로 극단 <모시는 사람들>을 창단하였다. 또한 극작가로서 아동극으로는 <반쪽이전>, <꺼꿀이전>, <혹부리전>, <뒷동산에 할미꽃> 등이 있고 뮤지컬로 <들풀>, <우리로 서는 소리>, <꿈꾸는 기차>, <병국이 아저씨>, <블루사이공> 등의 작품을 썼다. 대표작품 <뒷동산에 할미꽃>, <꿈꾸는 기차>, <블루사이공>
재공연
1992년 11월 19일, <꿈꾸는 철마>, 서울예술단, 이종훈 연출
평론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꿈꾸는 기차>는 ‘통일 뮤지컬’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극단 이름이 던져주는 겸허한 태도와 예쁜 제목에서의 인상답게 진지하고 아름다운 무대를 만날 수 있었다. 김정숙 작, 권호성 연출 및 음악의 <꿈꾸는 기차>는 우리 현대사의 뼈아픈 부분을 관통하여 오늘의 시점에서 밝은 미래를 열망하는 연극이다. 나무판자가 선로처럼 깔려 있는 무대 왼쪽엔 장작더미가 쌓여있고 오른쪽엔 녹슨 기관차가 멈춰서 있다. 이정표는 이곳이 장단역임을 표시하고 있다. 무대 색조는 전반적으로 척박한 황토빛이다. 남루한 옷차림의 껌팔이 노파(김진구 역)가 관객들에게 껌상자를 불쑥 내밀었을 때 연극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노파는 몇 개의 껌을 팔고 나자 바닥에 주저앉아 허름한 보따리에서 오징어 튀김과 우유를 꺼내 아주 천천히 간단한 요기를 했다. 노파가 사라진 후 고통스런 기침소리와 함께 나타난 노인(권태원 역)은 기차를 어루만지며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즉 이 연극은 노인의 회상 형식으로 되어 있다. 노인은 회상 장면에서도 퇴장하지 않고 과거의 시공 속에 공존하는데 현재의 인물이므로 사건 속에 직접 개입하지는 못한다. 철도 고등학교 학생들이 힘차게 부르는 ‘경의 철도가’와 함께 노인의 젊은 시절 모습인 현일(박영훈 역)과 그의 연인 분이(김호정 역)가 극의 중심인물이 된다. 현일은 기관사가 되어 한반도는 물론 만주 벌판까지 달려보는 게 소원이지만 조센징에게는 기관사의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현일은 분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하모니카를 즐겨 불고 ‘해방자호’라 명명된 모형기관차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정세의 악화는 이들의 인연뿐 아니라 민족 전체의 삶을 갈갈이 찢어 놓는다. 일제에게 삶의 기반을 빼앗기고 만주로 이민 가는 사람들, 현일을 비롯하여 전장으로 가게 되는 학도병들, 분이와 함께 정신대로 끌려가는 소녀들의 모습이 각각 부각되는 동시에 클로즈업된다. 마침내 해방이 되고 일황의 항복 방송이 들여오는 가운데 해방의 환희가 마임으로 표현된다. 뿔뿔이 흩어졌던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돌아와 역대합실에 하나 둘 모여들어 차가운 바닥에서 잠을 청한다. 해방조국은 그들을 전혀 포용해주지 못한다. 일제에게 빼앗겼던 땅이나 집을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에게 처절하게 짓밟힌 분이는 돌아오자마자 다시 소련군들에게 강간당하다가 이를 제지하는 현일과 극적으로 상봉한다. 기관사인 현일에게 사람들은 다시 만주로 데려다 달라고 사정한다. 현일은 분이에게 꼭 기다리라 당부하고 기차를 움직이지만 남북 분단에 의해 기차는 정지해버리고 분이와는 영영 이별이 되고 만다. 기차는 멈추었으나 사람들은 진정한 해방과 통일을 꿈꾸며 힘차게 ‘해방자호’를 노래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등장한 노파가 꿈속에서 꺼내는 모형 기관차를 통해 그 노파가 바로 분이이며 역시 옛 사랑을 찾아 떠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극은 슬프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이다. 연극이 시작되고 20분이 지나서야 첫 대사가 나올 만큼 언어는 매우 절제된 가운데 풍부한 상징과 비유를 담고 있으며 마임에 의한 표현들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분이의 노래’, ‘해방을 꿈꾸며’, ‘분이는 없어요’ 등 극적 순간에 적절하게 삽입되는 서정적 정조의 노래들과 하모니카 선율의 어울림 등은 그러한 시적 정서를 견고하게 떠받쳐 준다. 특히 마지막에서 모두가 ‘해방자호’를 떠미는 가운데 노인이 기관차 위에 우뚝 서 함께 노래하는 장면은 눈시울이 뜨겁도록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객석>, 김미도, 1992년 7월) 역사적으로 잘못된 해방을 극복하고 참된 통일을 꿈꾸는 민족의 소망을 극화한 통일 뮤지컬 <꿈꾸는 기차>는 젊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전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이산가족 찾기 캠페인’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한 세대가 지나도록 풀리지 않는 이산가족의 아픔과 실향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겪었던 민족적 고통과 해방 공간의 이념적 혼란상을 빠짐없이 그리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어렵고 딱딱한 역사적 사건들을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법한 어린시절 사랑이야기 속에 녹아들게 하여 관객을 파고들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껌팔이 거지 할머니의 출현으로 극이 시작되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이름 모를 껌팔이 할머니가 바로 주인공이 꿈에도 그리던 여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이후 작품은 죽음을 눈 앞에 둔 노인의 회상속에 되살아나는 과거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와 같은 회상의 구조 및 과거와 현재의 혼재 양상은, 이후 김정숙의 출세작이 된 <블루 사이공>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자세히 살펴 보아야 할 사항 중의 하나는 작품의 공간배경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휴전선 때문에 끊긴 경의선 최북단 장단역이다. 서울에서 신의주로 이어지는 499Km의 경의선은 현재는 전노선의 1/10도 채 운행되지 못하고 휴전선 안에 위치한 장단역에서 끊겨 있다.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듯이 경의선은 유이민들을 만주로 실어 나른 철도이며, 남북 분단의 아픔을 함께 겪고 있는 철도이기도 하다. 이처럼 연극적 배경에서 통일을 꿈꾸는 작가의 심정을 읽을 수 있다. 기관사 출신 주인공은 자신이 몰던 기관차를 다시 몰면서,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했던 ‘새로운 통일’과 ‘완전한 통일’을 꿈꾸고 싶어한다. 결국 이 작품은 분단의 상징물처럼 인식되어 있는 ‘무성한 잡풀 사이에서 부서져 녹슬어가는 기관차’ 이미지를 통해서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구호를 연극화하였다. 그리하여 실제 작품에서는 녹슨 기관차가 다시 생명을 얻어 힘차게 전진하는 장면으로 감격적인 절정을 이룬다. 이후 <꿈꾸는 기차>는 대극장용으로 개작되어, 남북 예술 교류를 준비한 서울 예술단에 의해 공연된 바 있다. (<블루 사이공>, 이재명, 모시는사람들, 1997, '김정숙 희곡집 해설')
관련도서
<블루 사이공>, 김정숙, 모시는사람들,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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