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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에서(Drauβen vor der Tür)

작가소개
볼프강 보르헤르트 (Wolfgang Borchert, 1921~1947) 1921년 5월 20일 함부르크에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나치에 대한 솔직한 의견이 담긴 몇 장의 편지가 반국가적이라는 이유로 사형언도를 받고 수감되었다가 다행히 특사로 풀려났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이미 24세였다. 전쟁과 감옥생활로 건강을 해치고 전후의 격심한 주림에 시달리다가 1947년 11월 20일 바젤 근교에 있는 요양소에서 26살의 짧은 생애를 마쳤다. 그의 작품은 <문밖에서(Drauβen vor der Tür)>를 제외하면 모두 습작기의 소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소품에서 전후 독일의 처절한 참상을 신랄하게 그렸다. ‘어느 극장도 상연하지 않으려고 하며, 어느 관객도 보려고 하지 않는 작품’이란 부제가 붙은 <문밖에서>란 이 작품은 1947년 1월에 쓴 것으로 일주일 동안 단숨에 썼다고 한다. 그는 <문밖에서>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이 작품을 완성한 후 곧 친구들을 불러 작품의 모든 배역을 혼자서 실연해 보였다고 한다. 이 작품이 빠른 시일 내에는 상연되지 못하리라는 견해가 많았지만 당시 방송극의 수석작가였던 슈나벨(Schnabel)이 이 작품을 전파에 띄워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2월 13일에 퀘스트(Quest)가 베크만의 역을 맡아 방송극으로 초연되었다. 주인공의 이름은 보르헤르트의 친구였던 조각가 쿠르트 베크만(Curt Beckmann)에서 따왔다. <문밖에서>는 2차대전 이후 독일에 팽배한 혼란과 절망, 허탈감과 해방감이 뒤얽힌 정신적 폐허와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이다. 부상당한 채 종전을 맞은 주인공 벡크만은 새로운 생활을 위해 아내, 한 소녀, 과거의 연대장, 카바레 지배인, 부모 등을 차례로 찾아가지만 그곳에는 한결같은 혼란과 망각만 존재할 뿐, 그는 문 밖으로 철저히 따돌림을 당하고,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살란 말이야!’라고 소리치지만 끝없는 독백만 황막한 무대 위에서 메아리칠 뿐이다. 보르헤르트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생애처럼 짧고 간결한 문장을 통하여 인간의 생명과 삼라만상을 주재하는 절대자로서의 신마저도 간 곳이 없는 전후 독일의 대형비극을 고발하고 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비극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려 충격적인 문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내용
서장(장면해설) 토드는 물가에 서 있는 베크만을 보고 “저녁 어두울 때 물가에 서 있는 사람은 연인이 아니면 시인이지”라고 말하는데, 이는 베크만 자신 속에 있는 사랑하는 자의 요소와 시인과 같은 면을 나타내준다. 꿈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그를 꾸짖는다. 죽음, 즉 어머니 품 같은 태초의 평온으로 돌아가려는 베크만의 꿈은 완전히 깨어지고, 베크만은 자기 부인의 사랑도, 모든 의미를 잃어버린 현실로 돌아온다. 1장 이 세상에 실패한 자에게 그 분신으로서 타인이 나타난다. 타인은 맹목적 생명의 활기를 노크하는 자이다. 베크만과 타인이 죽음의 무의미를 논쟁할 때 여인이 나타난다. 이 여인은 반은 땅에, 반은 물 속에 있는 둘로 분할된 베크만을 본다. 이로써 베크만은 어린 아이의 역할을 도피하여 스스로 구제한다. 2장 베크만에게 회상과 죄책감과 공포가 나타났고, 바우어의 하사 영상이 나타났다. 이로써 여인과 베크만의 사랑은 깨어지고 베크만은 또다시 거리에 나선다. 자신 때문에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인간이 있는 곳에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타인에게 끌려 책임을 벗기 위해 대령을 찾아간다. 3장 대령은 베크만의 이야기를 유머로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의 찢어진 옷으로 베크만을 새로운 인간으로 만들려 할 때 이 탐구자는 “인간? 인간이 된다고?”라고 외치며 다시 거리에 나서, 서커스로 찾아간다. 피와 죽어간 자들의 무서운 장면이 전개된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죽어라고 웃어대는 서커스로. 4장 여기서 베크만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확고한 물질주의자 지배인을 만난다. 예술은 진실이 아니고 진실은 예술이 아니다. 진실만으로 인간은 살 수 없다. 모든 개념은 오염되고,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썩어 있다. 인생에는 너무 약하고 예술에는 너무 큰소리치는 베크만에게는 다시 엘베 강으로 축복 받는 길만이 남았다. 그러나 긍정자 타인은 다시 베크만의 길을 막고 그를 모든 인간의 안식처인 집으로 인도한다. 5장 평범한 시민적 일상생활로 돌아가려는 그 순간에 그의 꿈꾸어온 안주지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점령되어 있고 양친은 죽고 남은 것은 크라머 부인의 조소뿐이다. 결국 결말은 다시 처음으로, 꿈속으로, 이름 없는 것으로, 죽음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나는 자살할 권리가 없는가?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모든 사람은 안주해 있다. 그러나 단지 무참히 환상에서 깨어난 베크만은 도중에 있다. 하여 이미 분열된 한 인간의 파멸과 공허를 향해 소리치는 질문 외에는 어떤 해결도 없다. “대답자는 어디 있는가?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단 말인가?”
국내공연연보
1966년 10월 극단 회로무대 / 오태석 연출 1975년 극단 사월무대 / 채희문 역 1975년 4월 18일~19일 극회 능라촌 / 연극인회관소극장 / 박영덕 연출 1976년 4월 15일~19일 극단 동인무대 / 연극인회관소극장 / 이춘연 연출 1978년 극회 무리 1992년 극단 배우극장 / 황남진 연출 1997년 극단 배우
예술가
오태석(吳泰錫, 1940~ ) 충남 서천 출생으로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동랑레퍼토리의 <루브> 연출로 연극계에 데뷔했다. 이후 <태>, <춘풍의 처>, <어미>, <한만선> 등의 작품을 연출했으며, 1984년에는 극단 목화를 창단해서 <아프리카>를 첫 작품으로 올렸다. 1987년에는 <부자유친>으로 서울 연극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90년에는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를, 1991년에는 <백구야 껑충 나지마라>를 연출해서 호평을 받았다. 주요작품으로는 <태>, <춘풍의 처>, <초분>,<물보라>, <자전거>, <사추기>, <산수유>, <비닐하우스>, <백마강 달밤에> 등이 있다. 현재 목화레퍼터리컴퍼니 대표.
리뷰
(……) 보르헤르트는 극도의 비인간적인 전쟁의 시대를 침략군의 첨병으로, 또는 반국가 사범으로 전선과 감옥을 넘나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모든 인간적 특징을 박탈당한 채 꼭두각시와 다를 바 없는 무기력한 대상으로 쓰러져가는 상황을 가장 가슴 아픈 전쟁의 체험으로 목격하였다. 그리고 그와 같은 세계의 ‘질서부재’, 즉 ‘혼돈’은 작가 보르헤르트의 내부에서 믿었던 친근한 질서인 ‘신’을 부정하는 형식으로 구체적으로 인식되었으니, 이렇게 신뢰했던 표상들이 인간의 내부에서 인간 자신에 의해 거부되어짐은, 곧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었던 모든 기반들이 회의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상태, 즉 ‘무’와의 조우와 그로 인한 ‘허무주의와의 만남’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전후의 젊은 세대들이 꿈꾸었던 귀향은, 고향이라는 ‘낯익은 질서 속에서 다시 한번 박탈당한 인간을 되찾고, 삶에 가치를 부여하려는 인간회복의 의미를 지니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선과 감옥에서 체험했던 이러한 인간적 질서부재의 상황은 전후의 독일에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으니, 보르헤르트의 대표적인 작품 <문밖에서>는 고향에서도 역시 의미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회복의 길을 찾을 수 없었던 젊은이들의 아픔을 가장 사실성 있게 호소한 작품이었다. 귀향한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주인공 베크만은 전쟁으로 인해 몰락한 자신을 고향의 친근한 질서 속에서 회복하고자 하였지만, 전후의 독일을 휩싸고 도는 진실의 외면과 일상성으로의 몰입은 그로 하여금 고향도 역시 전장과 다를 바 없는 비인간적인 낯선 혼돈의 세계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따라서 전쟁 세대 베크만은 극도의 절망적 상황에 이르게 되었고, 전쟁시에 그러하였던 것처럼 고향에서도 또다시 인간적 질서의 부재를 실감하고, 신을 부정하고, 허무와 조우한 채, ‘삶이란 끝내 아무런 목표도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허무주의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밖에서>에 나타나는 이와 같은 허무주의적 기조가 오로지 일방적인 삶의 거부만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선언>을 포함한 몇 편의 작품들과 본 작품 <문밖에서>가 보여주는 희망과 절망의 대조로부터 우리는 보르헤르트의 허무주의가 – 작가 자신이 그의 유고집에서 밝히고 있듯이 – 결코 수동적이고 염세적인 삶의 거부가 아닌, 잘못된 존재양식에 대한 일종의 항의로서 생산적이고 진취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결론에 비추어볼 때 ‘전후의 혼돈’의 궁극적인 원인이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들 사이에 만연되어 있는 ‘인정의 결핍’에 있음을 깨달은 베크만 자신의 ‘인식의 성장’은, ‘사랑을 통한 전쟁의 극복’이라는 보르헤르트의 새로운 비전을 실현함에 있어서 이 작품이 하나의 전환점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희곡 <문밖에서> 연구’, 변승우, 서울대 석사논문, 1990
관련도서
<문 밖에서>, 볼프강 보르헤르트 저, 김길웅 역, 강, 1996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삶과 문학>, 조창섭, 서울대학교출판부, 2000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생애와 문학>, 페터 룸코르프 저, 김진영 역, 심지, 1983 < Borchert의 희곡 <문밖에서>에 나타난 인간 관계의 단절>, 송민철, 고려대학교 석사논문, 1986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문 밖에서> 연구>, 백미영, 숙명여자대학교 석사논문, 1994 <볼프강 보르헤르트(Wolfgang Borchert)의 희곡 <문 밖에서> 연구: 작품에 나타난 허무주의를 중심으로>, 변승우, 서울대학교 석사논문,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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