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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일개미 노리의 바다
- 작성자
-
나비이음
- 작성일
- 2021-10-24 (일) 18:19
- 조회수
- 2223
- 추천수
- 0
글 없는 그림책이라 좀 부담이 갔지만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어서 설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겼다. 저마다 잠에 취해 기상나팔 소리에 눈을 떠야 하는 개미 친구들의 “아이 졸려. 더 자고 싶단말이에요. 5분만 더 잘게요”.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씻고 밥먹고 일터로 향하는 모습들이 하나같이 똑같다. 일터에서도 밥 먹을 때도 샤워할 때도 반쯤 눈을 감은 채 무표정하다. 단, 노리라는 이름을 가진 개미만 빼고 말이다.
함께 먹을 식량인 커다란 사과, 나든 귤, 바나나를 나르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개미들의 표정은 두 눈은 반쯤 감겨 있고 피곤해 보인다. 하지만 노리만큼은 꽃가지의 향기를 맡으며 즐기는 모습이다. 일과를 마치고 잠자는 시간은 모두가 꿀잠인데 노리는 책을 읽고 상상의 바닷속에 빠진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노리는 꿈을 꾼다.
그렇게 반복되던 어느 날 이것을 어쩌나! 잔뜩 흐린 날씨 비와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일터는 물로 잠겼다. 어쩔 줄 모르는 노리를 비롯한 개미들에게는 위기의 순간이다. 위기의 순간 노리의 지혜가 번뜩인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나뭇잎 배를 만들어 배를 띄우자 다른 개미들도 함께 배를 띄우고 물놀이를 즐긴다. 그들에게 있어 물이란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인데 그 상황을 지혜롭게 즐기는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다시 일상은 반복된다. 상상 속에서 나 일어날 법한 일을 겪고 난 개미들의 모습은 너무도 즐겁고 밝다. 무엇이 그들을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꿔 놓았을까?
이 책은 다른 책과 달리 형광색 잉크로 인쇄되어, UV램프(블랙라이트)로 비춰보면(젤네일 램프도 사용 가능) 색다른 세상을 만나 볼 수 있게 되어있다. 나는 그 경험을 해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글이 없는 덕분에 그림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나처럼 개미들도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난 뒤의 충만감 또는 꿈을 꾸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게 돼서 그랬던 것이지 않을까 상상해보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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