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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조각가

우리에게는 서구의 근대조각이란 개념은 사실 부재했었다. 실재하는 인간의 육체를 재현하는 것이 조각이라는 사고는 근대기에 들어와 비로소 형성되었다. 근대 한국조각의 시원은 1925년 김복진이 처음으로 동경미술학교에서 서구적인 조각기법을 배우고 돌아오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문예운동가, 미술평론가, 사회주의 사상가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다 요절했다. 한국 근대조각의 형성기에 활동했던 조각가들은 바로 김복진의 제자들이었다. 이국전, 구본웅, 박승구, 윤효중 등이 그들이다. 김복진의 대표작으로 전하는 <소년>은 한국에 사실주의 조각이 정립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후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조각작품이 공모되었는데 1940년대에 이르면 적지 않은 작가들에 의해 활발한 작품발표가 이루어졌다. 김복진이 사망한 후 한국 조각의 실질적인 선구자들은 바로 김경승, 윤효중, 윤승욱, 김종영, 권진규 등인데 이들은 일본에서 유학 후 돌아와 현대 한국조각의 1세대를 형성한다. 철저한 아카데미즘으로 다분히 형식적 차원의 인체조각을 선보인 김경승은 사실주의의 정립이란 의미를 지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한국구상조각의 보수성과 관학주의의 진부함을 양산하는데 기여해왔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윤승욱 역시 동일한 여성누드조각을 선보였다. 윤효중은 조금 다른 맥락에서 무척 토속적인 내용을 근대적 형식과 결합한 작가다. 일본의 전통적 목각을 수용한 그는 그 위에 서양의 조각양식과 한국적인 소재를 결합시켰으니 그 자취가 한복 입은 여자가 활을 쏘거나 물동이를 이고 가는 장면을 목각으로 새긴 작품들이다. 이른바 토속성이 짙은 그런 작품은 전통에 대한 관심과 서구중심의 조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의 희미한 그림자로 이해된다. 해방 이후 한국 조각계는 권진규란 독특한 작가를 만나게 된다. 한국 근현대 조각가 중 가장 뛰어난 작가로 인정받는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생전에 그의 일생은 불우했다. 이 부분이 지나치게 신화화되는 측면도 있지만 그의 성과는 모자람이 없다. 무엇보다도 그에게 조각이란 단순히 서구조각개념을 학습하거나 인체를 모방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바로 그 점이 그의 조각의 근대성이다. 그는 자신의 내면, 성찰, 사색의 깊음을 물질로 표현하고 인체를 빌어 시각화하고자 한다. 거기에는 강렬한 자의식이 스며있다. 그의 작품에 이르러 비로소 예술가 자신이 작품의 본격적인 주제로 부각되고 탐구의 대상으로 부상하였다. 당시 많은 작가들이 새로운 현대 조각실험에 기울어져 있을 때, 또는 사실적 묘사와 기술에 치중한 구상작품에 몰두할 때 이와는 달리 작가의 심리적 탐색을 표현한 형상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테라코타로 제작한 형상은 금욕주의적인 엄숙함과 영원성 그리고 사색적이고 정적인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냈다. 한편 추상조각은 김종영에 의해 이루어졌다. 일관되게 추상작업에 매진해왔으며 교육자로, 엄격한 작가로 각인되어 온 그는 무엇보다도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자연성에 바탕을 둔 작품세계를 중시했다. 자연상태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돌과 나무를 주로 사용했으며 그것을 적절하게, 최소한으로 손을 보았다. 그는 “창조라는 낱말은 나에게는 없다. 자연의 물체가 자연스럽게 있듯이 나의 조형세계도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목조, 석조, 철조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다루면서 강렬하고 순수한 형태와 질감 그리고 독자적인 미학이론을 바탕으로 한 추상조소를 제작하여 우리나라 추상조소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서울대교수로 많은 후학을 길러낸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1960년대 이후 이른바 추상조각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진정한 추상이라기 보다는 반구상형태에 가까운 편이다. 대부분 세부묘사를 억제하고 볼륨이 풍부한 추상조각을 통해 인체의 매력을 단순하지만 관능적인 형태 속에 표현한 유형의 작품들이 선보였다. 선구적인 여성조각가인 김정숙 역시 그 같은 작업을 선보였는데 이후 강한 직선과 유동적인 곡선의 긴장감 있는 대조를 특징으로 하는 추상작품, 즉 날개를 형상화한 <비상>시리즈가 유명하다. 한국 현대조각에 있어 철조란 재료가 지닌 표현가능성을 모색, 용접기법을 일반화한 작가가 바로 송영수다. 그는 전통적인 조소에서 중요시된 양감이나 입체감보다는 선의 요소를 최대한 살리고 여기에 비극적인 정서를 담은 작품을 제작했다. 초상에서 성상, 기념조각(이순신장군상)에 이르는 폭넓은 세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미술행정에 밝았던 김세중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철을 포함한 금속을 통해 비재현적인 세계를 개척했던 조각가로는 최기원, 김영학, 최의순, 엄태정, 최만린, 이종각, 김청정, 박종배 등을 꼽을 수 있다. 1960년대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렇듯 구태의연한 구상 인체조각에 반기를 들고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조형의식’을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입체파적이고 절충적이며 반추상적인 경향을 통해 수많은 기념조각을 남김 김영중, 인체로부터 형태를 단순 추상화시킨 형태를 보여준 김찬식, 그리고 생명지향적 추상조각을 통해 엄격한 좌우대칭과 기하학적 추상조각의 명쾌함을 선보였던 문신은 유럽에서도 주목받은 작가였다. 이에 반해 순수성 혹은 절대성이 깃든 형태탐구, 형태 자체가 사상이자 생명으로 여긴 최종태는 여전히 구상형태를 유지하면서도 매우 격조있는 세계를 구현해온 작가다. 1970년대 들어오면 이른바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면서 작품을 이루는 물질 그 자체를 주목하는 작업들이 선보였다. 이우환, 이종각, 조성묵, 심문섭, 박석원, 전국광 등이 그들인데 이들의 특징은 ‘만든다’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있어야 할 사물, 상태를 중요시하며 무엇보다도 ‘자연과의 합일’이라는 것을 중요시한다. 반면 이런 작업들은 서구 미니멀리즘을 동양사상과 결합시켜 내면서 당위성을 찾고 서구와 동양을 다소 간편하게, 거칠게 절충시키는 한편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관념적인 의식을 물질화하는 아쉬움도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이 작가들은 대리석이나 돌, 철과 나무 등에 주름을 잡고 늘어뜨리거나 덩어리감을 보여주면서 어떤 대상, 형상으로부터 재료를 해방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왔다. 유사한 맥락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절제된 기하학적 구조 속에 또 다른 지각구조를 첨가하거나 이야기성을 슬쩍 삽입하는 이형우, 신옥주, 김희성, 장옥심, 김인겸 같은 작가들이 그들이다. 이들이 작품은 개별적인 작품으로 머물지 않고 주어진 공간 전체로 확산되는 설치적 경향을 드러낸다. 미니멀리즘을 계승하거나 또 다른 변주를 만들어 나간 작가들이다. ‘반조각’이라 해서 기존 조각개념에 부단히 반발해왔던 이승택, 한국적인 토템이나 민속기물을 응용한 정관모, 유기적 구조가 공간 속에 조화를 이뤄 자연과 합일하는 환경조각으로 나가는 박충흠의 작업, 물질과 환경과의 관계를 문제시하는 최인수 등이 뒤를 이었다. 1980년대 들어와 조각계는 사회현실의 모순이나 인간 삶에 관심을 가진 형상조각을 선보였다. 아울러 기존의 모더니즘조각에 반기를 들고 리얼리즘조각, 실존적 의미, 사회적 소통의 문제, 한국성의 탐구, 조각장르의 확산 등이 뒤를 이었다. 심정수, 홍순모, 김광진, 이일호, 최병민, 배형경, 류인, 윤석남 등이 그들이다. 아울러 작은 조각을 통해 조각과 회화, 문학성의 결합 및 개념성이 짙은 작업이 최근 두드러지게 선보인다. 안규철, 김범, 윤영석이 대표적이며 아울러 정광호, 김창세, 김세일, 김주호와 설치의 홍명섭, 전자매체와의 결합을 시도하는 김영진, 문주 그리고 사진과 결합하는 홍성도, 고명근, 권오상 등이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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