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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의 대학문화 변천사

작품/자료명
대학로의 대학문화 변천사
장르구분
대학로 문화지구
개요
이제 ‘대학로’의 현재로 돌아와 보자. 대학로 거리에 빼곡하게 들어찬 먹고 마시는 다양한 유흥업소들, 난잡한 외양의 건물들과 현란한 간판들이 대학로의 상징이었던 문예회관대극장이나 샘터사옥을 삼켜버린 거리. 낭만이나 여유 따위를 찾을 수 없도록 붐비는 거리. 메마른 일상을 빠져나온 중·고등학생들로 북적이는 마로니에공원. 밤이면 불안한 미래를 꿈꾸며 갈곳없는 아이들이 어슬렁대는 곳. 상업적인 코미디물이나 에로연극이 장악한 소극장. 이곳에서 지금 대학과 대학문화를 찾으려 하는 것은 어불성설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 어쩌면 오늘의 대학로는 지금의 대학문화를 정확히 재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학생들의 대규모 거리시위가 사라진 1990년대 중반 이후, 그리고 대학이기에 가능했던 문화운동의 정열이 사라진 대학을 장악해버린 대중문화와 미디어문화의 현실이 그대로 대학로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대학로를 ‘대학로’라 부르는 것은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다. 이미 그곳에 대학생이 없고 대학문화가 없다고 하여도, 그 역사적 행보는 대학 내에서 대학문화가 소멸하고 대중문화와 혼재되는 과정과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교 교정 안에 호프집이 들어서고, PC방과 커피전문점이 입점한다. 대학의 일상적 문화는 대학의 밖과 구별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여기 대학로에서 대학문화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대학로는 역사의 흔적과 기억으로서의 대학문화를 여기저기 안고 있는 거리일 뿐이다. 대학문화의 독자적 정체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소비대중문화가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대학만의 실험정신과 자유로움, 반지성에 대한 저항의 내용은 더이상 문화적 생명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대학로는 그 전통과 역사 그리고 공간적 조건으로 인해, 생산적 문화를 가장 적절하게 꽃피울 가능성이 많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수행할 공간이 점점 협소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학문화의 핵심 가치인 실험, 자유, 저항이 여전히 유효한 가치라면, 그리고 여전히 ‘대학로’가 그런 문화적 가능성을 가장 풍부히 담고 있는 거리라면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문화는 그렇게 쉽게 생기지도,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 복잡하고 시끄러운 거리 구석에서 새로운 문화의 싹이 자라고 있을지도 모를 일 아니겠는가? 글 : 손동수(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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