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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서예가

한자문화권 문화예술의 정수인 서예는 동양정신이 잘 함축되어 있는 장르다. 한자문화권 문화정신의 숭고함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최선을 다해 대하는 것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학문 역시 그러하다. 그것이 바로 ‘격물치지’ 정신이다. 기발한 것보다는 평범하면서도 순후한 것, ‘교’한 것보다는 ‘졸’한 것, 화려한 것보다는 질박한 것, 진하고 사치스러운 것보다는 담백한 것을 더 가치있는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바로 그러한 모든 성향과 미덕이 서예에 고스란히 스며들어있다. 그러니까 서예란 바로 그러한 순후함과 졸함, 질박함과 담백함을 궁극적으로 구현해야 할 아름다움으로 보고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노력하며 그 생활자체를 그렇게 순후하고 담백하게 하는 사람들이 이루어 내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서예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스레 이해되어왔다. 그러나 근대 이후 서예는 서화에서 분리되고 추출 당해 이른바 근대미술의 변방 혹은 또 다른 ‘박물’로 이해되어왔다. 그림에서 글이 분리되고 서예가 떨어져나간 역사가 우리 근대미술의 역사다. 그에 따라 서예란 한자문화권의 진한 향수를 단지 기계적으로 복고화된 감상물의 대용으로 전락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 내용, 이념, 생활상은 죽고 단지 그 글씨, 글자 그것 자체만 남아 조형적인 기량을 다투는 기이한 형국을 노정해 왔다. 서(書)라고 하면 붓글씨가 자연스레 연상되지만 반드시 붓글씨만이 글씨는 아니다. 모든 글자가 저마다의 문체, 서법 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서예라고 했을 때 지나치게 정형화된 공모전 풍의 글자만 이해하는 것은 매우 편협한 시각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서예가들은 아래와 같다. 우선 손재형을 꼽을 수 있다. 1902년 생인 그는 외국어학원 독어과를 졸업하고 김돈희, 안종원, 오세창 등을 스승으로 사사했다. 국립서울대학교에 미술대학이 창설되어 그곳에서 서예를 가르치게 되면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는데 그는 황산곡서법을 계승, 그것을 김기승에게 전교하였다. 행법, 전법에 있어 독보적인 경지를 일구었으며, 특히 한글서법을 전획 필법으로 전개시켜 놓은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우리 서단 및 국전 서예부를 망라하는 권위자로서 전후 30년 동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존재였다. 오제봉 그는 해인사에 승문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글을 익힌 유명 서예인이다. 또한 원곡체라는 독특한 서체를 창조하였으며 일찍이 <한국서예사>를 저술하고 ‘원곡서예상’을 제정하여 후학들을 격려한 김기승이 있다. 최중길은 초서법에 있어서 탁월한 작가로 꼽힌다. 전각목각 또한 능하다. 배길기는 전서, 그 중에서도 소전에 매우 능한 작가다. 그런가 하면 이기우는 근대 최고의 전각가로 꼽힌다. 조수호와 정환섭 역시 손재형의 제자로서 뛰어난 서예가이며 전각에도 능했다. 육조서법으로 유명한 김응현의 한글서법은 탁월하다. 특히나 한국을 대표할 만한 한학자로서 문기 넘치는 서예작품을 창작해왔던 이가원, 안진경체를 잘 썼던 신경희 등의 존재도 기억되어야 한다. 또한 권창륜, 신두형, 정도준, 최정균, 송성룡, 조수호, 서희환, 김양동, 송하경, 여태명, 김태정 등이 있다. 특히 국전 시작 20년 만인 1968년 제 17회 국전에서 서예가 최고상을 받았다. 수상자는 서희환이었다. 정병례는 전각으로 유명하며 그만의 독특한 서체를 보여 주는데 그림과 글씨의 어우러진 만남을 비롯해 전각을 대중화시킨 공로들이 인정되고 있다. 사실 서예가 기록문자와는 달리 순수예술로 존재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즉 회화나 조각이 그러하듯이 예술의 창작세계는 넓고 자유로워서 얼마든지 창의에 의한 구성을 시도할 수 있고 또한 자연을 개조하여 독자적인 조형을 창작하는 것이기에 문자의 해독력은 물론 한 걸음 나아가서는 선의 구성으로 새로운 미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동양의 회화와 서예는 사실 묘사와 서사체에서 근대 순수조형으로 발전하여 현재 일본에서는 전위서도로까지 전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룩하고 현재 한국 서예계는 볼만한 전시가 부재하다고들 한다. 이는 결국 질적 수준의 저하를 의미한다. 지금 한국 서예계의 보수적인 그룹에 속하는 서예가들은 법의 본령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근거가 빈약한 몇 가지 법에 얽매여 촌스러운 글을 쓰고 있고 창신적 서예를 주장하는 진보적 그룹 또한 서예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실험이라는 이름 아래 서구미술의 기법을 서예에 도입하여 기발성의 창출을 주로 염두에 두고 순간적인 작품을 만드는 경향이 짙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진정으로 깊이 있는 서예작품을 창출하는 작가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국의 서예 역시 다른 문화예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서예에 대한 기초기법과 기초학문을 제대로 축적하지 못하고 위기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서예에 관한 학술대회의 양상이나, 저술실적이 부족하고 서예를 학문적 입장에서 다루는 저작, 시각이 부족하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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