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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사라지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

작성자
100레벨 아이콘 관리자 나비이음
작성일
2021-11-17 (수) 23:12
조회수
2001
추천수
0

사라지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 라는 책 제목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는 듯 하다. 많은 시간을 살아보지 못했지만 삶이라는 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지고 있고, 사라지는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엄마와 집안일로 통화를 하게 되었다. 엄마가 설명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어떤 상황을 설명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엄마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짜증 낼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 알겠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엄마와 전화를 끊고 당사자와 통화를 하고 나서야 일의 전후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잠깐 사이에 엄마랑 통화할 때 벌어진 일이었지만 내 가슴속에서 뭔가가 콱~하고 막히면서 올라오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엄마랑 전화 통화하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에 정말 만약에 엄마가 치매라는 먼 여정의 길을 떠났다면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하고 슬기롭게 대처하겠지,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나만의 오판이었다. 이렇게 잠깐의 소통의 어려움에도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느끼며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점점 나빠진다는 것을 떠올려보니 정말 아찔했다.

 

마지막 책장까지 읽고서 다시 책의 첫 장을 다시 들춰 읽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남이 아닌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 과정이 치매 환자가 어떻게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아닌 어떻게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이 되었다.

 

치매 안심 마을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호그백 마을의 노멀 라이프를 살아가는 삶이 부러웠다. 생활 방식에 따라 치매 노인들을 이해하는 것은 새롭고 신선한 관점이었다. 이렇게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같은 공간에서 서로 위로하는 삶은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가 치매에 걸리실까 치매 보험도 들어놨다는 사실이 일종의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경제적인 안도감이지 정신적으로는 준비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사실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여전히 대책이라고 하면 요양병원이라는 막다른 답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책 속에 언급된 사례를 들을 보면서 눈물, 콧물 다 빼면서 읽었다. 읽으면서 나 또한 묘한 치유가 되는 것 같았고 위로가 되는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를 위해 또는 그 누구를 위해 준비해야 상황이 되면 슬기롭게 사라지는 순간을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라지고있지만사랑하고있습니다 #웅진지식하우스 #장기중 #치매도서 #시간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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