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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소규모 공연장

공연예술을 하는 사람이 갖는 보편적인 꿈 중의 하나는 자기 공연장에서 하고 싶은 공연을 마음껏 하는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공연예술부문에서 공연장은 공연활동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면서도 막대한 초기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하나의 권력이기 때문이다. 새로 시작하거나 비주류적인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거나 비교적 작은 규모로 자기만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싶은 사람은 물론, 한참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도 현실적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공연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공연장을 갖는 것이 매우 소망스러운 것이다. 그렇게 마련되는 공연장은 당연히 규모가 작은 소공연장이기 쉽다. 우리나라 소공연장의 결사체인 전국소공연장연합회는 ‘객석 300석 미만의 민간극장’을 회원 대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100석 내외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소공연장은 대부분 연극을 공연하지만 음악이나 무용을 전문적으로 다루기도 한다. 대학로는 이런 소공연장의 특별한 클러스터다. 대학로는 2005년 6월 현재 60여 개의 소공연장이 밀집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밀집지역이다. 독주회와 실내악을 전문으로 공연하는 음악홀과 무용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소공연장은 수는 적지만 연극을 주로 공연하는 소공연장과는 다른 전문성을 보인다. 소공연장은 무엇보다도 순수한 민간부문에 속한다. 문예회관이나 큰 공공공연장에도 소규모 공연장이 있지만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소공연장은 순수한 민간공연장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 극단 등 공연집단이 운영하는 공연장이 중심이 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소공연장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어온 것은 1960년대 이래 꿋꿋하게 자생적으로 성장해온 우리 소공연장의 활약을 반영한다. 소공연장은 작은 규모와 극장 형태 때문에 큰 공연장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관객과 호흡을 같이할 수 있으면서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실험하는 데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내적 동기가 우세하고 리스크가 적으므로 시장의 반응에 결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작은 규모인 만큼 수용하는 영역도 전문화하는 데 유리하다. 같은 이유로 소공연장은 고달프다. 규모가 작아 영세할 수밖에 없는 극장으로서는 극장 운영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의 소공연장은 기존 건물의 일부를 임대하여 사용하며 전문인력을 고용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외부적으로는 주관객층이 영화 등 영상매체와 사이버공간으로 대거 이탈하는 한편 대형 뮤지컬로 대표되는 대형공연물들이 대형극장을 중심으로 공연시장의 주류를 형성하면서 투자자본과 관객이 쏠리는 이중의 어려움에 처해있다. ‘청년문화’의 상징이었던 소공연장은 그렇게 점점 코너에 밀리게 된다. 소공연장의 이러한 위기는 공연계의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관객과 투자가 몰리는 대형공연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그 저변에는 훨씬 넓고 건강한 생산구조가 받쳐주어야 대형공연의 생산 자체가 가능한 것이다. 기초단위의 창작산실이라고 볼 수 있는 소공연장의 부실화는 전체 공연계의 부실화로 이어질 것이다. 소공연장을 운영하는 공연예술인에게 모든 부담을 지울 때는 지났다. 글: 이승엽(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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