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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1920년대의 소설문학

3·1운동 이후 우리의 근대소설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다. 이광수에 뒤이어 김동인, 염상섭, 현진건, 나도향 등 역량 있는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여 1910년대의 신식교육을 바탕으로 192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작가생활을 시작하였다. 염상섭은 <폐허>(1920), 현진건과 나도향은 <백조>(1922)의 동인으로서 1920년대 문화정치와 더불어 형성된 ‘문단’ 활동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1910년대의 계몽주의 작가들과는 달리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가진 전문적인 작가로서 그 위상을 설정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1920년대 중반에 들어서 최서해, 이기영, 조명희와 같은 작가들은 당대 사회주의운동의 급격한 성장 속에서 계급주의적 의식을 받아들여 사회구조의 모순을 직시하는 계급적 시각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소설들을 쓰기 시작했다. 대략 1923년경에 시작된 자연발생적 신경향파문학에서 비롯되어 1925년 카프의 결성과 함께 이 흐름은 크게 확산되면서 본격화된다. 말하자면 3·1운동 이후 동인지 등을 통해 ‘문단’을 형성한 바탕 위에 ‘카프’라는 조직체까지 나타나면서 우리 문학계는 다양한 이념적 분화와 함께 다채로운 지형도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1) 1920년대 초기의 동인지로 활동을 시작한 김동인, 염상섭, 현진건, 나도향 등은 이광수류의 계몽주의 경향을 극복하고, 문학 본래의 순수성과 예술성을 추구함으로써 근대문학의 독자적 가치를 확립하는 데 기여를 했다. 이들 작가들은 아직 습작기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고 또 서구문학의 추수에 따른 사조적 혼란을 보였지만, 그 가운데서도 사실주의적 경향을 중심에 세워 당시의 사회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려 하였다. 김동인은 <배따라기>, <감자> 등을 통하여 서민들의 삶의 애환과 인간적 고뇌, 삶의 환경 결정론 등을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제시하였고, 염상섭은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통하여 암울한 시대의 지식인의 고뇌를 해부하였으며 <만세전>을 통해 3·1운동 직전의 조선의 상황을 탁월하게 묘파하기도 했다. 현진건은 <빈처>, <운수 좋은 날>, <고향> 등에서 서민들의 빈궁한 삶의 모습을 그리면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묘사하였다. 물론 김동인은 그후 <광염소나타>, <광화사> 등의 작품을 통해 탐미주의적 경향 쪽으로 나아갔다. 또한 나도향은 <젊은이의 시절> 등 초기작에서는 다분히 낭만적인 작품을 발표하다 <벙어리 삼룡이>, <물레방아>, <지형근> 등의 작품을 통해 당대 사회의 본질을 비극적으로 부조해냈다. (2) 1925년에 들어서 ‘신경향파’로 지칭되는 새로운 경향을 갖는 소설작품들이 다수 산출되기 시작하였다. 김기진, 박영희, 이익상, 주요섭, 이기영, 최서해 등의 작가들이 빈궁한 현실을 사회구조에서 비롯되는 빈부집단의 대립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최서해, 이익상, 주요섭 등으로 대별되는 최서해적 경향의 작품세계는 생존 그 자체가 문제가 될 만큼 절박한 핍박받는 빈곤층의 세계를 여실히 반영하는 데 주안점이 놓여 있고, 박영희, 김기진 등으로 대표되는 박영희적 경향은 소위 작가의 관념에 의한 인물의 단순화, 사건과 행동의 도식성, 전망의 과장 등을 그 특질로 갖는다. 따라서 이 시기의 문학적 성과는 무엇보다 체험의 절실성에 기반한 최서해로 집약된다. 이런 신경향파적 경향은 카프 결성을 계기로 새로이 변화되면서 더욱 본격화되어간다. 제1, 2차 방향논쟁 등 조직적 움직임 속에 작품 또한 그러한 논쟁의 성격에 결부되면서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더욱 강하게 띠게 된다. 이 시기의 대표 작품으로 최서해의 <탈출기>·<홍염>, 주요섭의 <인력거꾼>, 이기영의 <농촌사람들>, 조명희의 <낙동강>, 한설야의 <과도기> 등을 들 수 있다. (3) 한편 뚜렷한 사상운동과 세계관을 가지고 출발한 조직운동으로서 프로문학의 움직임은 조직적 참여자는 아니지만 일종의 지지세력으로서 독특한 동반자(同伴者) 작가를 배출해내기도 했다. 다시 말해 카프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으나 이효석, 유진오 등이 프로문학에 동조하는 소설을 산출한 것도 이 시기의 특징적인 한 현상이다. 아울러 프로문학 진영에 맞선 국민문학파의 활동은 주로 시 분야를 통해 이루어졌지만, 서사영역에서는 1920년대 말부터 태동하여 1930년대에 이르러 본격화된 역사소설 영역에서 그 면모를 살필 수가 있다. 임규찬(문학평론가,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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